출처-[경향신문 2006-05-31 16:57]
|
여름이다. 이맘 때면 앞다퉈 출시되는 자외선 차단제, 화이트닝 화장품의 광고가 넘쳐난다.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정보를 찾아 아이 쇼핑, 샘플 테스팅, 서핑 등 ‘백색미인 되기’에 몰두하는 여성들도 부쩍 늘어난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배짱 좋은 여성들이 피부 색깔 바꾸기에 몰두하고 있다. ‘피부미인 한국 여성’이 아시아 뷰티마켓에서 또다른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지만, 면세점을 가득 메우는 화장품 맹신족들이 불러오는 폐해도 적지 않다.
1. 나도 스타 ‘네가 하면 나도 한다’
한국 여성의 우윳빛 피부는 ‘한류’ 붐과 함께 선망의 대상이다. 이영애, 최지우, 손예진 등 한류 드라마 여주인공들은 말할 것도 없다. 동남아시아, 특히 일본 여성들에게 한국 여성들은 모두 경이로운 피부 미인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100년 전, 러시아 행상들이 팔기 시작한 ‘동동구리무’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코티분, 일본의 시세이도 화장품은 수많은 아류와 ‘짜가’를 만들어냈다. 1916년 국내 관허 1호 화장품 ‘박가분’이 탄생했다.
납이 주성분으로, 피부엔 치명적이지만 쌀가루로 만든 백분보다 밀착력과 미백효과는 훨씬 뛰어난 제품이었다. 생필품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때도 ‘박가분 하나 사주지 못하는 남자는 무능한 남자’란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 만큼 백색 미인 열풍이었다.
납중독으로 파리해진 피부색에 흡족해한 철없는 원조 뷰티 마니아들의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정신은 지금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가 받은 미용 시술을 다음날이면 서울의 평범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따라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성형과 피부 미용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경락·타이·중국 발마사지를 비롯, 컬러·보석·아로마·초콜릿·스톤 테라피까지 세계 곳곳의 좋다는 피부 미용법들은 한번씩 국내를 거쳐갔다.
한국 여성들의 독특한 ‘스타’ 의식은 할리우드든 한류든 스타의 미용법이 바로 시도될 수 있는 핵심이다. 많은 모순 속에서 탄생된 ‘한국 여성=피부 미인’이란 찬사가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 클레오파트라의 후예들, ‘화장품의 각축장’
세계 화장품 박람회를 연상시킬 만큼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많은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해 있다. 거대 화장품 회사의 한국 지사장은 다음 승진을 보장하는 자리로 인식될 만큼 중요한 곳이다.
화장품 성분이나 제조 신기술까지, 뷰티 전문가 못지않은 상식으로 무장된 여성들. 메이크업 트렌드가 발표될 때마다 유행 색조를 즐기면서도 기초화장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한국 여성들…. 화장품에서만은 명품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 얼마나 내 피부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눈가 주름을 없애는 법부터 시작한 피부 미용은 작은 얼굴 만들기에서 급기야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신드롬에까지 이르렀다. 탄력, 주름, 미백, 영양 등 기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스킨, 로션, 에센스, 아이크림, 영양크림 등 사용하는 기초제품의 가짓수만으로도 한국여성들이 랭킹 1위다.
우유나 장미 목욕 등 지금도 유효한 미용법을 가장 많이 남긴 여성은 단연 클레오파트라다. ‘외모지상주의’ ‘성형미인’ 등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남이야(뭘 하든 말든)’ 정신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시행착오도 부작용도 불사하는, 자신을 가꾸는 데 철저했던 ‘클레오파트라의 후예’ 한국 여성들. 그 ‘뷰티 라이프’에 맞춰 한국의 화장품은 숨가쁘게 새로워지고 있다.
|
3. 호기심 천국, ‘내 얼굴은 내가 만든다?’
스스로도 몰랐던 한국 여성의 힘은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랑콤, 라 프레리, 로레알 등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에서 아시아 여성들을 위한 화이트닝 라인을 출시했다. 좀더 좁힌다면 일본과 한국 여성을 위한 제품들이다.
노르스름한 피부색을 가진 동양 여성들에겐 최고의 관심사지만 백인종인 서양 여성들은 미백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미백 화장품 라인은 해외 유명 브랜드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국내브랜드 제품들이 선호대상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한국 브랜드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인이 되려면 거울을 자주 보라고 한다. 하지만 얼마나? 거울 앞에서 모든 미용 지식과 온갖 화장품으로 원래 타고난 피부의 자생력을 줄이고 있지는 않은지,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정보도 지나치다. 인터넷에는 화이트닝, 미백, 자외선만 쳐도 수백가지의 질문이 꼬리를 문 블로그들이 수두룩하다. 녹차 티백, 우유 세안, 각질 제거, 비타민C 섭취 등 세세한 경험담도 다투어 올리고 있다. 경험담에 등장하는 브랜드도 셀 수 없이 많다.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정보들, 또다른 경쟁력이라고만 하기엔 무서울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피부미인’에 매달리는 여성들이 넘친다. 호기심 천국인 한국, 어쩌면 한국의 뷰티 마니아들이 타고난 피부색도 취향따라 바꾸는 화장품 시대를 열지도 모르겠다.
'♡피나얀™♡【패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업’ 걸때 이렇게 입어라 (0) | 2006.06.01 |
---|---|
유행은 계절도 거부한다 때아닌 ‘여름 부츠’ 붐 (0) | 2006.05.31 |
패션 세계를 이끄는 여신, Muse (0) | 2006.05.30 |
'속옷의 외출', 란제리룩 큰 유행 (0) | 2006.05.30 |
올 여름 샌들, 더 높게 더 화려하게 (0) | 2006.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