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앙일보 2006-06-0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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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서 직장인으로, 다시 엄마로, 또 아내로….
유수경씨는 매일 일인다역으로 삶의 무대에 선다. 모든 역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몸은 하나. 한계에 부닥치는 게 당연하다. 그나마 수경씨에게는 든든한 우군인 남편 안요섭(36.회사원)씨가 있다. 안씨는 "아이랑 놀아주고 집안일을 나누고…. 힘들어도 서로 행복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둔 많은 여성 직장인은 육아와 가사를 외면하는 배우자와 가족 때문에 곱절로 힘이 든다. 두 살 된 딸을 키우는 결혼 5년차 유지영(32)씨는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집안일은 나 혼자 도맡게 된다"며 "시부모와 남편은 영화에 나오는 원더우먼을 바란다"고 토로한다.
일하는 엄마에 대한 사회의 배려도 여전히 부족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신지은(30)씨는 "아이가 아프면 엄마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아이 때문에 늦게 출근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회사나 가족 양쪽에 다 죄인 된 심정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유수경씨도 "아이가 클수록 엄마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걱정이 앞선다"며 "내 일이 아이를 희생시킬 만큼 내세울 만한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한다.
아이 맡길 곳을 찾는 것도 '직장맘'의 큰 고민이다. 재현이는 매일 집 근처 어린이집에 가고 일주일에 세 번 친척 할머니가 오셔서 봐준다. 입주 아줌마도 써보고, 베이비시터에게도 맡겨보는 등 여러 시도 끝에 찾은 방법이다. 시댁과 친정이 멀지는 않지만 부담을 드릴까 봐 최소한의 도움만 받는다.
특히 아이 봐줄 사람 찾는 것은 웬만한 시험보다 어렵다. 수차례의 면접을 거치고 까다롭게 따져봐도 갈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할머니에게 맡긴다고 해서 맘이 편한 것은 아니다.
친정에 두 아이를 맡긴 송민경(33.가명)씨는 "부모님이 아프시면 내 탓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하다"며 "조금만 소홀해도 섭섭해하시기 때문에 눈치만 보며 지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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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는 어린이집은 좀처럼 들어가기가 힘들다. 재현이는 1년을 기다려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구립어린이집에 들어갔다.
유수경씨는 "교육비도 저렴하고 교육 내용이 좋다고 해서 1년을 기다렸다"며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아이와 맞는 조건의 어린이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엄마의 경우 고민이 더 크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봐주는 어린이집은 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일하는 엄마'의 정신 건강도 문제다. 바쁘게 살다 보니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를 찾기 힘들다. 오지민(34.가명)씨는 "하루가 끝날 때쯤엔 맥이 빠지고 우울한 기분이 밀려온다"며 "술을 한 잔 마셔야 잠이 올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푸는 것도 문제다.
이현진(29.가명)씨는 "도와줄 사람도 없을 때는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며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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