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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이소룡, 대중문화 속에서 부활하다

피나얀 2006. 6. 7. 19:21

출처-[주간조선 2006-06-07 09:14]

 


인터넷ㆍ영화ㆍ방송 등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인기… 최고의 몸짱ㆍ파이터로 추앙

 

노란 ‘추리닝’을 입고 쌍절곤을 휘두르며 ‘아뵤~’라는 특유의 기합과 함께 엄지손가락으로 콧잔등을 툭 치면서 상대방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이소룡(1940∼1973). 절권도(截拳道)라는 무술을 창시했고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활약하다가 33세에 요절한 이소룡은 그야말로 짧고 굵은 인생을 살았다. 아니다, 그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많은 사람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그가 최근 들어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문화 매체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먼저 이소룡은 온라인상에서 되살아났다. ‘싱하형’(‘디씨인사이드’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싱하’라는 닉네임을 가진 네티즌이 이소룡 합성 사진과 함께 ‘형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고 해서 ‘싱하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연속된 사진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영상물로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한다)으로 부활했다. 또 온라인상에서 효도르, 레이세포 등 요즘의 격투기 고수들과 가상 대결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격투기 전문가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이소룡을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소룡이 창시한 무술 절권도에 대한 카페부터 그의 영화, 사진 자료 등을 공유하는 카페, 나아가 이소룡에 대한 모든 것을 공유하고 이소룡이 했던 모든 행동을 따라 하려는 사람이 모인 카페까지 다양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소룡 관련 카페로 첫손에 꼽히는 ‘이소룡 플러스’(http://cafe.naver.com/bruceleeplus)에는 영화, 절권도, 쌍절곤 자료 등이 가득하다. 2004년 문을 연 카페 ‘이소룡 플러스’의 회원 수는 현재 1만8000여명이다. 이 밖에도 ‘이소룡+절권도’(http://cafe.naver.com/zeetkunedo), ‘드래곤 스토리’(http://www.dragonstory.net) 등이 있다.

 

오프라인상에서 이소룡의 흔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국 절권도 총본관이다. 한국에서 정통 절권도를 유일하게 전수하고 있는 곳이다. 김종학 총관장은 “대학생, 직장인, 배우 등 100여명의 문하생이 수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김수로도 이곳에서 절권도를 배웠다고 한다.

 

김 관장은 “절권도는 가장 간결한 형태로 상대를 제압하는 실전 무술”이라며 “항상 상대방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를 가장 큰 미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초부터 절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권오병(36)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이소룡에 대한 동경, 절권도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 절권도 관련 책자를 모두 찾아보기도 했다”며 “이곳에서 다른 ‘이소룡 키드’들과 함께 절권도 정신을 익히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속에서도 이소룡은 뚜렷이 살아났다. 최근 영화에는 이소룡에 대한 오마주(영화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존경하는 영화나 영화인에게 헌사하는 장면)가 수없이 등장한다. 영화 ‘킬빌1’ ‘킬빌2’에서 여주인공 우마 서먼이 이소룡의 노란 추리닝을 입고 적과 싸우는 장면은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소룡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또 이소룡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겸 시인인 유하는 자신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이소룡 세대에게 바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이 원래 생각한 영화 제목은 ‘절권도의 길’이었는데 제작회의를 통해 ‘말죽거리 잔혹사’로 바뀌었고, 주인공 권상우가 절권도를 익히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모습 등 이소룡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현재 상영 중인 류승완 감독의 신작 ‘짝패’도 마지막 장면에서 1970년대 이소룡 무술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준다.

 

영화 배우 중에서도 이소룡을 존경해서 배우가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현재 홍콩 최고의 배우로 여겨지는 성룡은 이소룡 영화의 엑스트라로 출연하면서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이소룡을 옆에서 지켜보며


세계 최고의 액션배우를 꿈꿨다. 코믹액션 스타 주성치 역시 인터뷰 때마다 “이소룡을 보고 액션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홍콩 배우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김수로도 이소룡의 영향을 받은 배우 중 하나다. 이소룡을 연상케 하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이소룡의 액션 비디오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최근 개봉했던 ‘흡혈형사 나도열’에서 김수로는 형사로 출연해 이소룡의 절권도로 악당을 무찌르는 등 이소룡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개그맨 이경규도 ‘이소룡 키드’다. 그의 영화 ‘복수혈전’은 이소룡의 영향을 받아 만든 것이다.

이소룡 열풍은 영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방송에서도 대단하다. KBS의 인기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는 최근까지 개그맨 장동민의 ‘이소룡이 간다’라는 코너를 방영했다.

 

장동민은 노란 추리닝을 입고 쌍절곤을 휘둘렀고, 개그우먼 강유미도 여자 이소룡으로 출연했다. 또 케이블 방송 XTM에서는 지난 4월 10~14일 ‘당산대형’ ‘사망유희’ 등 이소룡 작품 4편과 ‘말죽거리 잔혹사’를 방영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아 계속해서 재방송을 하고 있다.

 

문학 쪽에서도 이소룡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감독 겸 시인 유하의 ‘이소룡 세대에게 바치는 글’은 이소룡에 대한 애정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이소룡 때문에 극장에 가게 됐고, 결국 영화 감독이 됐다고 밝혔다. 소설가 김연수씨도 최근 일간지 칼럼을 통해 “이소룡 때문에 극장에 갔다”고 고백했다.

 

음악도 이소룡 열풍에서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 인디밴드 중 하나인 크라잉넛 3집 타이틀 곡 ‘이소룡을 찾아랏’ 역시 이소룡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소룡을 찾아랏’은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 속에서 이소룡의 모습을 찾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소룡 열풍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보스니아에 이소룡의 동상이 세워진 것이다.

 

작년 11월


이소룡 탄생 65주년을 맞아 동상을 세운 보스니아 모스타르시 측에서는 “이소룡이야말로 세계적인 영웅이며, 인종차별 없이 사랑받는 스타이기 때문에 동상을 세웠다”고 밝혔다. 당연히 홍콩에도 이소룡 탄생 65주년을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졌다.

 

그렇다면 지금, 왜 이소룡이 다시 유행할까? 먼저 10~20대 젊은층에서 이소룡이라는 존재가 재발견된 것을 들 수 있다. 대학생 이성호(22)씨는 “잘 단련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상대방을 제압하는 이소룡은 1970년대뿐 아니라 2006년 지금 데뷔해도 지극히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말처럼 이소룡에게 다시 관심을 갖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웰빙 붐과 함께 건강한 몸에 대한 갈망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최고의 몸짱이자 파이터라고 할 수 있는 이소룡의 근육은 21세기 남자들이 원하는 근육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강한 남자’ 혹은 ‘마초’에 대한 열망 역시 이소룡을 부활시킨 원인으로 볼 수 있다. K-1이나 프라이드와 같은 격투 스포츠가 각광받는 요즘,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 중 하나로 꼽히는 이소룡이 신세대에까지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 이소룡에 대한 기성세대의 향수가 중요한 요인이다. 유년시절 영화관이나 TV에서 처음 접했던 이소룡의 액션은 이들의 가슴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 직장인 이현기(49)씨는 “어린 시절 이소룡 영화를 보고 쌍절곤 연습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면서 “아직까지도 성룡, 이연걸, 주성치보다 이소룡의 카리스마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많은 관객이 이소룡의 뒤를 이어 나타난 배우들의 액션을 보면서 가슴 한편에는 이소룡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