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6-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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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명산 정상의 기암괴석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우리 화양계곡이나 들렸다 갈까?”
“그곳은 여름 휴가철이 제격이잖아.”
“물론 그렇지. 그런데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는 지금 들어도 좋아.”
“하기야, 북적이는 때보다 낫겠구먼. 우거진 녹음도 한창일 테고.”
화양동계곡에 들어서자 가로수 벚나무에서 뿜어나는 신록이 신선하기 그지없다. 한창 익어가는 빨간 버찌가 주렁주렁 달렸다. 꽃처럼 아름답다. 간밤에 내린 비로 하늘은 청명하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우리를 반기는 것 같다.
우암 선생의 채취가 남아 있는 화양구곡
화양계곡은 충북 괴산군 청천땅이다. 증평 시내를 지나면서부터 이어지는 도로가 한가롭다.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계곡에 속이 훤히 비추는 맑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른다. 바닥에 드러누워 곡선을 드러낸 갖가지 모양의 기암이 조약돌 만큼이나 반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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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양계곡의 다듬어진 돌. 돌 틈으로 맑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르고 있다.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녹수는 성난 듯 소리쳐 흐르고
청산은 찡그려 말이 없구나.
산수(山水)의 깊은 뜻을 생각하노니
세파에 인연함을 저어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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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양서원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는 운영담을 지나 화양구곡에서 가장 빼어난 금사담에 이르렀다. 맑고 깨끗한 물에 모래 또한 금싸라기 같아 금사담이라 했다 한다. 넓은 반석과 바위 위에 우암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고 수양을 하였던 암서제가 노송 사이에 보인다.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말은 이런 곳을 두고 하는가 싶다.
억겁의 세월 속에 다듬어진 기암
금사담을 지나면서 우리 일행은 의견이 갈렸다. 마지막 9곡인 파곶까지 갈 것인가 도명산 산행을 할 것인가를 두고 견해를 달리했다. 우리 일행은 산행 준비를 하지 않았다.
“가볍게 계곡을 따라 걷자구.”
“아냐, 해도 긴데 운동삼아 땀 흘려 정상을 정복해야지.”
가게집 아저씨의 조언을 듣고 우리는 산행을 결정했다. 아저씨가 여기까지 와서 도명산을 정복하지 않고 가면 후회한다며 산행을 권했기 때문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여기서 잠깐 가면 도명산 안내판이 나와요. 도명산까지 3.2km일 걸요. 정상에서 학소대로 내려오는 코스가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힘이 안 드는 호젓한 산행이 그만이지요. 어서 서두르세요.”
아저씨 채근에 우리는 예정에도 없이 도명산을 오르게 되었다. 울창한 신록이 하늘을 가린 산길은 신선하기만 하다. 차츰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니 등허리에 땀이 흥건히 배인다.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함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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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명산을 오르는 길, 내려가는 길, 그리고 학소대 아래의 철다리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야, 이곳에 있는 바위들은 화양계곡에 있는 바위를 옮겨다 놓았을까? 하나 같이 이렇게 잘 다듬어져 있지?”
“그러게 말이야. 삐죽삐죽 난 모서리를 연삭기로 밀어도 이보다 더 부드러울 수는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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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기 묘묘한 도명산의 바위들. 부드러운 선을 이루고 있었다.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자연만이 할 수 있겠지.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게 많잖아.”
눈여겨보는 바위들마다 모가 난 바위가 없는 것 같다. 자연이 빚어낸 기묘한 모양과 사람을 품어 안을 것 같은 형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화양계곡에서 굽이쳐 흐르는 물에 씻겨 보드랍게 다듬어진 암석과 산 위의 바위가 어찌 그리 닮았을까 하는 의아심을 가져본다.
산행은 바로 이 맛이야!
일하는 황소가 가쁜 숨을 몰아쉬듯이 한 걸음 한 걸음 옮긴 발걸음이 벌써 정상이다. 정상에는 크고 작은 바위 다섯 개가 하나를 이루고 있는데 그 모양 역시도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 높고 큰 바위에 올라 앉아 산 아래를 바라보니 신선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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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명산에서 바라본 속리산 연봉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소나무에 걸터앉은 일행들의 표정에 기쁨이 넘쳐나는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에 저마다 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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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명산 정상의 분재처럼 아름다운 소나무. 일행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산 정상을 정복하고서 후회하는 사람 봤어?”
“가슴까지 시원함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 같아.”
등에 배인 땀이 한줄기 바람으로 씻겨나는 신선함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청설모 한 쌍의 즐거운 재롱을 뒤로 하고 우리는 학소대 쪽으로 하산을 재촉하였다.
또 한번의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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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명산 정상에서 학소대 쪽으로 하산하면서 만난 도명산 마애불. 충북 유형문화재 제140호이다.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도명산(道明山)이라는 이름은 옛날 이 산중에서 어느 도사가 도를 깨달아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아마 깊은 산 정상 큰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도 그런 도의 깨달음의 산물이 아닐까?
힘들지 않은 발걸음을 옮겨오자 학소대 철다리이다. 다시 화양구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 호젓하다. 옛날에는 백학이 이곳에 집을 짓고 새끼를 쳤다 하여 이름이 학소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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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양 구곡의 아름다운 모습들. 보를 막아 맑은 물이 흐르고, 운영담(제2곡), 금사담과 암서제(제4곡), 첨성대(제5곡), 와룡담(제7곡), 학소대(제8곡) ⓒ2006 전갑남 |
ⓒ2006 전갑남 |
가게집에 다다르자 타는 목을 적실 겸 서둘러 막걸리를 시켰다. 단숨에 들이켠 막걸리가 오늘 산행만큼이나 시원하다. 도토리묵 안주도 꿀맛이다.
막걸리 한 사발에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다시 화양구곡을 따라 흐르는 물에 시선이 머물렀다. 세월을 굽이치며 오늘도 바위를 다듬고 있는 것 같다. 도명산의 신록이 바람에 살랑인다.
가슴 속 깊이 파고드는 푸르름의 절정! 일상을 잠시 잊은 초여름의 하루가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화양동계곡 가는 길
*서울경기 :
중부고속도로->증평ic->증평시내->청안/백봉방향->청주과학대->백봉->화양동
*대전이남 : 경부고속도로
청주ic 혹은 중부고속도로 서청주ic->25번국도->화북면->보은->37번국도->화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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