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알제리’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피나얀 2006. 6. 15. 23:47

출처-[데일리안 2006-06-15 10:01]

 

[화제의 책]<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 ⓒ 마음산책
아프리카, 프랑스의 식민지, 유명 축구선수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그리고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 아마도 이 정도의 단편적인 뉴스만이 알제리에 대한 짧은 기억일 것이다.

낯선 나라 알제리.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제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알베르 카뮈의 고향, 『이방인』과 『페스트』의 무대, 그리고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과 『배덕자』에서 이국적인 매력을 자아내던 그곳이 바로 알제리인 것이다.

2005년 봄, 불문학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은 카뮈와 지드의 자취를 찾아 알제리로 떠났다.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알베르 카뮈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알베르 카뮈 전집』을 우리말로 옮기며 ‘카뮈 전문가’라 불려온 그에게 알제리는 특별한 곳이다.

그러나 1962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 ‘알제리 인민공화국’이 된 그곳에는 북한의 상주 대사관만이 개설되어 있었고, 1990년 이래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리스트들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으로 접근 불가능한 땅이 되어버렸다.

알제리는 이방인들에게 굳게 문을 닫아걸었고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호전되면서 김화영은 오랫동안 꿈꾸어온 알제리 여행을 시도하게 된다. 그렇게 바랐던 여행, 그러나 미지의 땅인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에게도 ‘두려운 모험’이었다. 그러나 이때 그의 등을 무작정 떠민 것 또한 카뮈였다.

“여행을 귀중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두려움이기 때문이다.”(「삶에의 사랑」,『안과 겉』)

“두려움”의 매혹을 따라 떠난 그는 카뮈와 지드의 나라 알제리에 가 닿는다. 그리고 그 여행의 기록을『김화영의 알제리 기행』에 담았다.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은 카뮈와 지드의 나라 알제리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여행기다. 《조선일보》와《현대문학》에 그 일부가 연재되기도 하였던 이 여행기는 기록의 그물코를 좀더 촘촘히 엮고 저자가 직접 찍은 230여 컷의 사진을 더하여 카뮈 문학의 원천인 알제리의 모습을 담아냈다.

카뮈와 지드의 자취를 찾아서
이 책은 ‘카뮈 전문가’인 저자의 안내에 따라 카뮈가 어린 시절을 보낸 알제리의 수도 ‘알제’를 출발하여 카뮈와 지드의 문학 속 배경을 찾아 나선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지자 마리가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나는 그녀의 곁으로 따라가서 팔로 허리를 잡고 같이 헤엄쳤다. 마리는 줄곧 웃고 있었다.”(『이방인』)

『이방인』의 뫼르소와 마리가 뛰어들었던 바다는 바로 알제의 파도바니 해변. 젊은 카뮈가 수영을 즐겼다는 이곳은 지금도 눈부신 햇빛과 ‘티 없는 희열’을 지닌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그밖에도 좁은 발코니와 푸른 덧문이 남아 있는 리용 가 124번지 카뮈의 옛집, 소년 카뮈의 통학길이었던 바바준 거리, 여러 작품에서 소개된 알제 시내 곳곳을 찾는다.

“땅 위에 살며 이 사물들을 본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하던 카뮈의 시적 산문 「티파사에서의 결혼」(『결혼·여름』)의 배경 티파사 폐허, “바람과 태양” 그리고 “틈새 하나 없는 거대한 침묵”이 가득한 제밀라 유적(「제밀라의 바람」,『결혼·여름』), 『페스트』의 도시 오랑. 그리고 지드가 묶었던 사하라 호텔, 그가 즐겨 찾았다는 비스크라 시립공원, 오아시스 마을들과 광막한 사막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지상의 양식』과 『배덕자』등의 작품도 만나게 된다.

알제리 지도 대신 카뮈와 지드의 책을 손에 들고 나서는 이 여행은 단지 문학작품 속 배경을 눈으로 확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과 문학의 궤적을 따라가는 과정으로 자리한다.

미문가 김화영이 알제리를 ‘보다’
저자는 자신의 사유와 감성으로 끌어 올린 카뮈와 지드의 문장과 함께 우리를 그 풍경의 원천으로 이끈다. 두 작가의 삶의 공간과 문학적 공간을만나는 경험은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그들의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하여 ‘여행자’라기보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알제리라는 공간을 대하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통찰력으로 포착한 오늘날의 알제리 풍경과 저자 특유의 미문으로 풀어낸 사유의 결은 카뮈와 지드의 문학을 한층 생생하게 되살려놓는다.

애정 어린 눈으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때로는 우려의 눈으로 알제리를 바라‘보는’ 김은 ‘본다는 것의 의미’를 우리에게 묻는다.

“보다, 라는 동사. 이 동사의 중요함을 우리는 정말 충분히 실감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해답을 통해 무언가를 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과 알제리 여행의 기록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저 풍경이, 저 돌이, 저 꽃이, 저 사람이 저기 있다. 나는 그것을 본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산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을 본다는 것이다. 행복은 그것을 본다는 것이다. 땅 위에서. 오직 생명 있는 자만이 그것을 본다.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은 존재한다. 본다는 것은 나의 존재와 대상의 존재에 대한 긍정이요 믿음이다. 본다는 것은 존재함이요 그 존재함의 행복감이다. 그것이 바로 ‘이 땅 위에서 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