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태산에 올라 천하를 굽어보다

피나얀 2006. 6. 20. 19:31

출처-[경향신문 2006-06-20 15:33]

 

 


대규모의 문화유적을 소장한 중국 산둥(山東)성 지방이 최근 한국 여행객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경제 기반시설이 조성되고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기 시작한 르자오(日照)와 린이(臨沂)시, 취푸(曲阜)는 그동안 조선족과 한국 보따리 상인들이 생계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에 머물렀다.

 

그러던 곳이 역사적 향취 풍부한 관광자원과 교과서에서나 접하던 중국의 역사적 인물과 문화유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부상한 것이다. 르자오는 모래사장의 길이만 45㎞에 달하는 만평구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해변도시로 생태공원 등 풍부한 관광자원 덕분에 휴가철을 맞은 중국인이 꽤 찾는다.

 

우수한 시설을 갖춘 국제 규격의 요트경기장이 있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요트경기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1,700년 만에 잠깬 ‘손빈병법’

 

린이시는 삼국지에 나오는 책략가 제갈량과 대서예가 왕희지의 고향이다. 왕희지가 거처하던 집에 들러 그의 행적을 더듬으며 서예를 감상하면 색다른 감흥에 취할 수 있다.

 

린이시의 자랑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인췌산(銀雀山)의 죽간(竹簡, 댓가지에 쓴 책) 박물관. 이곳에는 1972년 4월 전한시대 1·2호 고분에서 출토된 엄청난 양의 죽간이 전시되어 있다.

 

죽간은 손자병법(孫子兵法)과 손빈병법(孫兵法)의 저자가 ‘손자’ 외에 ‘손빈’이라는 다른 인물이 있음을 밝혀 1,700년에 걸친 수수께끼를 풀어준 중국 고고학계의 10대 발견 중 하나다.

 

이때 발견된 육도(六韜) 등 고서적과 무제(武帝) 때의 달력(기원전 134년)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공자의 정신이 이어지는 취푸

 

공묘(孔廟), 공부(孔府), 공림(孔林)으로 이루어진 취푸성엔 2,5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세의 스승’ 공자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대성전

공부는 공자의 직계 자손들이 취푸를 다스리던 관청이자 거주지로 왕궁 못지않은 위용을 자랑한다. 역대 황제들이 공자가(家)를 ‘천하제일 가문’으로 보호하기 위해 증축과 재건축을 거듭한 덕분에 자금성에 버금갈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본청인 대성전(大成殿)은 자금성처럼 황금기와로 덮여 있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가족묘지인 공림은 공씨 후손들만 묻힐 수 있는 ‘성역’이다. 면적이 20ha에 달하는 묘역 안에는 2만그루가 넘는 고목이 울창한 산림을 이룬다. 한나라 때부터 수차례 확장 보수를 거듭한 공림에는 3,600여개 비석과 40여개가 넘는 건축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문화혁명 기간 중 홍위병의 습격을 피하지 못한 상당수 비석과 유물이 상처 입은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아 아쉬움을 남긴다.

 

취푸의 또다른 볼거리 하나. 바로 야외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자쇼’다. 공자의 행적과 공덕을 기리는 일대기가 서커스와 악극이 혼합된 형태로 선보인다. 출연인원이 300명에 달하며 조명과 무대시설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웅장하다.

 

‘중국이 공자의 사상으로 전 세계의 평화를 지킨다’는 다소 엉뚱한 주제를 내세운 이 작품에선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공자의 이름으로 세계의 평화를 기원한다. 사회주의의 어설픈 상혼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 공연이다.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주유천하를 한 공자가 오늘에 살아 이 혼탁한 쇼를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취푸에선 타이산 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시인묵객, 영웅호걸이 노래한 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양사언), ‘타이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 보인다’(공자), ‘타이산에 오르면 다른 산들이 보이지 않는다’(두보) 등.

 

그러나 이들의 노래와 달리 실제 높이는 해발 1,545m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중국의 오악(五岳) 중 으뜸으로 대접받는 것은 아마도 도교의 성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인 옥황봉 아래엔 도교의 성지인 벽하사(碧霞祠)를 비롯해 57개에 달하는 사찰이 산재해 있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남천문까지 간 후 걸어서 30분이면 정상에 도달한다. 등산의 묘미를 만끽하려면 7,412개의 돌계단을 오르는 것도 좋다. 3시간 정도 걸린다.

 

공자쇼


》길잡이

 

황해훼리를 이용, 평택항을 출발하는 4박5일 상품이 나와 있다. 계명국제교류원(02-736-0110)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수학여행 특별상품을 내놓았다. 7월29일부터 8월19일까지 4차례에 걸쳐 실시되며 매주 토요일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