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06-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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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여름 궁전(Klai Kangwon Palace)이 자리한 태국 최초의 휴양지 후아힌(Hua Hin).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에 가볍고 여유로운 걸음을 디디며 발자국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휴식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한국의 혼잡한 여름 해수욕장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여유와 평화와 낭만이 후아힌의 해안에는 깃들어 있다.
짜증날 듯 혼잡한 도로와 자욱한 찜통 매연이 내려앉은 방콕을 벗어난 지 2시간여. 거대 도시의 혼돈과 위압감이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주변 풍경은 평온하게 다가왔다. 직선으로 뚫린 도로 주변으로는 진초록의 나무들이 늘어서 열대의 끈적한 더위를 식혀주고, 멀리 야트막한 산과 푸른 모가 커가는 평야는 한국의 시골풍경인 듯 정겹게 느껴진다.
후아힌(Hua Hin)과 쌍둥이 도시인 차암(Cha Am)을 지나자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며 주변 풍경을 적셨다. 10월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우기가 시작되면서 매일 오후 1번씩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지도상의 도로는 바다를 따라 나있지만 바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허름하지만 고요한 지방 소도시 분위기를 풍기는 후아힌의 도심을 지나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도 바다는 볼 수 없었다.
고요한 해변에서의 한가로운 휴식
리조트 앞에 펼쳐진 해변에 들어선 뒤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백사장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지만 해변을 따라 지어진 고급 리조트와 건물들이 도로와 해변 사이의 공간을 빼곡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아름다운 후아힌 해변이 고요한 휴식 공간으로 이름난 것은 이렇듯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후아힌의 매력은 해가 뜰 때와 질 무렵에 해변을 거닐어 보아야 알 수 있다고 해서 해가 떠오르기 전 서둘러 해변으로 나갔다. 간밤에 우기의 시작을 알리는 폭풍우가 매섭게 몰아치더니 해변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쑥해져 있었다.
고요한 아침 해변에서는 가벼운 차림의 관광객들이 조깅을 즐기고, 주인 없는 떠돌이 누렁이들이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있다. 수평선 너머에서 붉은 태양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자 바다를 한껏 껴안은 넉넉한 해변은 눈부시게 환한 빛을 발한다. 파도도 잔잔하게 모래사장을 핥고 지날 뿐이다. 바다 위에 뜬 흰색 구름도, 상아빛 모래밭도, 백사장을 거니는 조랑말도, 모든 풍경이 아침 햇살 아래 멈춰선 듯했다.
사람들이 많을 법한 낮에도 후아힌의 해변은 조용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바닷물은 밀려왔다 밀려갈 뿐 품속에 사람의 자취를 담아가지 않는다. 관광객들은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파라솔 아래 안락의자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을 뿐이다.
힐튼(Hilton) 후아힌과 소피텔 센트럴(Sofitel Central) 후아힌 리조트의 중간에 있는 현지인들의 유일한 해수욕장도 파라솔만 즐비할 뿐 북적이지 않는다. 선남선녀들이 데이트를 즐기거나 바위투성이 바다에 발을 담그고 굴을 따는 광경이 간혹 눈에 띌 뿐이었다.
여름궁전에서의 상쾌한 시에스타
조선왕조를 끝으로 영원히 국왕을 상실한 한국인의 눈에 태국의 국왕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 길거리 입간판, 음식점의 한쪽 벽면, 태국인의 마음속 등 어느 곳에나 그들의 국왕은 부처에 대한 신앙처럼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선량한 백성을 향한 관심과 선행 덕분에 존경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그들의 국왕은 어른을 찾기 어려운 한반도의 이방인에게 부러움의 대상마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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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힌은 특히 국왕의 존재를 잘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911년 후아힌에 철도가 개통된
이후 라마 5세 국왕은 후아힌 북쪽에 여름궁전을 지었고, 라마 6세는 후아힌에 해변 맨션을 지었다.
1929년 라마 7세는 '걱정은 저 멀리'라는 뜻의 '클라이 캉원(Klai Kangwon)' 궁전을 짓고 주변을 왕실의 휴양지로 조성했다. 이후 방콕에서 230km 떨어진 지방의 작은 어촌 마을은 고귀한 왕족의 마을로 탈바꿈됐다. 지금 왕가의 휴양지는 고급 휴양시설을 맛보기 위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태국 최고의 관광지가 되어 있다.
후아힌 북쪽 20km 지점의 '마루에까타이야완 궁전(Phra Ratchani- wet Maruekkhathaiyawan Palace)'은 영화 '왕과 나'의 실제 모델인 라마 5세 국왕의 명에 의해 이탈리아 건축가가 설계한 여름궁전이다.
초록색 잔디 위에 붉은 기와를 얹은 목조건물 3동이 긴 회랑으로 연결된 궁전으로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노란색 기둥의 하단에는 홈이 파여 있는데 나무를 갉아먹는 개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물을 넣어두고 있다고 한다.
건물 안에는 왕의 소탈한 집무실과 왕비의 거처, 화려한 접견실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2층에서 연결된 2개의 기다란 회랑을 따라 바다 쪽으로 향하자 푸른 바다가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진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티크 원목 바닥에 앉아 조용하게 이야기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차가운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씻고 지난다. 바닥에 누우면 그대로 씨에스타에 빠져들 것만 같다. 옛날의 왕도 한 더위에 이곳에 드러누워 달콤한 일몽(一夢)을 즐기지 않았을까.
태국 최초의 골프장 로열 후아힌 GC
고급 리조트가 점령한 해변을 벗어나 후아힌 시내로 들어서면 작고 초라한 도심의 모습에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1920년에 지은 태국 전통의 목조 기차역과 타이 실크 빌리지(Thai Silk Village), 야시장(Night Market) 등은 후아힌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곳들이다.
기차역은 후아힌이 휴양지로 변모되는 기초가 된 유서 깊은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대합실이라는 별칭이 붙은 왕실전용대합실이 있다. 1924년에 문을 연 태국 최초의 로열 후아힌 GC를 비롯해 스프링필드, 임페리얼 레이크뷰 CC, 서울CC 등은 해저드가 많고 페어웨이 주변에 나무가 많아 도전적인 골퍼들이 찾아가볼 만하다.
태국의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리조트를 벗어나 해변가의 규모있는 레스토랑을 찾으면 된다.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해산물과 톡 쏘는 싱하(Singha) 맥주, 어두운 바다에 환하게 불을 밝힌 고깃배. 모든 풍경이 낭만 그 자체이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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