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문화일보 2006-06-30 15:38]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들과 할아버지가 오목을 두는 광경을 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오목을 두자고 도전을 한다.
팔 방진을 펼쳐서 아이가 도저히 이길 수 없게 만들자 약이 올랐는 지 씩씩댄다. 그렇게 몇 판을 두다 싫증이 나면 알까기를 하자고 한다. 처음에는 10알씩 갖고 시작했지만 아직 실력이 미숙해서 금방 지고 말았다. 그래서 10알 대 5알로 변경해서 시합을 했다.
도전하는 기개가 하도 가상해서 이번에는 아슬아슬하게 이기게 해주었다. 그랬더니 기가 살아서 ‘앗싸’를 외친다.
해가 바뀌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4월 어느 날, 아들이 “ 아빠, 나도 바둑학원에 다니고 싶은데요”라고 해서 “이젠, 오 목이 시시한가 보지. 그럼 아빠가 날짜를 잡을 테니 가보자”라 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바쁘니 다음 주에 약속을 정하 자”라고 말했다.
일주일이 지나서 아들에게 “다음 주 무슨 요 일에 갈 수 있니”라고 물었더니 수요일이라고 한다.
일주일 후, 수요일 오전에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애 가 1학년인데 바둑에 취미가 있어서 방문하려고 합니다.
혹, 아 이가 취미가 없으면 바로 등록을 안해도 되지요”라고 했더니 부 담감 없이 오라고 한다. 학교 앞에서 아이를 만나 학원에 갔다.
그곳은 이미 아이들로 바글바글하다.
원장과 상담을 하고 있는데 아이는 친구들과 조잘조잘 잡담하기 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속마음으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 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장에게 “한 번 생각을 해 보고 오겠습니다” 하고 나왔다.
아이는 “아빠, 왜 등록을 안 했어요”라고 한다. 그래서 “지 금은 네가 바둑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밖에 없는 것 같아.
그러나 네가 정말 배우고 싶다면 그때, 등록을 해줄게”라고 했 다. 그 말을 듣고도 관심이 없는 듯, 전혀 심각하지 않은 표정이 다.
그 후 보름이 지났다. 아이가 와서 “아빠, 바둑학원에 가고 싶은데요”라고 한다. 그때의 눈빛이란, 꼭 가고 싶은 간절한 눈 빛이었다. “그럼 아빠가 다음 주에 약속을 잡을게”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서 아이에게 “다음 주에 시간이 있으니 가보자” 라고 약속을 했다.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바둑학원에 다니게 되 었다.
처음 다녀온 날의 그 표정이란, 학교에 입학한 때보다 더욱 기뻐 했고, 심지어 바둑에 문외한인 누나에게 핀잔을 들어가며 자랑을 했다. 36급부터 시작하는 바둑은 초스피드로 급수가 올랐고 드 디어, 2년여 만에 1급이 되었다.
가끔 “아들아, 바둑이 힘들 면 몇 달 쉬다가 다시 하렴” 하고 말하면 “안 돼요, 조금이라 도 쉬면 금방 실력이 떨어져요”라고 아들은 훈계하듯이 말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은 항상 품안의 자식이기 쉽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기에 아이를 끌고 가려고 한 다. 하지만 오히려 따라가지 않으려고 반항한다.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의 마음보다 앞서서 억지로 시킨다면 부담과 스트레스가 되기 쉽다. 아이 스 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나오게 만드는 기술, 천천히 끌어내는 과 정이 매우 느린 것 같지만 효율적이며 가장 빠른 속성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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