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앙일보 2006-07-02 20:32]
"매장 구색 바꿔라"
이마트 분당점은 지난달 19일부터 매장 구조를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다.
가구.욕실용품.수예품 등 분야별로 나눠져 판매되던 생활용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할 수 있도록 고치고 있는 것이다.
'홈퍼니싱'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런 매장은 지난해 죽전점에 처음 등장했지만, 분당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지역 주부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마트 고객만족센터에 이모(37.경기도 분당구 수내동)씨 등 주부들이 '죽전점과 같은 방식으로 매장을 바꿔 달라'는 의견을 올렸고, 회사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아줌마 파워'는 제품 개발과 매장 구성 등 유통의 각 부문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줌마의 눈에 들지 않으면 장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다.
까르푸가 매장을 이랜드에 넘기고 한국 철수를 결정한 것도 결국 주부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까르푸 사장으로 내정된 이랜드 오상흔 대표는 "새롭게 고치는 까르푸 매장은 주부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유통물류진흥원 백인수 연구위원은 "주부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게 결국은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 코너 왜 없나"
◆"아줌마가 OK할 때까지"=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식품매장 내 '쿠킹 스튜디오'. 30여 명의 주부가 전문강사가 들려주는 요리강의를 메모하느라 분주하다. 6평 규모인 쿠킹 스튜디오는 2년 전에는 와인 매장이었다. 당시 주부들에게 매장에서 개선될 점을 물어본 결과 '요리강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개조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 6층에 최근 '프린스 라운지'를 만들었다. 이곳은 남성 고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TV와 컴퓨터에 안락의자.구두살균소독기 등을 갖춘 15평 정도의 공간이다.
이름은 남성을 위한 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주부를 위한 시설이라는 게 백화점 설명이다. 함께 쇼핑할 때 짜증 내는 남편들이 쉴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주부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이영화 영업전략실장은 "아줌마는 단순히 매출을 올려 주는 고객이 아니라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6월부터 초밥이나 샌드위치 등 유통 기한이 짧은 식품의 안내문을 큰 것으로 바꿨다. 여름철 위생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상할 우려가 있는 상품 안내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부들의 요구에 따른 조치였다.
"1회용 포장 만들라"
◆아줌마는 아이디어의 원천=남양유업이 최근 내놓은 1회용 스틱포장 분유는 주부 소비자의 의견에 따라 개발했다. 이 회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하는 사이버 건의 게시판에 "커피도 간편하게 1회용 포장이 있는데 분유는 왜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소비자 의견은 한 달에 3000여 건이나 된다.
GS수퍼마켓 인천 만수점은 "온라인 공동구매처럼 수퍼마켓에서도 공동구매 방식으로 물건을 싸게 사면 좋겠다"는 주부들의 요구에 따라 2주에 한 차례 고객 설문을 통해 공동구매 상품을 선정한다.
주부들의 힘이 세지면서 업체들은 자사 모니터 요원 등으로 활동할 주부 소비자를 모셔오는 데 열심이다. 풀무원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자사 제품을 평가해 줄 주부 모니터 요원을 600명이나 뽑았다. 이 회사 장인종 마케팅 팀장은 "풀무원의 모든 제품은 이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서도 '아줌마 파워'
주부 커뮤니티사이트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에는 AML이란 부서가 있다. '아줌마 마케팅 랩'의 약자다. 주부들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올리는 후기(後記)를 관리하는 곳이다. 아줌마 입소문 팀인 셈이다.
AML에는 7000여 명의 주부가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 기획팀 김영선 주임은 "인터넷에 익숙한 30.40대 주부는 온라인 상품 구매와 정보 교류가 늘면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주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오프라인처럼 주부의 눈에 들어야 장사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 옥션(www.auction.co.kr), 다음 디앤샵(www.dnshop.com) 등 온라인 쇼핑몰은 주부 잡기에 적극적이다. 오프라인 매장처럼 많은 상품을 동시에 보여 줄 수는 없으나 상품 분류 방식 변경 등을 통해 주부 고객을 유인한다.
댓글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주부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파악하며 오프라인과 같은 고객평가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옥션은 입찰.낙찰.구매확인 등 경매진행 단계를 어려워하는 주부를 위해 동영상 안내나 일대일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친절히 안내하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상품 구매에 관한 한 주부들은 다른 어느 세대보다 정보에 민감하다"며 "한경희스팀청소기 등 대박 상품은 모두 주부들의 입소문 검증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제조사 직원 90%
"주부를 보면
트렌드 보여"
"우리나라 주부는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의 일방적인 상품 홍보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자신과 같은 주부 소비자의 구매경험을 매우 중시하지요." GS홈쇼핑 마케팅팀 안준철 차장의 말이다. 우리 주부들은 입소문에 가장 신뢰를 보내며 주변의 소비 트렌드를 따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만큼 주부의 입소문에서 호평받지 못하거나 '아줌마' 눈 밖에 벗어나는 생활용품은 더 이상 판매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주부들은 동호인 모임을 통해 입소문을 낸다. 유니레버코리아 정경희 브랜드매니저는 "주부들은 소소한 일상사부터 제품에 대한 신랄한 평가까지 여러 온.오프 주부동호회를 통해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고객관리팀 안수현씨도 "주부들은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제품 개발에 반영시킨다"고 전했다. CJ 마케팅팀 장준오 과장은 "판매사원이 제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특징을 알지 못하면 거꾸로 주부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기 일쑤"라고 했다.
우리 주부들은 또 물건에 하자가 있거나(30명 중 29명 응답) 마음에 들지 않으면(25명 응답) 적극적으로 바꾸거나 환불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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