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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진짜 사나이' 칸과 김병지 형

피나얀 2006. 7. 3. 22:51

 

출처-[스포츠서울 2006-07-03 14:02]

 

세계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독일 축구팬들조차 불안해 하던 8강전에서 독일이 승부차기로 아르헨티나를 이겼다. 이날의 주인공은 말할 필요도 없이 승부차기에서 킥을 두 개나 막아낸 레만 골키퍼다.

 

그러나 지금도 독일의 골키퍼하면 대부분이 올리버 칸을 꼽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아스날의 수문장인 레만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국가대표 ‘넘버 원’으로 출전하게 됐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승부차기까지 갈 때 뮌헨에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인터넷으로 중계를 듣는(읽는?) 다른 사람들과 ‘골키퍼를 교체하지 않을까?’하고 얘기했다. 칸으로 교체할 줄 알았다.

 

칸에게는 넘치는 카리스마가 있다. 진짜로 멋있다. 선수들이 심한 몸싸움 때문에 항의를 하면 ‘축구는 사나이들이 하는 경기야. 여자들처럼 하고 싶냐?!’고 한마디 한다. 짝짝짝!

 

스위스의 어린선수들이 승부차기를 하면서 무지 긴장하는 얼굴을 본 것처럼, ‘칸의 카리스마가 어린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위협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그동안 독일은 골키퍼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칸은 경험이 많고 리더십이 있다. 레만은 컨디션으로 봐서 지금 우위에 있기 때문에 레만이 뛰어야 한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레만을 택했다. 많은 독일 축구팬들이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나 또한 그랬다. 결정이 나자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칸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뭔가가 터질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러나 결정이 나고 이틀 뒤, 무지 침착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칸은 “후보 골키퍼로라도 월드컵에 출전해서 팀을 돕고 자기 경험을 통해서 어린 선수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발표를 했다. 이 얘기 한마디에 축구팬들은 그냥 감동을 했고, 칸은 멋있는 사나이가 돼버렸다.

 

그리고 8강전에서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전 칸은 다시 한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칸과 레만은 라이벌이면서 서로 말도 안하기로 유명하다. 레만은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칸을 공격했고, 칸은 항상 자기가 넘버 원이라고 자부해 왔다. 이렇게 두사람은 굉장히 불편한 관계다.

 

그러나 칸은 바로 승부차기 직전에 팀이 하나라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레만에게 다가 어깨를 두들겨 주고 무엇인가 웃으면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둘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으아!!!! 너무 멋있다.

 

그 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멋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 모습은 독일 전역에 아니 전 세계에 TV를 통해 나갔다. 나는 수술을 받으러 뮌헨을 다녀오느라 재방송을 봤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사나이들의 축구구나. 이런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월드컵 직전까지 우리나라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넘버 원’ 김병지 골키퍼가 있었다. 그러나 병지 형은 월드컵때 단 한경기도 뛰지 못했다. 사실 그때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도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 누가 나갈지 모를 정도로 골키퍼 자리는 아무도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시만 해도 철이 한참 없었던 나랑 (이)천수는 폴란드전 명단을 발표하자 골키퍼로 누가 나갈지 내기까지 했었다. 결국은 (이)운재 형은 월드컵 전경기를 뛰었고 너무나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 뒤에는 묵묵히 아픈 가슴을 숨기며 같이 훈련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준 병지 형이 있었다는것을 우리는 잊으면 안된다.

 

병지 형은 단 한번도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이나 말을 한 적이 없다. 항상 어린 선수들은 잘 이끌어주고 식사 시간에는 오히려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팀 분위기를 ‘업’시켰다. 그 때는 내가 철이 없어서 아마도 병지 형의 힘든 마음을 다 알지 못했던 것같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훌륭한 선배님인지를 새삼 깨달게 된다.

 

축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스타 플레이어 많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축구는 11명 아니 벤치에 앉아 있는 모든 선수들이 정말 이기기를 간절히 원할 때, 그 때 가장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병지 형과 칸, 그들은 결코 실력이 떨어져서 경기장에 못 나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벤치에 앉은 그들의 모습이 진정한 프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나도 나중에 후배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흔히 말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를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진짜로 멋있는 형들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