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2006년 7월 19일(수) 오후 2:48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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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시어터, 홈바, 홈스파, 홈오피스 등 공동 시설 앞에 ‘홈’자가 붙기 시작했다. 실내 공간도 침실 수는 점점 줄고 게임룸, 피트니스룸, 댄스룸, 요가룸, 오디오룸 등 특수한 방과 공간들을 만드는 추세다.
집이 휴식 공간의 기능에서 점점 운동, 게임, 음악, 영화 등 새로운 여가 공간으로 변모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인스피리언스(insperience:indoor+experience) 기류에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는 선두 그룹은 싱글(single)족, 딩크(Double Income, No Kids: DINK)족, 디지털 코쿤(cocoon 누에고치)족이다. 어느새 우리 주거 생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아 가는 인스피리언스 라이프 스타일을 짚어본다.
ㄱ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퇴근길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으로 잠깐 고개를 돌리는가 싶더니 바로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빠른 손놀림으로 경쾌하게 버튼을 누르자 딸깍 문이 열린다. 기다렸다는 듯이 실내등이 켜진다.
크진 않지만 자그마한 거실 한쪽 벽면은 프로젝션 TV, DVD플레이어, 프론트 스피커가 일렬로 놓인, 홈시어터로 채워져 있다. 맞은편 벽면엔 실내자전거와 작은 아령, 요가매트, 체중계를 올망졸망 놓아 제법 미니 체육관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아일랜드형 부엌의 간이 식탁은 에스프레소 커피메이커와 와인랙, 허브티, 향초를 두고 홈바로 꾸며져 있다.
커피메이커에서 막 뽑은 진한 커피 한 잔, 공기방울의 마사지,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내일, 휴일이니까, 영화나 볼까. ㅈ도 부를까. 새로 산 에스프레소 커피메이커의 위력도 보여줄겸.”
ㄱ은 얼마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스파기포발생기를 이용, 거품욕조 속에서 저녁 플랜을 짜며 짜릿한 행복감을 느낀다. ㄱ은 영화관보다는 편안한 옷차림으로 간식도 즐기면서 집에서 영화보기를 즐긴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못지 않은 커피메이커도 있다. 향초를 켜고 요가도 즐긴다. 굳이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20평 남짓한 복층 원룸의 1층은 작지만 영화관, 체육관, 카페, 스파를 모두 갖춘 그녀만의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ㄱ은 실내 여가활동을 선호하는 인스피어리언스족의 대열에 가까워지고 있다.
#나만의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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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외부로부터 야기되는 스트레스와 위험 요소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는 안전한 실내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여가시간을 충족시킬 수 있는 주거환경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핵가족의 재분열과 늘어나는 ‘나홀로 가장’ 등 가족은 해체 위기에 있지만 ‘집’으로의 회귀 성향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집안에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꾸며 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 이 인스피리언스 라이프 스타일을 좇는 부류는 스스로를 외부와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집 안에 틀어박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놀거리와 시설로 여가시간을 집안에서 즐기는 디지털 코쿤족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급 호텔 같은 로비, 리조트 수준의 스파, 전문 트레이너가 상주하는 헬스 클럽 등을 갖추고 주거공간 내에서 원스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공동빌라단지, 주상복합아파트 등에서 인스피리언스 문화가 등장했다. 그후 고급 빌라, 대형 아파트를 소유한 부유층의 개인 공간에서 원룸 공간에까지 인스피리언스 경향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20대도 자신의 방을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생활공간으로 꾸미는데 열중하고 있다.
#첨단 디지털기술의 진화도 한몫
최첨단 디지털 기술은 점점 흥미롭고, 저렴하며, 질적으로 향상된 기기를 내놓으며 디지털 세대인 10~20대까지 인스피리언스 대열에 동참시키고 있다.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린 LCD TV도 저가형과 소형이 보급되면서 일반 가정에까지 급속히 전파될 전망이다. 고가의 스파욕조나 월풀욕조를 구입하지 않아도 집에서 간편히 아쿠아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스파거품발생기의 출시로 홈스파도 대중화 물결을 타고 있다.
사람들은 공적인 장소에서 가질 수 있었던 재미있는 경험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기를 멈추지 않는다. 바쁜 현대에선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1인2역, 3역은 다반사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집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주거공간의 복합기능화는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하다. 편리함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마다 고유의 개성과 향취가 있듯 공간도 고유의 영역이 있다. 다음날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보다 바깥 시설을 모두 옮겨 놓은 듯한 공간으로 바뀌는 건 썩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지나친 현대인의 개인화 경향을 엿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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