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세계일보 2006-07-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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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깐짜나부리 지역 사이욕 국립공원의 정글은 평화롭다. 희번덕거리는 맹수의 눈,
초식동물의 비명은 어디에도 없다. 콰이강에 떠 있는 수상 방갈로의 그물침대에 스웨덴 청년이 누워 느릿느릿 책장을 넘길 뿐이다. 방갈로 뒤편
강가에선 코끼리가 물을 끼얹고 있다. 한없이 한가롭다.
수상 방갈로에서 도심의 자동차 경적과 열대야는 먼 나라 얘기다. 전기가 없어 TV나 스테레오에서 나오는 소음 잡탕도 없다. 문명과 거리를 뒀지만 남폿불과 수세식 화장실이 충분하니 불편하지 않다. 낮엔 코끼리 트레킹과 뗏목 래프팅을 즐기고, 밤에는 교교한 달빛 아래서 파인애플을 베어 무는 정글. 사이욕 정글은 상큼한 파인애플 맛이다. 열대는 달콤하다.
# 정글, 짜릿한 모험과 눈요기
사이욕 정글엔 체험할 만한 것이 많다. 그 중 뗏목을 타고 거대한 강을 미끄러져 가는 것이 가장 설렌다. 소싯적에 뗏목 여행을 꿈꾸지 않은 이가 있을까. 뗏목 위에서 당당하게 허리춤에 손을 얹으면 허클베리 핀이 된 기분이다. 수상 가옥에서 세수를 하는 주민, 강물을 마시는 물소 떼 등 낯선 풍경은 모험가의 감흥을 더욱 신선하게 한다.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강물에 뛰어들자. 흰소리가 아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리버콰이 리조텔 선착장까지 떠내려 가는 것이다. 헤엄을 치지 않아도 강물이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악어나 애너콘다 따윈 없으니 겁낼 필요 없지만, 뗏목과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상 방갈로에서 리버콰이 리조텔 선착장까지 15분 동안 자유 유영을 즐겨보자.
수상 방갈로 뒤편은 토착민 몬족의 터전이다. 여기엔 제 등을 선선히 내어 주는 코끼리가 세 마리 있다. 코끼리는 사람 둘을 태우고 밀림 속 마을을 순회한다. 진지하게 경전을 읽는 승려,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아낙의 모습이 눈앞에 스친다. 모든 풍경은 코끼리의 발걸음에 들썩거려 생명력을 얻는다. 정글엔 볼거리만 많은 게 아니라 모기도 많은 편이다. 정글 트레킹을 하기 전 모기약을 바르거나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몬족 전통 춤판이 벌어진다. 부락민은 실로폰 같은 전통 악기 반주에 맞춰 통통 튀듯 춤춘다. 12음계를 벗어난 야릇한 음과 구분동작처럼 끊어지는 춤사위가 마음을 잡아끈다. 특히 청년들의 몸놀림은 브레이크 댄스 못지않게 힘차다. 공연이 끝난 뒤 약간의 팁을 주는 것이 관례다. 이들 몬족은 관광 수입원으로만 생계를 꾸린다. 낮 동안 래프팅, 코끼리 트레킹에 몰입하느라 몸이 찌뿌드드하다면 마사지를 받아보자.
1000년 넘게 이어온 태국 전통 마사지는 굳었던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30분가량 온몸의 경혈을 정성스레 자극하면 몸이 스르르 녹는다. 이런 상태에서 숙면을 하면 마른 솜같이 가벼운 몸으로 아침을 맞게 된다.
# 태국만의 정취, 물 위의 시장·사파리
방콕에서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담는사두악 시장은 물 위에 떠 있는 재래시장이다. 상인들은 쪽배에 과일, 옷가지, 기념품을 늘어놓고 판다.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나타나면 얼른 그 배에 ‘도킹’한다. 두 배가 달라붙어 상거래를 하는 장면이 한국인에겐 퍽 이색적이다. 좁은 수로에 수십 척의 배가 비켜 가도 접촉사고 하나 없다.
수상시장에서 과일은 ‘껌값’만큼이나 싸다. 두리안, 망고, 망고스틴 등 열대 과일을 원없이 먹을 수 있다. 썰어놓은 망고 하나가 1달러(약 960원)이고,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이 1㎏에 30밧(약 780원)이다. 망고스틴 1㎏이 120밧(약 3000원)에 팔리는 방콕 시내에 비하면 거저나 다름없다.
사이욕 국립공원 내 사파리 파크에서 기린, 얼룩말, 낙타 무리 속으로 섞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당근, 바나나 등 먹이를 주려고 하면 목이 긴 기린이 사파리 버스 창 안으로 긴 머리를 들이민다. 기린은 게걸스럽게 당근을 먹어치우지만, 우아하고 긴 눈썹 덕분에 귀엽다. 기린과 함께 창 안을 기웃거리는 낙타는 우락부락한 생김새 탓에 조금 밉살스럽다. 악어 사육장에선 조련사가 악어 아가리에 제 머리를 집어넣는 아찔한 쇼를 펼친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게 관광의 전부가 아니다. 콰이강에는 2차 세계대전이 남긴 깊은 상처가 남아 있다. 일본군이 연합군 포로를 혹사하며 철교를 건설했는데, 그 과정에서 약 2만명이 스러졌다. 콰이강의 다리 위를 걸으면, 전쟁 뒤에 싹튼 지금의 평화를 다행스럽게 여기게 된다. 콰이강의 다리는 인근 전쟁박물관, 연합군묘지와 더불어 ‘역사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 태국 전통 음식
리버콰이 리조텔에선 직접 태국 전통음식 ‘똠얌꿍’과 볶음국수, 코코넛 밀크를 요리할 수 있다. 신맛과 매운맛이 두드러진 태국 음식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향신료 양을 조절한다.
‘똠얌꿍’은 부야베스(어패류를 이용한 프랑스 요리), 상어지느러미 수프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꼽힌다. ‘꿍’이 새우를 뜻하므로 우리말로 옮기면 ‘태국식 새우 수프’쯤 된다. 레몬그래스, 카피르라임 잎, 고추가 빚어내는 시큼하고 매운 맛이 은근히 숟가락질을 재촉한다. 경상도에서 즐겨 먹는 방아잎 향과 비슷한 계통이다.
볶음국수도 취향껏 만들 수 있다. 맛을 내기 위해 남쁠라(피시 소스)와 라임 즙을 넣는데, 입맛에 맞게 그 양을 조절한다. 새우, 숙주나물을 면과 함께 볶는 태국식 볶음국수는 잡채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잘 맞는다. 후식으로 나오는 코코넛 밀크는 향신료에 자극받은 혀를 부드럽게 달랜다. 우유처럼 뽀얀 빛깔이 달착지근하면서 고소하다. 유당 분해 효소가 없는 이도 배탈 걱정 없이 음미할 수 있다.
콰이강의 다리 밑에 있는 수상 레스토랑에서는 닭 요리 ‘까이팟 멧 마무앙’과 돼지고기 튀김요리 ‘무 팟 뜨리오완’ 등 갖가지 전통 요리를 내놓는다. 이 식당 남자 화장실에 가면 문간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을 정성스럽게 닦아준다. 공짜 서비스인 줄 알았다가 불쑥 돈을 요구하는 손길에 당황할 수 있다. 갑작스럽고 극진한 친절은 유료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태국은 접시, 포크 문화다. 종업원들이 돌아다니며 밥을 접시에 덜어준다. 일반적으로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 숟가락을 쥔다. 포크로 밥알을 그러모아 숟가락에 올린 뒤 먹는 게 식탁 예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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