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우리문화사랑방
스미다가와 불꽃대회
7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던 26일 일본의 여름축제인 하나비를 다녀왔다.
축제는 19:10 ~20:30 까지 행해지고 있었지만 하나비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겐 이미 며칠 전부터 축제는 시작된 셈이었다.
스미다가와 불꽃놀이는 에도시대부터 시작된 전통적인 여름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불꽃 축제와 관련된 6개의 회사와 전국에서 선발 된 3개의 회사가 참여하여 스미다가와의 하늘을 불꽃으로 화려하게 수놓아 장관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화약을 이용한 근대적 불꽃놀이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되어 영국에서 꽃피운 것은 경제적인 여유와 좀 더 멋지고 환상적인 삶을 위한 문화적인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하나비도 그뿌리를 찾자면 에도시대의 평화와 번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하나비는 1543년 타네가섬에 포르투칼인이 내항하여 철포를 전한 것이 그 기원이다. 화약은 전국(戰國)시대에 무기로 사용되었으나 에도시대에 들어오면서 오락으로서의 하나비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데 사용되었던 화약이 오락으로서 그 용도를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불꽃놀이는 1613년 영국왕 제임스 1세의 사신인 존 셀리스가 도쿠가와이에야스 앞에서 펼쳐 보인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를 기점으로 하여 도쿠가와 가문은 물론이거니와 전국의 제후들까지 합세하여 전문 장인인 하나비시(花火師)를 스미다가와에 집결시켜 후원자의 명예를 걸고 솜씨를 겨루게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하나비는 곧 서민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게 되었으나 그 후유증으로 화재가 잇따랐다. 그 후 막부는 화재를 이유로 6차례의 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하였으나 1733년 8대 쇼군이었던 요시무네(吉宗)가 전년의 흉년과 전염병으로 숨진 사람들을 위한 위령제에서 불꽃놀이를 다시 시작하게 된 후 금지령은 완전히 해제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기술을 갖게 되기까지는 19세기 말 각종의 화학약품을 곁들여 다양한 빛깔을 내는 기법을 도입하므로써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대를 이어 장인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매년 대회를 통해 기량을 겨룬 결과 세계 정상의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매년 새로운 하나비가 개발되고 있으니 올해도 변함없이 새롭게 태어난 하나비가 쏘아 올려져 사람들의 탄성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창출해낼 것임이 분명하다.
일본의 여름은 언제나 습하고 눅눅하며 높은 기온으로 인해 사람을 지치고 고단하게 한다. 이를 이겨내기위한 방안으로 다다미와 유카타 문화가 생겨났고 하나비 즉 불꽃놀이라는 문화가 정착되게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답답한 환경에서 폭발하듯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불꽃놀이가 아주 잘 대변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의 여름은 하나비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매년 7월에서 8월까지 전국은 각 지역의 이름을 내건 각종 불꽃대회를 개최하여 하나비 축제에 열중하게 된다. 특히 도쿄의 경우는 스미다가와 대회, 에도가와구 대회, 이타바시구 대회, 도쿄만 대회등 큼직한 대회가 여러 개 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두 참석해보려고 작정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이름난 하나비 대회라고 할 수 있는 스미다가와 하나비 대회는 해마다 90만명의 구경꾼이 찾아든다. 90만명이라는 거대한 인구의 이동이 불꽃놀이라는 로맨틱한 행사를 위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군국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일본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긴 어느것에나 ,누구에게나 야누스적인 면은 있는 법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하나비 대회가 개최되는 오늘, 도로엔 교통이 통제되어 한 대의차도 발견할 수 없다. 차 대신 수많은 사람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과 경비원이 질서를 담당하게 되는데 경비원의 숫자만 해도 약 1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스미다가와 대회는 도쿄도 스미다구 사쿠라바시 하류에서 시작하여 코토오이바시 상류까지, 코마카타바시 하류에서 우마야바시 상류까지 이루어진다.
거리의 모습과 하나비 축제의 특징인 유타카를 입은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촬영하여 남겨 두었다.
올해로 29회를 맞이하는 이 대회에서는 약 2만발의 불꽃이 발사된다고 들었다. 지난해의 경우는 9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마다 들어차 있는지라 난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유카타를 입은 젊은 일본여성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유카타 차림의 여성들은 부채나 손수건을 들고 있으며 머리장식으로 독특한 헤어핀을 하고 있다. 주로 꽃을 많이 꽂고 있었는데 축제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현대적 축제에 전통의상의 조화로움은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유카타를 차려입고 하나비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불꽃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고 싶은 열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거리에 자리를 깔고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준비해와서 하나비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맨발이 부끄러운지 손수건을 살짝 얹은 센스가 아름다운 일본 여성.
일본의 하나비 축제는 가족단위가 많다. 제각기 집에서 만들어 오거나 도시락을 사 와서 상을 펴고 먹는 가족들의 모습과 다정한 연인들, 친구들의 모습을 하나비 축제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넓고 넓은 밤하늘을 거대한 스크린 삼아 화려하게 펼쳐지는 하나비를 바라본다는 것은 현실에서의 모든 시름과 고통을 접어두고 불꽃 하나하나에 삶의 희망을 걸고, 미래를 걸고 소원을 빌어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성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리하여 하나비는 일본인들에게 있어 한 여름밤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약 2시간동안 펼쳐지는 하나비 축제를 보기 위해 일본 각지에서 올라 온 사람들은 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위해 며칠전부터 밤을 새우기도 한다. 유카타를 입은 젊은 연인들로 인해 축제의 분위기는 고조되어가고 지금 이순간을 남겨두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나비 대회가 다가오면 일본인들 사이에는 재미있는 경쟁이 시작되는데 바로 목좋은 곳에서 편안히 하나비를 감상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그것이다.
하나비 마니아들은 행사 시작 며칠전부터 점찍어 둔 자리 주변을 커다란 비닐과 테이프로 둘러쳐 놓고 권리를 주장하는데, 그것으로도 불안하여 친구와 가족들이 교대로 며칠간 노숙을 하기도 한단다. 아버지인 가장이 좋은 자리를 확보해놓은 것이 일본사회에서는 필수적인 가족 서비스 중의 하나인데,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밤샘을 하는 직장인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들었다. 벗꽃놀이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난다. 재미있는 관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멋진 하나비가 어찌 일본인들만을 위한 잔치가 될 수 있겠는가? 외국여성들도 어여쁜 유카타를 차려입고 하나비의 축제에 참석했다.
불꽃놀이를 시작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그러나 이미 행사장 주변을 사람들로 가득 메워진 상태다. 어른들은 맥주로 목을 축이고 청소년들은 휴대용 텔레비전이나 게임기에 열중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 달콤한 기다림을 거절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으로 기다림마저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인다.
오늘은 연인이 없어도 좋다. 친구들끼리만 모여 수다를 떤다해도 마냥 즐겁기만 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여름휴가 비용을 털어 유카타를 장만하고 하나비를 즐기는 젊은 여성이 많다고하니 하나비가 일본인들의 삶에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짐작하게 한다.
행사장 주변의 노점상도 빠트릴 수 없는 명물이라고 하겠다. 문어를 넣고 일본식 간식인 다코야키와 어묵 , 야키소바 등의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 또한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음이다.
각종 야채를 넣고 햄과 달걀을 보태어 아주 먹음직스러운 전을 부쳐내고 있다. 사람들이 줄을서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주인이 만들어내기가 바쁠 지경이다.
6,70년대의 빙수가 생각난다. 그때는 불량식품이라해도 상관치않고 빨강, 노랑, 초록 물감을 넣은 빙수를 많이도 먹었는데 말이다.
아무리 더워도 떨어져 앉을 수 없다. 두 마리의 양처럼 사랑스럽게 붙어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않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기다림과 설렘의 끝에 터져나온 불꽃...사람들의 탄성과 환호가 어울려 황홀하기까지 하다.
마치 화산에서 터져나오는 용암을 보는 기분이다.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끈끈해지려는 몸과 마음을 순식간에 상쾌하게 바꿔준다. 화약냄새가 거리를 메우고, 터져버리고 남은 찌꺼기가 날아다니다 얼굴과 옷에 붙어버려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내재적인 즐거움이 육체의 고단함을 이겨낼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2시간 정도 지속되는 하나비 대회에서 발사되는 불꽃은 대략 2만발. 그중에 지름 수백미터를 넘는 커다란 불꽃도 있다. 거대한 위성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의 어느 곳에선가 저것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나비가 끝나기 직전 마지막 5분을 남겨놓고는 남은 불꽃을 모두 한꺼번에 쏘아대기때문에 수백발의 불꽃이 동시에 밤하늘을 장악하게 된다. 그 어떤 단어로도 이 광경을 묘사할 수 없다.
그리고........ 귀가 전쟁이다. 수십만명의 일본인을 상대로 엄청난 귀가 전쟁을 치뤄야 하지만 환상적이고 로맨틱했던 불꽃이 주는 기억을 선물로 받았으니 가슴 뿌듯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전철인들 제대로 탈 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섰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일본인들은 질서도 정연하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기때문에 어렵지않게 귀가길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일본사람보다 더 질서의식이 있는 터인지라 부러울 것은 없다.
가장 일본사람 분위기가 나는 커플을 발견했다. 외국인이라고 하면서 사진을 부탁하자
스스럼없이 흔쾌히 허락한다. 검은색을 기본으로 한 커플룩을 아주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는 연인들이다. 이들의 앞날에 불꽃처럼 찬란한 행복이 있기를
빌어주고 싶다.
그런데 왜 일본사람들은 하나비 축제에 대해 그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불꽃축제를 마다하는 민족이 있을리 없겠지만 일본인들의 하나비 축제에 대한 열망은 유난하다. 일본의 혼이라고 말하는 무사도 정신이 하나비에 대한 일본인의 열망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나비가 무사도가 성행하던 에도시대에 그 기원을 둔 것으로 보아도 그렇다. 단 한 번의 승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일본의 무사도 정신이라는 특유의 문화적 배경이 일본인의 정서속에 깊게 뿌리 내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한 순간에 끝나버리기는 하지만 아무런 제약도 없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마음껏 펼쳐지는 불꽃의 향연에 대한 자극적인 매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올 여름에 일본을 여행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있다면 하나비 대회에 참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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