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백색미인’ 에 반해 발걸음 안떨어져∼

피나얀 2006. 8. 10. 21:28

 

출처-[국민일보 2006-08-10 15:21]

 

 


“회산백련지로 청순한 자태의 백색미인 만나러 오세요.”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인 전남 무안 일로읍의 회산백련지가 순백의 백련으로 숨막히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10만여평의 저수지를 수놓은 초록 연잎 사이로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내민 백련의 자태는 아름답다 못해 감히 범접하지 못할 청순미를 지녔다.

 

품바의 발상지인 무안 일로읍에 저수지가 만들어진 것은 일제시대. 쌀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일로읍 일대에 300만 평의 농장을 만들면서 농업용수용 저수지인 복룡지를 축조했다. 그 후 영산강 하구둑이 들어서면서 저수지 기능을 상실한 복룡지에 인근 회산마을 주민이 백련 12주를 심으면서 증식을 거듭해 회산백련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회산 연꽃방죽으로도 불리는 회산백련지에는 백련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도록 저수지를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는 약 800m의 탐방로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나무 데크로 만든 탐방로는 높이도 낮아 멀리서 보면 탐방객들이 저수지 수면을 걸어 다니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백련은 홍련처럼 일시에 피지 않고 7월부터 9월까지 피고 지고를 거듭한다.

 

우산처럼 커다란 초록 연잎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꽃봉오리가 맺히기까지는 20여일. 하지만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3일 만에 백련은 서러운 듯 꽃잎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꽃잎이 떨어진 자리엔 까맣게 영근 연밥이 나날이 몸무게를 더한다.

 

이른 새벽 여명에 물든 회산백련지는 한 폭의 살아 있는 그림이다. 연분홍색을 띤 백련 꽃봉오리가 앞다퉈 꽃잎을 열기 시작하면 은은한 백련 향기가 저수지 수면을 둥둥 떠다닌다. 백련은 신기하게도 꽃봉오리 땐 연분홍색을 띠지만 꽃잎이 벌어지면서 흰색으로 변한다. 하얀 꽃잎 속에 노란 꽃술과 연두색 연밥을 소중하게 간직한 백련은 첫아이를 가진 새댁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고추잠자리와 물잠자리가 저공비행을 하는 백련 꽃밭에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지면 회산백련지는 거대한 야외음악당으로 변신한다. 굵은 빗방울이 초록 연잎에 떨어지는 소리는 보석이 쟁반을 구르는 것처럼 청아하다. 제 세상을 만난 듯 울어대는 개구리의 합창도 잠깐. 소나기가 지나간 후 연잎에 맺힌 물방울은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품고 있다.

 

회산백련지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어둠의 장막이 수면을 뒤덮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별빛을 먹고 자라 피부가 더욱 하얀 백련이 수면을 수놓은 모습이 영락없는 백색미인이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백련의 은은한 향기와 자태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메기 붕어 잉어 가물치 등이 우글거리는 회산백련지는 백련을 비롯해 희귀종인 가시연,홍련,수련,어리연,노랑어리연,순채,물옥잠,물양귀비,물배추,부들,개구리밥 등 50여종의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보트를 타고 저수지의 백련 숲을 헤쳐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

 

무안군은 11일부터 15일까지 회산백련지에서 ‘제10회 무안백련 대축제’를 개최한다. 기독교 문화행사인 ‘백련 향기를 온 누리에’와 품바 공연,퓨전국악 콘서트 ‘도드리’,연문양 부채 만들기,백련 천연염색,도자기 빚기,연비누 만들기 등 백련을 주제로 다채로운 공연 및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이밖에도 연꽃 모양의 대형 얼음조각과 이글루,얼음길,얼음벤치도 설치된다. 수상유리온실의 연테마음식관에선 연으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국수는 물론 분청사기 찻잔에 하얀 연꽃잎을 띄워 마시는 백련차도 선보인다.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에서 회산백련지까지 차로 15분 거리. 입장료는 어른 3000원,어린이 2000원(무안군청 관광문화과 061-450-5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