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뉴스메이커 2006-08-11 10:00]
해제반도 가는 길
|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올 걸 그랬어 흔들리는, 흔들리지 않는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로 열린 무덤들 살아온 날들이야 그렇다 치고, 살아가야 할 날들은 또 얼마만큼의 무게로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지 몸도 조금 비워두고 올 걸 그랬어 휘청이는, 비틀거리는 길 위의 날들이여 돌고 돌아도 눈물 아닌 곳 없고 피고 지는 풀꽃들 그리움으로만 내려앉나니 몸도 마음도 그렇게 놓아주면 될 걸 그랬어
- 영광 백수해안
*최근 건설교통부는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했다. 관의 일이기는 했으나, 나는 그 안목에 주저 없이 동의한다. 이 길은 올라서면 푸른 하늘이요, 내려가면 푸른 바다다. 그 푸르름 속에는 알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 담겨 있다.
백수해안도로는 그토록 아름답지만, 마음 가기로는 해제반도의 길들이 그 윗줄에 자리한다. 바다와 바다가 만나는 이 길은 붉은 황토밭과 낮은 구릉들 사이로 점점이 박힌 무덤들을 헤치며 가는 길이다. 그 너머로 바다는 너무도 아련하다. 해제반도의 한쪽 끝자락 도리포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마을’이다. 이 역시 나는 어떤 이의도 달지 않으련다.
On road
영광 - 법성포|굴비 - 모래미 - 백수해안도로 - 향화도 - 두우리 갯벌과 백바위해수욕장 - 안악해수욕장 - 함평해수약찜 - 돌머리해수욕장 - 현경 - 해제반도|홀통/도리포 - 지도 - 증도|우전해수욕장/게르마늄갯벌 - 임자도|대광해수욕장 - 망운 - 조금나루해수욕장 - 무안 -호담항공우주전시장 - 몽탄 - 일로 - 회산백련지|백련대축제(8월11일~15일)
|
화산백련지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
일찌감치 고창쯤에서 내려 백수해안도로를 거쳐, 해제반도를 돌아 무안으로 가는 것은 회산백련지의 연꽃을 만나러 가기 위함이다.
‘원천강’이라는 무속신화에 연꽃이야기가 나온다. ‘오늘’이라는 소녀가 부모의 나라인 몇백만 리 밖의 원천강을 찾아가는 길에 연꽃과 큰 뱀 등을 만나 그들의 안내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어렵게 부모를 만난 오늘은 자기를 도와준 이들의 해원을 진언하니, 부모는 ‘연꽃은 윗가지의 꽃을 따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다른 가지에도 만발할 것이요, 큰 뱀은…’라고 했다.
10만 평에 이르는 회산백련지의 장엄은 1979년에 작고한 정수동 씨가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1955년에 동네아이들이 우연히 발견한 연뿌리 12개를 소중히 길러 이룩한 것이다. 말이 10만 평이지 한쪽 끝에 서면 다른 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연못에 푸른 연잎과 흰 연꽃이 무시로 넘실거린다. 가위 ‘군자의 바다’요, 청정무구한 극락정토다.
섭섭하게,/그러나/아조 섭섭지는 말고/좀 섭섭한 듯만 하게,//이별이게, 그러나/아주 영 이별은 말고/어디 내생에서라도/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꽃/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한 두 철 전/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이미 연꽃 만나고 오는 바람 속에 백련향이 그윽하니, 나는 잠시 넋을 놓는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머무름 또한 영원할 수 없으니, 나는 저물기 전에 다시 길로 나서야 한다. 그 길 위에서 과연 나는 어떤 꽃을 전할 수 있을는지.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타는 여친, 그 섹시함에 '뿅' 갔다" (0) | 2006.08.12 |
---|---|
능선길 걷다 계곡에 걸터 앉아 가슴까지 서늘한 '탁족' 즐겨요 (0) | 2006.08.11 |
‘백색미인’ 에 반해 발걸음 안떨어져∼ (0) | 2006.08.10 |
전남 무안 백련지 가다 (0) | 2006.08.10 |
섬진강 따라 페달 밟으면 100리 길도 한나절 (0) | 200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