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어, 자전거가 물 위에 떠 있네"

피나얀 2006. 8. 13. 21:00

 

출처-[오마이뉴스 2006-08-13 18:21]

 

 

▲ 보기에는 분명 자전거인데 바퀴가 보이지 않고 물에 떠 있습니다.
ⓒ2006 임윤수
반쯤은 물에 잠겨 있어 바퀴가 보이지 않는 자전거 위에서 원색의 운동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허벅지 근육이 팽팽해지도록 페달을 돌리고 있습니다. 물위에 떠 있고 바퀴만 보이지 않을 뿐 분명 자전거입니다.

자전거 형태의 체대에는 안장이 달려있고, 방향을 틀 때 사용하는 핸들 그리고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와 체인까지 달려있었지만 바퀴부분은 물에 잠겨있는지 보이질 않았습니다. 열심히 페달을 밟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자전거인데 물에 떠있는 것으로 봐서는 보트입니다.

안장이 하나밖에 달려있지 않아 한 사람만이 타는 1인용도 있고, 두 사람이 탈 수 있는 2인용, 한꺼번에 세 사람이나 탈 수 있는 3인용도 있었습니다. 주자들의 울퉁불퉁한 허벅지 근육이 움찔하며 만들어낸 파워가 볼록하게 튀어 나와 있는 장딴지로 전해지는가 했더니 바퀴 없는 자전거들이 물위를 질주합니다.

 

▲ 혼자서 타는 1인용도 있었습니다.
ⓒ2006 임윤수

 

▲ 세 명이 한꺼번에 타는 3인용도 있었습니다.
ⓒ2006 임윤수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11, 12) 양일간 대전 갑천에서는 사람의 힘으로 보트를 추진시키는 인력선축제(Human Powered Vessel Festival 2006)가 있었습니다. 조선(造船) 관련학과가 있는 전국 13개 대학 20개 팀이 참가해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인력선으로 수상경기를 펼치는 그런 행사였습니다.

대부분이 조선과 관련있는 분야를 전공하는 공학도들이겠지만 레이스를 펼칠 때는 운동선수들 못지않게 뜨거운 열정을 보이는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축제의 현장에 나와 있는 인력선들은 학생들 스스로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설계하고 수 개월씩 파이프나 철판을 자르고 용접해서 만든 그들만의 결정체였을 겁니다. 그렇게 만든 인력선을 목포나 부산 등에서 애마처럼 애지중지하며 먼 거리를 수송해 와 갑천에 띄운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투박해 보이고 조금은 모자라는 듯 보이지만 거기엔 학생들이 배웠던 조선 관련 전공지식이 함축되어 있을 겁니다. 이론으로만 배웠던 동역학이나 구조역학 등을 실물에 접목하느라 거듭하고 반복하였을 무수한 실패와 착오의 흔적들이 집결된 결실체로 보였습니다. 학생들이 조선을 배우며 완성한 걸작, 그들 나름대로 최고의 효과를 기대하는 걸작품들이 우승을 겨루는 현장이었을 겁니다.

 

▲ 허벅지 근육이 불거지도록 페달을 밟아댑니다.
ⓒ2006 임윤수

 

▲ 인력선들이 물결을 가르며 앞서거니 경쟁을 합니다.
ⓒ2006 임윤수

 

▲ 밟아대는 페달은 기어를 돌리고, 돌아가는 기어는 체인을 통해 물속에 있는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력을 얻습니다.
ⓒ2006 임윤수
12일 오후, 인력선들의 내구성을 평가하기 위한 3000m 수상 레이스가 드디어 시작됩니다. 주자들의 땀을 식혀주려는지 멀쩡했던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굴러가는 바퀴가 보이지 않으니 마치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주자들의 얼굴은 물에 젖고 소나기에 젖었음에도 흘러내리는 땀줄기가 역력합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레이스를 펼칩니다.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임에도 주자들이 토해내는 헉헉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스릴감을 조장합니다.

최고의 출력을 내는 엔진소리처럼 헉헉거리는 숨소리들도 절정에 이른 듯합니다. 그러더니 한참을 달리던 인력선들이 한 대 두 대 수면을 박차며 물위로 떠오르는 듯 부양을 합니다. 보트처럼 생겨 물에 잠겨있던 실체(부양체)들이 비행이라도 할 것 같은 기세로 물 위로 드러나며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합니다.

 

▲ 속도가 붙으니 비행체처럼 수면을 떠올라 부양되었습니다.
ⓒ2006 임윤수

 

▲ 코너를 돌때는 한쪽이 들리며 금방이라도 넘어질듯 해 스릴감을 주었습니다.
ⓒ2006 임윤수

 

▲ 꼭 이런 사람 있습니다. 앞사람에게 의지해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고 얌체의 모습입니다. 경기 종료 후상황입니다.
ⓒ2006 임윤수
불끈 움켜 쥔 주먹에 와락 힘을 주며 공중으로 치솟기만을 기다려보지만 터질 것처럼 들리던 주자들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면서 부양되었던 부분들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인력선들은 앞지르고 뒤처지기를 반복하더니 드디어 목표지점을 골인하며 기록들이 발표됩니다.

20여개의 참가 팀 중 목포해양대학교 청진해팀의 Wing+호가 18분 46초 43의 기록으로 영예의 1위를 차지합니다. 분명 1등도 있고 꼴찌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등위는 또 하나의 상징일 뿐인가 봅니다. 경기 중에는 서로를 경쟁하며 앞뒤를 다투더니 경기가 끝나니 서로가 서로를 축하하며 한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즐길 뿐입니다.

 

▲ 구경을 하던 꼬마도 인력선을 타더니 좋아했습니다.
ⓒ2006 임윤수
눈으로 본 것은 분명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었지만 기록으로 남는 것은 역시 사람의 힘으로 추진력을 얻어 향해한 인력선의 속도와 기록이었습니다. 강의실에서 배운 것을 실전에 접목시키며 한여름의 더위를 극복하고 있는 학생들의 실천적 지혜가 있기에 조선강국의 미래는 밝게만 보입니다. 세상만사 모든 것에서 으뜸으로 중요한 것은 너무 기초적이고 원시적인 방법이라서 자칫 간과해 버릴 수도 있는 기본원리를 충실하게 이해하는 것임을 알게 하는 현장입니다

선형구조와 효율적인 동력전달이 인력선의 기본이라면 탐구하는 열정과 이기적이지 않은 순수야 말로 학생시절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