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은 있을까?

피나얀 2006. 8. 20. 22:06

 

출처-[오마이뉴스 2006-08-20 14:07]

 

 

▲ 구슬놀이 중 일명 '삼각형'입니다. 물론 옛날 구슬치기하던 마당은 모래가 없이 단단했지요.
ⓒ2006 김민수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이 낮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의 출산율과 비교하며 노령사회를 운운하며 은근히 압력을 주지만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그들을 키운다는 것은 너무도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퇴근길에 강남의 어느 학원가를 지날 때 길가에 즐비하게 서있는 대형버스에 새겨진 선명한 학원의 이름을 보면서 사교육과 공교육의 싸움에서 공교육이 완전히 패배했음이 마음 아팠습니다.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도 안타깝지만 그 뒷바라지를 위해 수고해야하는 부모들의 근심걱정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집니다. 나는 중학생 둘과 초등학생 하나를 둔 4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이 다음에 원망할까봐 최소한의 것들은 해주고 싶어 하는 가장입니다. 그러나 정말 허리가 휩니다. 아끼고 또 아껴도 마이너스 통장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니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꿈은 접은 지 오랩니다.

 

▲ 아들의 속칭, 깔빼기(?) 실력은 대단했습니다. 삼각형 안에서 나간 구슬은 모두 아들 것입니다.
ⓒ2006 김민수
개학을 앞두고 아이들이 방학숙제를 정리하느라 바쁜 가운데 초등학생인 막내는 친구를 데리고 와서는 신명나게 놉니다. 어젯밤에 이불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일명 '쌈치기'와 '홀짝'을 가르쳐 주었더니 오늘을 기어이 밖으로 나가서 구슬치기를 하자고 합니다.

공원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옛날 마당에는 모래가 없었고, 찰진 흙마당이라 구슬치기 하기가 아주 적당했습니다. 그 마당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대충 삼각형을 그리고 게임법칙을 설명을 하고는 온 가족이 '삼각형'이라는 구슬치기를 했습니다. 몇 번 하자 곧 탄력이 붙은 막내가 삼각형을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탄성과 환한 웃음, 삼각형 밖으로 나간 구슬을 줍는 고사리 손을 보면서 '저렇게 놀아야 하는데…'하는 마음에 안타까웠습니다.

옛날 어릴 적 하고 놀던 놀이를 우리 아이들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제대로 된 구슬치기를 막내가 9살이나 되어서야 전수(?)를 시켜주니 참 나쁜 아빠가 되었습니다.

 

▲ 딸내미도 지지 않고 구슬을 따갑니다. 구슬을 주으며 싱글벙글, 마음도 즐겁겠지요.
ⓒ2006 김민수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없는 단어들이 대부분인데 어릴 적 구슬치기의 용어들 몇 가지를 생각나는 대로 알려주었습니다. 지방과 지역마다 다를 수도 있을 터인데 참고로 저의 고향은 서울 변두리입니다. 서울이긴 하지만 경기도하고 아주 가깝지요. 어려서 사용하던 말 그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쌈치기'는 일제의 영향을 그대로 물려받은 놀이인 것 같습니다. 구슬 하나는 '으치', 둘은 '니', 셋은 '쌈'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쌈치기'가 된 것이지요. 그와 비슷한 것으로 '홀짝'이 있었습니다. 고사리 손에 들어있는 구슬이 홀수인지 짝수인지 맞추는 놀이니 확률이 50%입니다. 쌈치기보다는 높은 확률이지요.

그리고 '봄들기'라는 것이 있었는데 4군데 구멍을 파놓고 순서대로 먼저 도는 사람이 이기는 것입니다. '오보십보'는 구슬을 맞춰서 맞춘 구슬과의 간격에 따라서 승패를 다루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많았던 것 같은데 구슬치기하면 대표적인 놀이는 삼각형, 쌈치기, 홀짝, 봄들기, 오보십보였던 것 같습니다.

 

▲ 다시 새 판이 시작되고, 이제 삼각형 가까운 곳에 구슬을 대는 기술까지 등장을 했습니다.
ⓒ2006 김민수
자글자글 유리구슬이 호주머니에서 흔들리면 그 소리가 얼마나 예쁜지 몰랐습니다. 더군다나 '방다마(무늬구슬)'라고 불리던 구슬은 얼마나 예쁘던지요. 그런데 그러고 보니 구슬치기라는 놀이에도 일제의 잔재들이 무척이나 많이 들어 있네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구슬치기도 계절을 타는데 주로 겨울에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그 차가운 유리구슬을 만지며 곱은 손 불어가며 놀았으니 손이 트고 갈라지고 난리가 났었지요. 더운 여름에는 옹기종기 모여 땀띠가 나도록 동그란 딱지놀이를 했지요. 왜 놀이마다도 계절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추억의 놀이입니다.

지금이야 유리구슬이 흔했지만 어릴 적에는 문방구가 아니라 고물장사 아저씨들에게서도 구할 수 있었지요. 뻥튀기나 엿, 혹은 번데기와 구슬 등을 가져 다니면서 철가위를 '척척!'치면 아이들은 고물을 가지고 리어카로 달려갔습니다. 버릴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그 시절, 조금 불편했어도 사람답게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음식물쓰레기가 남아도는 현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우리가 옛날보다 편리해졌는지는 모르지만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 아직 몸이 덜 풀린 아들을 위해 일명 '오보십보'를 했습니다.
ⓒ2006 김진희
아직도 더 놀고 싶어 하는 아들을 위해서 '오보십보'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것은 구슬이 잘 굴러가는 곳이 좋을 것 같아서 공원의 아스팔트에서 했는데 구슬을 몇 개나 잃어버렸습니다. 어릴 적 잃어버렸던 유리구슬을 주우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막내도 잃어버린 구슬을 찾느라 심혈을 기울입니다.

며칠 전 두 달에 육백만원, 한 시간에 십만 원 상당의 고액과외를 하던 학원이 적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공부시켜 줄 능력이 없는 부모입니다. 무능력한 부모라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일류대 진학률은 부모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뉴스도 들었습니다.

일제시대가 떠올랐습니다.
친일파들의 자손들과 독립군의 자손들, 해방 이후에도 왜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었는지 분명해 지더군요. 그래서 일까요? 우리네 부모님들은 '이러면 안 되는데…'하면서도 결국 내 새끼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일류대에 보내겠다고 경쟁을 합니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버린 것이죠.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은 요원한 것입니다.

구슬치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은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사 중에 나오는 구슬치기 놀이의 명칭은 어릴 적 불렀던 것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기자소개 : 자연과 벗하여 살아가다 자연을 닮은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달팽이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등의 책을 썼으며 작은 것, 못생긴 것, 느린 것, 단순한 것, 낮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