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명품 좇는 아이? 경제개념부터 키워주세요

피나얀 2006. 8. 21. 20:59

 

출처-[한겨레 2006-08-21 15:54]

 


이나미의 어른 생각,아이 마음

 

 초등학교 5∼6 학년만 되어도 명품을 찾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내 아이만은 명품으로 키우겠다며 갓난 아이 때부터 명품만 찾는 엄마들도 많다고 한다. 단순히 허영심 많은 사람들이라고 웃고 말기에는 그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안겨주며 달래 버릇하면 소아 비만이 되기 쉽듯, 아이들에게 물건을 보상처럼 사게 하면 공허함을 쇼핑으로 채우는 쇼핑중독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명품을 소유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산다면, 아이들도 경제개념 없이 일단 비싼 물건을 많이 사고 싶어하게 된다.

 

쇼핑 중독도 약물이나 도박처럼 전형적인 중독 증상을 보인다. 쇼핑전에는 공허하고 우울하거나 불안해서 자기도 모르게 쇼핑 장소에 가게 되고, 일단 물건을 사기 시작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순간적으로 기분의 고양감을 느끼지만, 물건을 산 뒤에는 허탈감과 죄의식등에 빠지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경우, 돈을 어느 한도만큼 써야 하는지, 또 쓴 다음에는 그 돈을 어떻게 메꾸어 넣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현실적 판단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소득이 따라 주지 않는 카드소비를 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젊은이들 중에는 쇼핑중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비싼 물건만 마구 사 주다가 자녀들이 성인이 된 다음 씀씀이를 감당못하면서 자녀들의 사치를 한탄한다면 결국 자업자득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자녀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유대인들 못지 않은 것으로 이름나 있는데, 재정교육과 자립심을 키우는 쪽이 너무나 취약해서 한국인들과 유대인들의 대외적인 위상에는 결국 큰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공부만 잘하면 무엇이든 다 해 주겠다고 말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와, 한푼 두푼 벌어 모으는 것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는 부모 밑에 자란 아이의 이삼 십 년 후 모습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맨하탄의 비싼 명품 가게는, 관광객이나 돈많은 부모를 가진 소수 유학생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

 

수백만 달러의 집에 수십만불 이상의 연봉을 받는 알부자 뉴요커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옷이나 가구들이 웬만한 한국의 중류층보다도 오히려 소박하고 오래돼서 인상 깊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명품으로 신분이 상승된다는 환상은 교양이 따라 주지 않는 일부 벼락부자에게나 유효하다. 투자가치 있는 곳에는 아낌 없이 돈을 쓰지만, 필요 없는 곳에는 한푼도 쓰지 않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자되는 지름길이다.

 

요즘엔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자연을 위해 검소하게 살자는 ‘로하스식’ 생활방식이 유행이란다. 따지고 보면 밥풀 하나 그냥 버리지 못하게 하던 우리의 자린 고비 정신이나 발우보시의 불교 철학이 로하스의 원조다. 친정아버지는 일곱 살부터 나무지게를 지며 농사를 지었고, 아버지의 고생담은 지금까지 힘들때면 나를 격려해주는 큰 힘이다.

 

보릿고개란 말의 뜻을 이해 못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고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질 수록 경쟁력은 약화된다. 선진국 문턱에도 못 간 처지에 3D 직업을 외면하며,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못하는 캥거루족을 양산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국가까지 갈 것 없이, 명품으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서서히 파산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