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9-12
15:14]
|
|
▲ 곧게 뻗은 길이 자전거 타기 참 좋다. 가운데 둥근 산이 바로 유학산이다.
|
|
ⓒ2006 손현희 |
|
요즘 우리 부부는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다리운동에 좋다고 해서 하게 된 '자전거 타기'가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아침에는 자전거 타고 일터로 나오고, 저녁에는 두어 시간쯤 둘레를 돌아서 오곤 했다.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우리
부부를 보는 사람들 눈길이 퍽 남다르다. 몸도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자전거 타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우리가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마음을 쓰기 때문인지 길에서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제법 만난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몰랐던 자전거 정보를 많이 듣고 본다. 우리 마을 자전거가게 아저씨는 '부부가 함께 자전거 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하시며
틈만 나면 산으로 가자고 하신다. 자전거 타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우리 같은 자전거 새내기가 자전거 타고 산에 가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더니 땅만 달리는 게 싱거웠나? 이젠 슬슬 산에 한번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이쪽(경북 구미)에서는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 여러 곳 있는데, 그 가운데 ‘유학산’이 매우
좋다고 한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어설프고 서툰 솜씨로 산에 올라간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큰맘을 먹고 집을 나섰다. 우리는 둘
다 마음에 새겨둔 곳이 있으면 기어코 한 번쯤은 찾아 간다.
|
|
▲ 어느새 산 아래까지 들어섰다. |
|
ⓒ2006 손현희 |
|
아침을 먹고 가방에 산에서 먹을 밥과 간단한 군것질거리, 물 두어 통을 챙겨 넣고, 아무리 무거워도 빠뜨릴
수 없는 사진기까지 챙겨서 가방 두 개에 나눠 하나씩 메었더니 짐이 꽤 무거웠다. 자전거 타고 산에 간다는 사람들이 짐이 너무 많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며 집을 나섰다.
|
|
▲ 이제 아스팔트는 끝나고 산길로 들어선다.(애고, 저기를 어떻게 올라가?)
|
|
ⓒ2006 손현희 |
|
처음 가는 곳이라 길은 잘 모르지만, 꼼꼼하게 지도를 살펴보고 가늠하여 찾아갔다. 구미를 벗어나 칠곡군
석적면을 지나 곧게 뻗은 찻길을 따라 갔다. 논에는 벌써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가고, 하늘은 더 없이 높고 파란 가을하늘이었다.
|
|
▲ 뒤로 보이는 산 능선과 우리가 가는 길이 나란히 있다.(언제 이 높은 곳까지)
|
|
ⓒ2006 손현희 |
|
가는 길에 오르막이 많아 기어를 낮추고 낑낑거리며 갔다. 땀은 많이 흘렸지만 잠깐 쉴 때면 바람이 금방
식혀주곤 했다. 다행히 산 아래까지는 아스팔트가 잘 깔려 있어 마냥 신나고 즐거웠다. 이윽고 아스팔트가 끊기고 자갈길, 흙길을 따라 산길로
들어서니 새내기가 오르기엔 너무 힘든 길이었다. 그렇지만 가다 쉬고, 너무 힘들면 내려서 끌고 가고 또 쉬기를 되풀이하였다. 좋은 풍경을 만나면
사진도 찍으며 부지런히 올라갔다. 드문드문 그 험한 산길로 차가 지나가기도 했다.
|
|
▲ 산에서 먹는 낮밥은 꿀맛이다. |
|
ⓒ2006 손현희 |
|
|
|
▲ 낮밥을 먹는 동안 함께 힘들었던 우리 자전거도 누워서 쉬고... |
|
ⓒ2006 손현희 |
|
얼마만큼 올랐을까? 키 큰 느티나무가 있고 너른 터가 보였다. 우리는 거기에서 낮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자리를 펴고 싸온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김치, 상추, 고추장 따위 보잘 것 없는 반찬이지만 산에서 먹는 밥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깡통커피까지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나려는데, 저기 아래에서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 여럿이 자전거를 타고 힘겹게 올라오고
있었다.
다시 길을 떠나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데, 조금 앞서 자전거 타고 지나간 사람들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차도 여러 대
보인다. 알고 보니, 그곳이 바로 유학산 자전거 코스 꼭대기였던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꼭대기를 코앞에 남겨두고 바로 아래에서 낮밥을 먹고
있었던 거다. 처음 가는 길이라 잘 모르기도 했지만 생각하니 웃음만 나왔다.
|
|
▲ 저 높은 오르막길을 자전거 타고 어떻게 올라가지? (도봉사 가는 길) |
|
ⓒ2006 손현희 |
|
앞서 간 이들은 바로 ‘구미바이크 동호회’ 식구들이었다. 힘든 길도 잘 오르는 그들이 부럽기만 했다. 잠깐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고개를 돌려 팻말을 보니 ‘도봉사’ 라는 절로 가는 길이 있다. 우리가 가던 길 앞으로는 아스팔트가 잘 깔려 있는 길이고
거기서부터 다시 내리막길이다. 여기서 바로 내려가야 할까? 아니면 예까지 왔는데 도봉사까지 갔다와야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꽤 힘든 길이지만
가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올라온 길보다 몇 배는 더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타고 갈 수도 없고 끌고만 가는데도 매우 힘들었다.
|
|
▲ '구미 바이크 동호회' 식구들(어쩜 저렇게 잘 탈까? 부러워라) |
|
ⓒ2006 손현희 |
|
힘들게 올라간 산 중턱에 깎아지른 듯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그게 바로 ‘쉰질바위’ 라고 한다. 어른 키로
50길이나 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 바위 밑에 ‘도봉사’ 가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저 아래에서 아까 본 ‘구미바이크’ 팀이
자전거를 타고 하나 둘 올라온다. 그야말로 입이 '떠억' 벌어진다. 끌고 오는 데도 힘이 들어 그렇게 애를 썼는데 그 험한 길을 타고 오다니….
|
|
▲ 깎아지른 '쉰질바위' 밑에 있는 '도봉사' |
|
ⓒ2006 손현희 |
|
남편이 그 사람들과 자전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나는 도봉사 둘레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참 멋스러웠다. 가슴이 확 트이고 멀리 골짜기 사이로 우리가 올라온 길이 보이고 더 멀리는 우리가 사는 구미까지 내다보였다. 길을
오르면서 매우 힘이 들어 몇 번이고 돌아가려던 생각을 꾹 참고 왔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도 오르는
길만큼 어려웠다. 너무 가팔라서 타고 가기가 겁이 났다. 내려서 조심조심 끌다가 타다가를 되풀이하며 내려왔다. 자전거를 타고 처음 산에 올라간
일이 무척 힘들고 때론 위험하기도 했지만 퍽 재미있었다. 또 산길에서 만난 ‘구미바이크 동호회’ 사람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고, 언젠가는 우리도
그들처럼 잘 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하루가 다르게 익어 가는
가을이 멋스럽고, 자전거 타고 산으로 간 첫 나들이가 힘겨웠지만 아무 일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어 우리 마음도 파란 가을하늘처럼 즐거웠다.
|
|
▲ 도봉사에서 내려다본 산 골짜기 모습, 멀리 구미까지 보인다. |
|
ⓒ2006 손현희 |
|
덧붙이는 글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