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꿈틀! 뭉클! 젊은이가 이 손맛을 알아?

피나얀 2006. 9. 13. 00:36

 

출처-[오마이뉴스 2006-09-12 10:28]

 

▲ 물고기잡기 현장입니다. 둑을 막아 만들어진 보에는 물 반, 고기 반, 그리고 사람도 반입니다.
ⓒ2006 임윤수
그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밀려오는 한기에 오돌오돌 떨면서도 밤을 지새우며 흐르는 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낚시의 묘미는 손맛이라고 합니다. 가끔 세월을 낚는 재미로 낚시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짜릿'하게 전해지는 손맛에 낚시를 한다고들 합니다.

제대로 된 낚시를 해 본 적이 없으니 강태공들이 말하는 오묘하고도 짜릿한 손맛을 그들만큼 알 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얼떨결에 따라나섰다 한두 번 경험한 그 손맛, 생동감 있게 전해지던 그 입질의 짜릿함과 펄떡이던 순간의 역동이 어슴푸레 어림 됩니다.

드리운 낚싯대를 통해서 전해지는 입질의 순간도 그토록 짜릿하게 사람을 흥분시키는데, 팔뚝만한 물고기가 직접 손끝에 와 닿는다면 그 손맛은 어떨지가 궁금합니다. 짜릿함의 도가 넘어 기절을 하는 건 아닌지가 걱정됩니다.

▲ 물속을 더듬던 할아버지가 드디어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올렸고,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 집중되었습니다
ⓒ2006 임윤수
물 반, 고기 반, 거기에 사람도 반입니다. 셈으로야 맞지 않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구부렸거나 물에 털퍼덕 물에 주저앉은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들 찾고 있습니다.

흐르는 개울물에 야트막하게 둑을 쌓아 보를 만들고, 거기에 수백 마리의 고기를 넣었습니다. 고기를 잡아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둑 위에 서 있던 사람들이 벌떼처럼 보 안으로 뛰어듭니다. 당장 월척이라도 건져 올릴 듯 의기양양하게들 들어들 갔지만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 모양입니다.

물속 여기저기를 훔치며 바쁘게 움직여들 보지만 말짱 헛손질들인가 봅니다. 두 눈만 말똥말똥 거릴 뿐 건져내는 게 보이질 않습니다. 손끝으로나마 물고기를 건드렸는지 여기저기서 '으악! 으악!'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작 물 밖으로 고기를 건져내는 사람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 할아버지는 잡은 물고기를 들고 밖으로 나오십니다.
ⓒ2006 임윤수
▲ ‘어이~’하며 멀리 있는 친구를 부르십니다.
ⓒ2006 임윤수
얼마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바글바글, 웅성웅성 거리는 와중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립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싱싱한 월척, 팔뚝만한 게 펄떡거리는 잉어 한 마리를 들어올립니다. 미끄덩거리고 뭉클해서 놀랄 법도 한데 마냥 신이 난 표정입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신이 난 듯 함성을 지릅니다.

구릿빛 피부 때문인지 건강해 보이는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잡은 물고기를 높이 치켜들어 보이십니다. 그리고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인 듯한 다른 할아버지에게 월척의 고기를 휙 하고 던져 줍니다.

뭐가 큰일을 해 낸 개선장군 같은 모습입니다. 할아버지는 내친김에 일행들이 즐길 수 있는 안줏거리라도 장만하시려는 듯 열심히 물속을 헤집고 계십니다. 그러더니 얼마 가지 않아 또 다시 한 마리를 건져내십니다.

▲ 잡은 물고기를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에게로 던지기 일보 전입니다.
ⓒ2006 임윤수
▲ ‘휙’ 할아버지가 잡은 물고기를 밖으로 던지는 찰나입니다.
ⓒ2006 임윤수
▲ 이렇게 물고기를 친구에게 던져 준 할아버지는 다시 물로 들어가셨고, 몇 마리를 더 잡으셨습니다.
ⓒ2006 임윤수
잡은 고기를 전해주러 밖으로 다가오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가 제일 많이 잡으십니다"라고 말을 건넸더니, "젊은이가 이 맛을 알아?" 하시며 움켜잡았던 물고기를 번쩍 치켜세웁니다. "다른 사람들은 맨 헛손질인데 할아버지는 어떻게 잘 잡으시느냐?"고 다시 여쭸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저 사람들은 물속에서도 허공만 허우적거려서 그래, 이럴 때는 고기들이 모래 속으로 파고들거든. 그러니 손을 깊숙이 넣어 모래 속을 차근차근 더듬어 나가야지. 그러다 뭉클하는 게 있으면 잽싸게 꽉 움켜잡으면 돼. 그런데 사람들은…, 모래 속을 더듬다 뭉클하는 게 손끝에 와 닿는 순간, 그 맛이 일품이거든" 하시며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십니다.

이미 소주 몇 잔쯤은 마신 듯이 보였지만 할아버지는 만끽하는 손맛에 기분이 좋아지셨나 봅니다. 흐르는 세월을 어쩌지 못해 외형은 비록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마음만은 동심이신 모양입니다.

▲ 뜰채를 이용해 고기를 잡으려던 얌체도 있었지만 운영요원에 의해 빼앗겼습니다.
ⓒ2006 임윤수
텀벙 물속에 뛰어든 할아버지는 동심이 되어 손맛을 즐기고, 그 손끝으로 낚아 올린 물고기를 안주로 친구들과 소주 한잔을 나누실 겁니다. 할아버지와 그 친구 분들이 나누는 소주 한잔과 담소에는 할아버지만의 행복, 사람들이 살아가는 살맛이 양념처럼 드리울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사진은 지난 8월 27일 ‘진천 농다리축제’ 현장에서 찍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