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엄홍길씨가 추천하는 달맞이산행

피나얀 2006. 9. 29. 00:36

 

출처-[경향신문 2006-09-27 15:36]

 


“동해 바다의 오징어배 불빛을 보는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특히 하늘에서 내리비추던 달빛을 보고 있자니 내가 비로소 자연에 들어와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어요.”

 

국내 최고의 산악인인 엄홍길씨(상명대 석좌교수·사진)는 그동안 수차례 행한 설악산 야간등반 훈련에서의 경험을 빌려 야간산행의 묘미를 설명했다.

 

가까운 산을 찾아 달맞이를 나간다면 장거리 이동과 차례 준비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평소 인파로 북적이던 산이라도 명절 때는 방문객이 드물어 호젓한 산행이 가능하다. 엄홍길씨가 추천한 추석 달맞이 산행코스에 올라보자.

 

아마도 하늘과 가장 가까운 데서 보름달을 맞는 감격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북한산 등 국립공원은 야간산행이 전면 금지돼 있다. 따라서 국립공원에서의 달맞이는 대피소 등에 잠자리를 마련한 뒤 그곳에서 달빛을 감상하는 수밖에 없다.

 

# 서울 근교 청계산

 

서울과 경기 과천·의왕·성남시 등을 끼고 있는 이곳은 인근 관악산처럼 바위가 많지 않고 전체적으로 황토가 덮고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가 넓고 잘 발달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산행도 무리가 없다. 이밖에 화장실, 약수터, 안내판 등이 요소마다 효과적으로 배치돼 있다.

 

서울 원지동 쪽의 원터골에서 출발해 매봉까지 올라갔다 되돌아 내려오는 3시간가량의 산행로가 추천코스다. 원터골은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등산로, 쉼터 등이 잘 정비돼 있다. 이밖에 서울 근교의 관악산, 인왕산, 수락산 등도 코스 배정을 잘하면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는 게 엄홍길씨의 조언이다.

 

# 동해안 영덕 ‘달빛산행’

 

경북 영덕군은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매달 1번씩 ‘동해안 달맞이 야간산행’을 음력 보름날 밤마다 진행해왔다. 총연장 6.7㎞로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이 산행코스에는 역설적으로 ‘산’이 포함되지 않는다. 코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해맞이공원이지만 등반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영덕읍 창포초교에서 출발해 고산 윤선도 시비, 삿갓봉, 풍력발전 단지, 해맞이공원 등을 거치는 동안 달빛에 반짝이는 동해 바다와 오징어배의 집어등 불빛을 볼 수 있다.

 

높이 80m의 풍력발전기가 바닷바람을 맞아 날개를 돌리는 이국적인 모습도 장관이다. 추석이 끼어있는 10월에는 군청이 산행을 주관하지 않는다. 따라서 방문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 가을의 산 추월산

 


이름(秋月) 자체가 야간산행을 자극한다. 전남 담양군과 전북 순창군에 접해 있는 추월산은 숲이 유난히 깊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유명하다. 특히 빼어난 가을 단풍으로 이름값을 한다.

 

복리암~수리봉 코스나 월계리~보리암 코스의 경우 산 아랫쪽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라 가족 단위의 등반이 가능하다. 등산로 자체는 그렇게 잘 정비되어 있지 않지만 외길이라 헤멜 우려는 적다. 보리암에서 추석 보름달과 담양호의 장관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정상까지는 험하고 곳곳에 낭떠러지가 있어 조심스럽다. 각 코스 중간쯤에서 달빛을 감상한 뒤 하산하면 2시간 이내 야간산행을 즐길 수 있다.

 

▶ 야간산행 주의사항

 

엄홍길씨는 아무리 익숙한 산이라도 야간에는 사고 위험을 피할 수 없으므로 사전에 준비물을 철저히 챙길 것을 당부했다. 그는 “어두운 길을 걸을 경우는 비록 평지라도 조심해야 한다”며 길을 밝힐 헤드랜턴을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등반시에는 양손이 모두 자유로워야 하므로 손전등보다는 헤드랜턴이 낫다.

 

또 가을 밤, 특히 산중의 날씨는 일교차가 매우 크므로 땀이 식어 금세 한기를 느낄 수 있으므로 긴팔 겉옷이 필수적이며 구급약 등 응급장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격 산행 전 발목과 다리 근육의 긴장을 풀기 위한 스트레칭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엄씨는 등반 코스에 대해 “산행은 가급적 유경험자를 동반해야 하고 휴식시간을 포함해 2~3시간 내에 산행을 끝내는 게 좋다”며 “굳이 정상을 고집하지 말고 올라간 길을 그대로 되돌아 내려오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