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0-18 09:31]
이와테(岩手), 아키타(秋田), 아오모리(靑森)는 일본 혼슈 최북단 북'도호쿠(東北)'라 불리는 지방의 3개 현(縣)이다. 이곳의 내륙에는 숨 막힐 듯 짙푸른 산과 들이 펼쳐져 있고, 화산활동이 만들어놓은 맑고 거대한 칼데라 호수와 뜨거운 증기가 치솟아 오르는 온천지대가 있다.
뜨거운 여름에는 푸른 신록이 관광객을 부르고, 가을에는 싱싱하고 달콤한 사과가 들을 채우며, 겨울에는 아름다운 설경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이와테 현은 일본의 현 중에서 가장 넓은 곳이다. 동쪽은 태평양과 맞닿아 있고, 서쪽은 높은 산들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한국인에게는 낯선 곳이지만 이와테는 주변의 현들과 함께 일본인들 사이에 가을 여행지로 이름난 곳 중 하나이다. 이와테는 아늑한 풍경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에게 적격인 곳이다.
일본의 더위는 대개 9월까지 이어진다. 특히 남쪽의 규슈지역은 땅을 태울 듯하고 습기 가득한 더위가 여행객들의 발걸음마저 무겁게 한다. 몇 해 전 9월초의 일본 더위에 몸서리쳤던 기억 때문에 여름 동안의 일본 방문은 결코 달갑지 않았다. 혼슈에서도 북쪽 지방을 방문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아늑한 풍경 속에 잠든 에도시대
이와테 현 남부의 '히라이즈미(平泉)'를 방문했을 때 태양은 세상을 태울 것처럼 작열하고 있었다. 남쪽의 더위와 다른 것이 있다면 짙은 그늘 속에서 바람만 불어준다면 참을 만한 더위라는 것이었다. 습기를 머금지 않은 대기가 남쪽과는 다른 더위를 느끼게 했다.
'주손지(中尊寺)'라는 이름의 유명 사찰을 방문하기 위해 오솔길을 올라야 했다. 아름드리나무가 양 옆으로 늘어선 숲길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오솔길 초입에는 '月見坂(월견판)'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달을 보며 걷는 비탈길'이란 뜻이다.
짙은 나무 사이로 떠오른 보름달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운치가 절로 느껴졌다. 혼자 걸으면 무섭겠지만 연인이나 가족과 이 길을 걸어 오른다면 침묵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령이 400년도 넘은 나무들은 수십m 높이로 자라나 짙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오르막인데도 향나무와 단풍나무가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와 청량한 기운은 머릿속까지 맑게 씻어주는 듯하다.
삼림욕을 즐기듯 느린 걸음으로 비탈을 오르자 오른쪽 언덕 아래로 히라이즈미의 전경이 펼쳐진다. 고층빌딩은 전혀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 풍경이다. 11~12세기 사이 100여 년간 일본 동북지방의 최대 도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인구가 10만 명으로 교토(京都)보다 더 번성했다던 히라이즈미가 지금은 기껏해야 주민 1만 명이 조용하게 살아가는 시골 마을이 돼버린 것이다.
작은 절과 신사를 지나며 한참을 걸어 오르자 주손지의 본당이 나타났다. 뜰에는 단풍나무와 소나무, 향나무 등 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그 뒤로 높다란 지붕이 인상적인 일본식 사찰 건물이 나타났다.
주손지는 850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1337년 대화재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었고, 본당은 90년 전에 재건됐다.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본당 안에는 아미타 여래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불상 옆으로는 분홍 빛깔의 탐스러운 연꽃 사진이 걸려 있다. 믿기지 않았지만 800여 년 전의 연꽃 씨앗을 심어 꽃을 피운 것이라고 했다.
곤지키도는 11세기 말 히라이즈미를 지배하며, 번성시켰던 후지와라 기요히라가 16년에 걸쳐 건축, 1124년에 완공한 것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외부를 온통 황금과 옻칠, 나전칠기로 치장한 건축물이다.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투명 유리 안쪽으로 황금빛의 곤지키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평한 사각형의 기단석 위에 올라앉은 건축물은 마루와 문창살은 물론 기둥과 처마 끝에 이르기까지 온통 눈부신 황금으로 뒤덮여 있었다.
안쪽에는 아미타여래, 관음보살, 지장보살 등의 금불상이 놓여 있고, 그 아래로는 황금색 공작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황금 들보와 자개로 수놓은 내부 구조물들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 금불상의 아래에는 기요히라, 모토히라, 히데히라, 야스히라 등 히라이즈미를 번성케 했던 후지와라 가문 4대의 유해와 수급이 묻혀 있다고 한다. 본당에서 보았던 연꽃은 야스히라의 수급이 들었던 관에서 발견됐던 씨앗을 심었던 것이라고 한다. 관광객들은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곤지키도의 아름다움에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약사여래좌상, 천수관음입상 등 불상과 불교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을 관람한 후 밖으로 나오자 따가운 햇살이 아름드리 향나무 가지 사이를 뚫고 내리비치고 있었다. 길가의 비석에는 '무상한 여름 풀은 병사들의 덧없던 꿈의 자취인가'라는 시가 적혀 있다.
에도시대의 시인 마츠오 바쇼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읊었다는 이 시는 용감한 무사들이 일신공명을 꿈꿨던 곳이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다는 허망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지금 히라이즈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처럼 느껴졌다.
'아무 것도 없어서 좋다'는 북도호쿠 지방에 대한 평가처럼 이와테는 도시생활에 찌든 일본인들에게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휴양지이다. 기타카미 분지의 중앙에 위치한 하나마키(花卷) 시에는 10여 곳의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하나마키 온천은 온천 료칸 5채와 전세 별장을 갖춘 대규모 시설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방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고 장 속에는 유카타가 비치되어 있다. 호텔마다 욕탕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호텔 고요칸(紅葉館)'은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도 갖추고 있다.
'모리오카 냉면'은 이와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이다. 메밀을 담은 그릇에 갖가지 야채와 고기를 넣고 시원한 육수를 부어 먹는 것이 한국의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내는 냉면과 흡사하다. 온천을 마치고 갈증이 날 때 먹으면 시원한 감칠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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