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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주간조선 2006-10-24 10:20]
달라진 어머니… 자녀 뒷바라지‘만능 매니저’
자녀들을 학교와 학원에 데려다 주고 입시 정보도 수시로 교환하는 등 항상 전투 태세
자녀 마음 다칠까봐 야단도 제대로 못쳐…사랑과 희생만으로 엄마 노릇하는 것은 옛말
서울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모(45)씨는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1등 엄마’ ‘정보통 엄마’로 통한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서 필독 도서 리스트를 직접 만드는가 하면 어느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 프로그램이 좋은지를 꿰고 있다.
중1짜리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딸을 학교와 학원에 실어나르다 보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일요일에도 6시간씩 과학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들의 점심 식사를 챙겨야 하고, 딸 아이가 합창반 연습을 하는 동안 차 안에서 세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연예인을 뒷바라지 하는 ‘로드매니저’가 따로 없다.
누가 시킨 일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김씨도 ‘내가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피곤에 절어 있는 아이 얼굴을 보면 이런 마음도 싹 달아난다. 때론 아이들에게 큰소리도 지르고 싶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 마음을 행여 다칠까봐 눈치만 보고 만다.
“엄마 노릇을 잘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는 마음이 예쁜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솔직히 교육 현실을 거스를 용기가 안 나요. 원래 성격은 안 그런데 애들을 키우다 보니 늘 초조하고 불안해져요.”
2006년 현재 우리 주변엔 이런 ‘어머니’가 넘쳐난다. 이들은 “엄마 노릇을 하는 게 자식 노릇, 아내 노릇보다 몇 배 더 힘들다”고 호소한다. 한 30대 후반의 주부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 잘해야 하는 줄은 알았지만 아이 한 명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지는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다”며 “ ‘엄마 되는 법’도 ‘김치 담그는 법’처럼 누가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땅의 생명 어느 것 하나, 어머니 없이 생겨난 것이 없다. 어머니는 그렇게 생명의 원천이요, 마음의 고향이다. 자녀를 향한 넘치는 사랑, 그 끝이 없으니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누군가의 자녀였던 여성은 또 다시 누군가의 어머니가 돼 그 길을 걷는다. 보릿고개 시절이 디지털 첨단시대로 바뀌었다고 한들 자식을 향한 어머니 사랑이야 바뀌었겠나. 그런데 그 어머니라는 자리와 어머니가 걸어가는 길이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우선 어머니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다. 정보화시대가 도래해서 세상이 살기 좋아진 줄로만 알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정보가 넘쳐나서 문제다. ‘길 건너 ○○학원의 논술 강좌가 좋다’ ‘일요일 한강둔치의 축구차기 과외가 좋다더라’ ‘말하기·글짓기 학원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보내야 효과를 본다더라’…….
상황이 이러니 어머니의 어깨는 무거워지기만 한다. 넘쳐나는 정보대로 따라하자니 끝도 없고 무시하자니 불안하다. 한마디로 사랑과 희생 정신만으로 엄마 노릇을 잘하기는 어려운 세상이 됐다.
여섯 살짜리 딸을 둔 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최근 몇 주일 간 시장조사에 나서 동화책 전집과 영어책 전집을 골랐다. 한 끼 외식을 줄이더라도 아이에겐 좋은 책을 많이 읽히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1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내 옷을 사본 지는 한참 됐지만 150만원 하는 동화책 전집을 덜컥 할부로 구입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딸의 정서함양을 위해서였다.
또 다른 30대 초반의 엄마는 “우리 어렸을 때는 이 뽑는 것쯤은 집에서 했지만 요즘은 다들 치과에 데리고 가고 교정치료 받는 것도 기본”이라며 “키 크고 머리 맑아진다는 보약을 철마다 지어 먹이는 것도 여간 큰일이 아니다”라고 한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한 여성은 오전엔 강북의 원어민 영어학원, 오후엔 강남의 영어 놀이방으로 아이를 차에 태워 데리고 다닌 지 1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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