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11-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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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깊어지더니만 어느 새 초겨울입니다. 우리들도 열심히 월동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쟁기고 쌓아두는 우리네 월동준비와는 다르게 나무는 이파리를 하나 둘 떨어뜨림으로서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숲이 점점 그 속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풍성하던 숲이 텅 비어가는 느낌입니다. 나무이파리에 가려 보이지 않던 숲의 속내가 보이고, 연록의 이파리에 가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나뭇가지들이 지난 봄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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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낙엽 위에 또다른 낙엽, 잠시 쉬었다 가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동병상련, 이제 곧 흙으로 돌아갈 인연들이니 잠시 쉬었다 가시게" 하는 것만 같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낙엽은 제법 커서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도 흙을 풍성하게 합니다. 널찍한 이파리는 보온효과가 있어 한 겨울에도 푸른 것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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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플라타너스 이파리 사이로 겨울을 나기에는 연약한 새싹이 올라왔습니다. 겨울을 나지 못하겠지만 푸른 것이 그리운 계절에 만난 새싹이 싱그러워 반갑습니다. 간혹, 철을 잊고 피어나 아주 짧은 생을 살아도 아름다운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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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그들에게 주어진 삶은 아주 짧습니다. 서리라도 내리면, 영하로 날씨가 떨어지거나 눈이 오기라도 하면 그냥 짓물러 버릴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있는 동안, 따스한 햇살이 있는 동안만큼은 그냥 행복해 할래" 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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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이제 다 비웠습니다. 온전히 비우고 이제 몸 안에 남은 물기들을 최소한의 것만 남겨두고 내보낼 것입니다. 나무가 이파리를 전부 놓아버림으로 이파리가 하던 광합성작용을 멈추고, 광합성작용이 멈추면 뿌리도 물을 공급하기를 멈추게 되는 것이지요. 목마르지 않게 욕심껏 채우고 있다가 어느 날 맹추위에 얼어터지지 않으려는 나무의 지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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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그런데 아직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 아래는 새로운 세계, 계절을 잊은 것만 같은 세계가 있습니다. 그래도 계절의 오고감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아직은 가을인 듯한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오랜만에 몸을 낮춰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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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네잎클로버는 찾지 못했지만 하트모양의 이파리를 한 토끼풀을 찾았습니다. 행운을 찾으려다 또다른 행운을 찾은 셈이지요. 무언가를 향해 몸을 낮춘다는 것, 그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우리 주변에 겨울이라는 계절로 인해 아파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향해 몸을 낮추고, 그들의 아픔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비우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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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그렇게 비우고 또 비우고 나면 그냥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지요. 채우기만 하면서 맺은 열매는 자기 혼자 먹을 수밖에 없는 독이 든 열매와도 같다면 비움으로 맺은 열매는 모두 나눠먹을 수 있는 열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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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벼룩나물, 겨울이 얼마나 왔나 궁금했나 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들의 계절은 아닙니다. 바보꽃치고 무모하다 싶은 계절에 피어났습니다. 그래도 간혹 이렇게 바보꽃과 같은 사람들이 있지요. 아마도 자기를 비워가며 살아가는 사람, 텅 빈 충만 속에서 진정한 충만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그런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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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민수 |
| 손으로 열매를 만지니 후두둑 떨어집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기만 하면 자기가 애써 맺은 열매를 다 놓아버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산다는 것을 압니다. 그저 움켜잡으려고 하는 사람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고 땅에 금을 긋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연의 모습입니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자연을 바라보면 비움으로서 충만해지는 비결을 봅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자연과 벗하여 살아가다 자연을 닮은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달팽이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등의 책을 썼으며 작은 것, 못생긴 것, 느린 것, 단순한 것, 낮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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