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건강】

건강검진도 지나치면 해롭다

피나얀 2006. 11. 21. 20:22

 

출처-[주간조선 2006-11-21 18:38]




내시경 검사 중 장이 뚫리거나 쇼크 사고 위험… 심전도·복부 초음파는 오진율 높아
정상임에도 불안과 공포에 떨거나 근거 없이 안심해 제때 질병에 대처 못할 수도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9)씨는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고민이다. 10여년째 회사 지원으로 대형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있는데 기본항목에 들어있는 위 내시경 검사를 매년 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됐다. 목 안으로 호스를 넣고 계속 구역질을 해야 하는 괴로운 과정을 견뎠지만 항상 결과는 ‘약간의 염증이 있을 뿐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진단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과민성대장증후군이던 그는 혹시 몰라 대장내시경도 해봤다. 수면내시경으로 했지만 도중에 깨어나면서 엄청난 복통이 몰려왔다. 내시경이 움직일 때마다 고통을 호소했어도 검사는 계속 됐다. 결과는 역시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검사 이후에 배가 자주 아프고 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내시경 검사의 부작용으로 장에 상처가 나거나 구멍이 뚫릴 위험성이 있다는 말을 들은 뒤엔 불안감이 더해졌다. 결국 몇 개월 뒤에 다시 한 번 내시경 검사를 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안심이 됐다.

그는 “나중에 아는 의사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40세 이전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한 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그 동안 검사한 게 후회되지만 내년부터는 40대가 되기 때문에 검사를 안 할 수도 없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종합건강검진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검사를 받고 오진이 나와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정밀검사를 하느라 경제적 손실을 입는 경우도 흔하다. 강모(46)씨는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폐결핵, 녹내장 의심’이란 판정을 받았다.

 

강씨는 “추가로 수십만원을 들여 정밀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올 때까지 온 가족이 공포에 휩싸였다”며 “직장동료 중에는 암으로 진단 받아 큰 충격을 받았다가 정밀검사 끝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도 여러 명 있다”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기업의 지원 제도가 좋아지면서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나친 검진이 오히려 부작용과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팀이 주요 대형 병원 6곳의 건강검진 항목을 조사한 결과 아예 불필요하거나 나이에 따라 선택적으로 검진해야 하는 항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팀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국립암센터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가정의학회에서 발간한 평생건강관리 지침서, 미국과 캐나다의 질병예방 특별위원회 연구내용 등 국내외 의학단체의 검진 권고안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여러 의학단체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하는 각종 종양표지자 검사, 복부초음파, 매독, C형 간염 항체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이 6개 병원의 검진항목에 일률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또 증상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검사할 경우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불충분한 검사도 많았다.

 

암 검진의 경우 가정의학회가 펴낸 평생건강관리지침과 비교할 때 10~15개 항목이 불필요한 검사였다.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에서도 7~8개 항목이 불필요한 검사였고 4~5개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했다.

가정의학회에서 발간하는 ‘한국인의 평생건강관리’에 따르면 위암의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는 남성은 40세 이상, 여성은 50세 이상부터 2년에 한 번씩 위장조영술이나 위내시경으로 검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건강검진프로그램엔 나이에 상관없이 기본 검진에 포함돼 있다. 위내시경은 위장조영술보다 검사정확도가 높지만 검사 도중 사고의 위험이 0.03%에 달한다. 즉 검사자 1만명에 3명은 마취제에 의한 쇼크, 이물질 흡입에 따른 폐렴, 위벽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대장암 검진의 경우도 대변잠혈검사(대변에 혈액이 있는지 여부 검사)는 매년 하는 게 좋지만 대장조영술이나 대장내시경은 50세가 넘었을 때만 5~10년 간격으로 검사하도록 권장된다.

 

대부분의 건강검진프로그램에선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의사와 문진 없이 특별한 증상이 없는 젊은 사람도 검사를 받곤 한다. 대장내시경은 숙련된 전문의가 적고 부작용 확률이 0.08~0.1%로 위내시경보다 더 크다. 약 1000명에 1명꼴로 장에 구멍이 뚫리거나 출혈이 생기는 합병증이 생기는 셈이다.

최근에 알려진 내시경 사고만도 여러 건 된다. 김모(52)씨는 올해 4월 경기도 광명의 개인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다 대장에 구멍이 뚫리는 장 천공 사고가 나 인근 종합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대장 봉합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3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김씨에 앞서 내시경 검사를 받은 장모(62)씨도 장천공 사고를 당했다.

장씨 역시 같은 종합병원에 이송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7월 오산의 종합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은 이모(44)씨는 직장(直腸)에 구멍이 나 한동안 인공항문을 달고 지내야 했다.

수면내시경의 부작용도 있다. 수면내시경에 사용되는 약품은 환자를 어느 정도 진정상태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검사에 따르는 불편함을 줄여준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품은 ‘미다졸람’(진정수면제)이지만 최근엔 미다졸람보다 효과가 큰 ‘프로포폴’(전신마취 유도제)의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전문의들은 프로포폴이 미다졸람에 비해 내시경 시술 후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는 반면 호흡부전 등의 부작용 발생률이 다소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