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신문 2006-11-23 09:36]
9시간40분이라는 긴 여정 끝에 새벽 6시40분(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브리즈번 공항에서 골드코스트로 향하는 길은 정체가 심했다. ‘호주 사람들은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일찍 마감한다’는 운전사의 너스레를 자장가 삼아, 골드코스트 중심가에 자리잡은 콘래드주피터스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30분 남짓 걸렸다.
시차가 거의 없어(서울보다 브리즈번이 1시간 빠르다) 크게 피곤하지는 않았다. “퀸즐랜드주의 관문, 브리즈번 남쪽에 있는 골드코스트는 관광객들에게 환상의 세계”라며 “한없이 펼쳐진 70㎞의 해안선, 원시상태의 열대우림, 여유로운 생활양식으로 유명하다”는 관광 안내 책자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곧바로 관광객의 행렬에 끼기로 했다.
“골드코스트는 단 하루 동안에 열대우림에서 아침산책을 하고, 테마 공원에 들렀다가 해변에서 서핑을 하고, 요트에서 디너크루즈를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시월드로 향하는 길, 가이드의 안내를 듣는둥 마는둥 집집마다 작은 선착장과 해변을 앞마당처럼 가지고 있는 풍광에 넋을 잃었다. 골드코스트 관광은 시월드에서 출발하기를 권한다.
시월드에서는 헬리 투어를 할 수 있다. 10분가량 헬리콥터를 타고 골드코스트 상공을 낮게 비행하면서 행복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70㎞의 해안선은 별장같은 집터를 위해 그린듯이 펼쳐져 있었다. 헬리 투어를 마친 후 시월드를 둘러보면 뭐에 홀린 듯 마냥 재미있는 볼거리들뿐이다. 세살배기 백곰이 혼자서 공을 가지고 노는 것도 귀엽고, 잘 만들어 놓은 모형같은 상어떼도 만져보고 싶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 석호 샤크베이가 사람들의 이동 통로를 따라 대형 수족관처럼 이어진다. 해양 생물을 가까이서 맘껏 보기에 좋다. 시월드를 빠져나와 워너브러더스 무비월드로 향했다.
무비월드 내의 뷔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내내 캣우먼, 배트맨, 원더우먼, 해리포터가 불쑥불쑥 테이블로 다가와 손을 흔드는 등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무섭고 짜릿하다는 실내 롤러코스트 스쿠비두와 리셀웨폰을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테마파크의 일정을 짧게 끝냈다.
◇오렐리스 산장에서의 첫 에코투어
심하게 흔들리는 차 속에서 단잠을 즐기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울창한 숲길이다. 오렐리스 산장으로 가는 길이다. 오렐리스 산장은 래밍턴 국립공원 안에 있다. 에코투어(여행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로 유명한 곳이다.
래밍턴 국립공원은 호주 식물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식물군이 분포하고 있어 1994년 세계국제유산협회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오렐리스 산장 앞엔 작은 캥거루, 날다람쥐, 개구리뿐 아니라 온갖 새들이 지저귀며 가까이 날아와 놀기도 한다.
오렐리스 산장의 가장 유명한 에코투어는 세계 최초로 시작된 스리탑 산책(Tree Top Walking)이다. 열대림을 새들의 눈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땅에서부터 10m가량 높이로 만들어 놓은 구름다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숲을 감상한다. 나무그늘 사이를 걸으며 높다란 나무들을 내려다 보면 일순간 몸의 나쁜 기운들이 다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리탑 산책로 중 가장 높은 관망지는 지상 30m 높이에 있어 국립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새 구경, 가이드 산책 등 다양한 에코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오렐리스 산장에서 머물기를 권한다. 먹고 자며 창밖의 원시림을 내려다보고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전혀 나른하지 않고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프레이저 아일랜드에서의 1박2일 에코투어
둘째날 역시 빠듯한 일정에 맞춰 아침부터 서둘러 브리즈번 국내선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로 도착한 하비 베이에서 페리를 타고 프레이저 아일랜드로 이동했다. 멀리 보이는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마치 무인도처럼 집 하나, 건물 하나 보이지 않아 의외였다. 선착장에는 미리 예약해둔 킹피셔베이 리조트의 4륜구동 자동차가 마중나와 있었다.
프레이저 아일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켄지 호수로 향했다. 산길을 그대로 타고 달리는 차속에서 이리저리 쏠리며 현지 가이드의 운전 실력에 감탄하며 도착한 곳엔 초록빛을 띤 물과 하얀 모래가 어우러져 있었다. 바다처럼 넓고 따뜻한 호수엔 이미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신기하게도 한국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해변처럼 모래사장이 펼쳐진 호숫가를 걷다 돌아오니 샌드위치와 차, 과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피크닉 같은 이색적인 점심 식사를 했다.
30여분간 산길을 돌아 도착한 곳은 75마일비치. 이름 그대로 75마일이나 되는 광대한 비치를 4륜 구동차로 달렸다. 끝없이 펼쳐진 해변을 따라 엄청난 속도로 바닷물을 튀기며 달리는 해안 드라이브는 헬리 투어만큼 경이로웠다. 한참을 달려 멈춘 곳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엘라이 크릭(Eli Creek)으로 숲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가는 하구였다. 수영을 즐기거나 계곡 위쪽까지 올라가서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연인들도 많았지만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물줄기를 느끼며 계곡 안으로 걸어가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4륜 구동차로 반나절의 투어를 마치고 킹피셔베이 리조트에 도착했다. 100개가 넘는 펜션으로 이루어진 대형 리조트이지만 낮고 길게 숲 속에 숨기듯 지어져 있어 섬 밖에선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엎드린 건물 외관은 자연 환경을 고려해 바람의 방향을 방해하지 않도록 숲의 높이에 맞게 지어진 설계라고 한다.
짐을 미처 풀지도 못하고 일몰을 보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 한켠에 지어진 카페에서 각국의 관광객들이 느긋한 표정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녁을 먹고 낚시를 즐기러 선착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틈에 끼었다. 선착장 아래는 물 반 고기 반, 경쟁이라도 하듯 고기들이 물 위로 튀어올랐다. 끝없이 찰랑이는 남태평양 그리고 하늘엔 쏟아질 듯한 별들이 제 얘기를 풀어내는, 지독히 낭만적인 밤이었다.
아침 6시부터 리조트 가이드를 따라 망원경을 메고 숲속에서 에코투어를 했다. 프레이저 아일랜드에서 느긋한 점심을 끝으로 배로, 비행기로 반나절을 걸려 다시 브리즈번에 도착하니 저녁 8시. 브리즈번 강변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택시 대신 배를 탔다.
브리즈번 강을 따라 동네마다 서는 마을배. 강변엔 퀸즐랜드주의 공연예술관, 주립미술관, 도서관 등 예술 공간들이 작품처럼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강변을 따라 호텔 근처 선착장까지의 20여분은 다음날 새벽, 출국해야 하는 관광객의 아쉬운 심정을 달래주는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여행 길잡이
연중 따뜻한 골드코스트는 쇼핑, 휴양, 레저, 엔터테인먼트까지 일석사조의 여행지다. 북쪽에는 테마공원, 골프장, 사우스 스트랫브로크 아일랜드가 있고 중심부는 대형 쇼핑몰과 호텔, 해변이 이어져 있다. 또 서쪽으로는 열대우림과 폭포가 있다. 테마공원으로 유명한 시월드(www.seaworld.com.au/korean 한국어 페이지)와 워너브러더스 무비월드(www.movieworld.com.au/korean 한국어 페이지)의 입장료는 성인 62호주달러, 어린이 40호주달러, 헬리투어 10분 성인 77호주달러, 어린이 44호주달러.
▲인천~브리즈번=
대한항공에서는 호주 브리즈번의 운항횟수를 늘려 주 5회(화, 수, 목, 토, 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브리즈번 출발편은 오후 7시40분, 돌아오는 편은 현지시간 오전 8시20분에 출발한다. 골드코스트는 브리즈번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 공항에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갈 수도 있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천연 생태계의 보고로 다양한 야생 동물과 240종이 넘는 희귀한 야생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섬의 서쪽에 자리잡은 고급 리조트 킹피셔베이는 에코 투어리즘으로 유명하다. 새 관찰, 부시 워킹 등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각종 투어가 있다.
요금은 2베드룸 빌라(4인 기준)가 비수기 288호주달러, 성수기 360호주달러. 4륜구동 자동차 질주 투어 반나절 프로그램은 4인 기준 440호주달러(1인 추가시 110호주달러), 셀프드라이브투어 반나절은 성인 80호주달러, 4~14세 어린이 45호주달러.
▲브리즈번~프레이저 아일랜드 길잡이=
브리즈번 국내선을 이용(45분 소요), 하비베이에 도착해서 페리(약 50분 소요)로 프레이저 아일랜드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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