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벳푸① 온천 도시의 색다른 반전

피나얀 2006. 12. 14. 23:28

 

출처-[연합르페르 2006-12-14 10:34]




여행기자로서 제일 어려운 점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여행지를 독자들에게 소개할 때다. 벳푸 이야기를 꺼낸다면 많은 독자들이 TV채널을 돌리듯 다음 페이지로 서둘러 넘기려 할지도 모르겠다. 벳푸가 여행지로서 신선하지는 않지만 재미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온천은 물론 그 이상의 감동까지 요구한다면 더더욱 안성맞춤이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올 겨울 가족과 함께 주말이나 연차 휴가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행지 선정을 놓고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여름휴가처럼 장기간이 아닌 3~4일 안에 다녀와야 하고, 여행경비도 가급적 저렴하며 가족여행이기에 성인부터 어린이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 사람들은 동남아로 피한 여행을 떠나지만 6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은 아무래도 짧은 일정에는 무리다. 지금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올 겨울 가족여행지로 벳푸를 추천한다.

 

벳푸에서 동물 탐험을 하다

 

아프리카도 아닌 일본에서 동물 탐험을 한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벳푸는 우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3개의 동물원이 있다. 단순히 동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물의 세계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테마 동물원이다.

 

3∼4일 여행을 하면서 많은 곳을 볼 수는 없다. 여행 안내서마다 지역별로 여러 곳을 소개하고 있지만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곤혹스럽다. 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짧은 시간에 전부 다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벳푸 여행에서 '우미타마고'와 '다카사키 자연동물원', '아프리칸 사파리'는 꼭 방문하기를 바란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했다면 오히려 온천을 제쳐놓더라도 가보아야 할 곳이다. 세 곳의 동물원은 우리 나라 동물원과 다르다. 과천 서울대공원이나 용인 에버랜드도 재미없는데 일본까지 가서 동물원을 가라고 한다면 망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재미가 아닌 감동이 있기에 추천한다.


벳푸가 자랑하는 '우미타마고'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족관이다. '바닷속 달걀'이란 의미의 우미타마고는 해양 생태계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박물관에 들어갈 때처럼 마음의 준비까지 할 필요는 없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해양동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우미타마고는 1,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주제에 따라 '리버 존', '오션 존', '원더 존', '한대 존', '사이언스 존', '열대 존'으로 나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적당히 어두운 간접 조명과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머메이드 홀이 방문객을 맞는다. 8m 높이의 유리벽면 안에는 90종 1천500마리의 해양동물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 곳은 또 하나의 작은 바다다.

 

인공 수조를 만들어 깊은 바닷속의 해양생물과 인간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머메이드 홀 유리벽의 뒷모습에는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이 가득 담겨 있다. 컴퓨터 제어장치는 항상 바닷속과 같은 조건으로 조류를 흐르게 하고, 염도와 산소량도 자동으로 조절한다.

 

또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동물들의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첨단 과학이 총동원돼야 한다. 개체별 특성과 습관은 물론 심리적인 요건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조명이나 음악도 동물과 인간이 모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머메이드 홀에서 가급적 오래 머물기 바란다. 다만 동물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한다며 너무 유리벽에 붙어 있지는 말자. 유리벽 뒤편에 있는 소파에 편안히 앉아 음악을 들으며 해양동물들을 쳐다보자. '관람'이 아니라 '감상'을 하고 싶다면 시선을 좀 더 멀리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미타마고가 일반 수족관과 다른 부분은 동물들과 관람객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점이다. 2층 옥상에 있는 '터칭 에어리어'라고 하는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동물들을 만져볼 수 있고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바다코끼리, 상어, 가오리, 펠리컨, 펭귄을 직접 만져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풀장에서 돌고래와 같이 물놀이를 할 수도 있다. 관람을 마치고 수족관을 나오면 2층에는 우미타마고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 상점이 있으며 레스토랑 A-zoo에서는 벳푸 만을 바라보면서 바비큐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우미타마고 관람을 마쳤으면 다음은 다카사키 자연동물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우미타마고와 다카사키 자연동물원은 벳푸와 오이타시를 연결하는 국도 양쪽에 마주 보고 있으며 다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걸어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다카사키 자연동물원은 야생 원숭이들의 천국이다. 원숭이가 별로 없어 오히려 원숭이가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반 동물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물원에는 어떠한 철창과 외벽도 없다.

 

600m의 다카사키 산에 있는 2천여 마리의 원숭이들이 점심시간만 되면 모여들기 때문에 동물원이라기보다는 식사 배급소이다. 원숭이들은 12시에 모여 식사를 한 뒤 다시 흩어진다. 사육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야생 원숭이기에 더 흥미롭다.

 

원숭이들은 3개의 무리로 나뉘는데 제일 세력이 큰 무리가 먼저 식사를 한다. 무리 안에서도 가장 힘이 센 원숭이가 주도권을 갖는다. TV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야생 원숭이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물원 측에서도 원숭이들의 질서를 존중해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다. 물론 세월이 흘러 우두머리가 노쇠하면 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동물원에서는 야외 게시판에 정기적으로 원숭이들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글을 올려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우리 나라에도 자동차를 타고 야생동물들을 구경하는 사파리 공원이 있지만 두꺼운 창문을 통해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긴장감이 덜하다. 규슈 자연동물공원의 아프리칸 사파리는 기존 사파리보다 더 흥미롭다.

 

정글버스를 타고 6㎞의 야생동물 서식지를 돌아보는 코스인데 버스 안에서 관람객들이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정글버스에 타면 집게와 먹이가 놓여 있다. 초식동물에게는 과일이 준비되며 사자, 호랑이 등 육식동물의 먹이도 따로 있다.

 

우리 나라 사파리같이 창문으로 막혀 있어서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보다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둘러볼 수도 있지만 가급적 정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직접 운전을 하면서 야생동물들을 보는 즐거움은 있지만 창문을 열 수 없기 때문에 먹이를 줄 수 없을 뿐더러 동물들이 차에 흠집을 내더라도 전혀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글버스 사파리를 마쳤다면 공원 내에 전시된 희귀 고양이를 보거나 새끼 고양이와 함께 기념촬영도 할 수 있다.

 

교육학자들은 동물원이 어린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매우 높다고 이야기한다. 인간과 다른 생물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원은 안전과 관리문제 때문에 관람객과 동물을 너무 차단시켜 단순히 관람에만 그치게 마련이다.

 

우미타마고, 다카사키 자연동물원, 아프리칸 사파리를 관람한 어린이들은 모두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다. 돌고래와 함께 수영도 해보고 원숭이들에 둘러싸여 보고 사자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아프리카 초원에서도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어린이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사람에게 색다른 동물원이 있는 벳푸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