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벳푸② 98℃ 온천수의 법칙

피나얀 2006. 12. 14. 23:28

 

출처-[연합르페르 2006-12-14 10:35]


 


온양 온천이 쇄락한 것은 온천수가 메말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벳푸도 '한물간' 2급 온천 여행지라고 판단했다면 큰 오산이다. 벳푸는 현재도 일본 1위의 온천수 용출량을 자랑하고 있으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천 성분을 모두 포함한 최고의 온천수를 보유하고 있는 특급 온천 여행지이다.

 

매서운 칼바람이 스며드는 겨울이 시작되면 누구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어한다. 겨울철이 되면 그동안 한산했던 목욕탕도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주말 찜질방은 가족 단위 손님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온천 여행도 겨울철이 제격이다. 온천의 효능은 사계절 같지만 사람들은 구체적인 효과보다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서 느끼는 나른함'을 더 선호한다. 더운 여름에 뜨거운 욕탕에 들어간다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중 일교차가 크고 고온다습해 예부터 목욕문화가 발달했다. 여름철이면 끈적거리는 몸을 씻으려고, 겨울철이면 태평양의 습기를 담은 매서운 바람을 피해 몸을 녹이려고 목욕을 즐겼다. 일본인들은 샤워보다는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좋아했다.

 

이러한 목욕문화는 현대까지 이어져 일본에서는 주택 욕조를 우리 나라보다 깊게 만든다. 목욕을 좋아하는 민족이 땅 위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문화로 발전시킨 것은 당연하다.

 

지형이 화산지대인 일본은 홋카이도에서부터 오키나와까지 약 2천개의 풍부한 온천지대가 있다. 일본 오이타현 중부 지역의 벳푸 만에 위치한 벳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온천관광지로 본격 개발돼 해마다 1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벳푸의 명성은 과거 같지 않다. 인근 유후인과 구로카와 등 신흥 지역이 공격적 마케팅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후인과 구로카와는 벳푸의 대형 숙박시설, 온천시설보다는 소규모인 료칸과 노천탕 위주로 온천시설을 조성했다. 앞으로 온천문화는 회사 야유회나 연수 중심의 단체 여행에서 개인 여행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유후인과 구로카와에는 대형 호텔이 없으며 커다란 쇼핑시설도 없다. 유후인과 구로카와를 방문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온천은 좋지만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는 불평을 하기도 한다. 모처럼 해외여행인데 가급적 많은 곳을 보려고 하는 여행자 특유의 '헛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벳푸는 여행자의 이런 욕심을 충분히 해결해주는 곳이다. 벳푸가 유후인, 구로카와보다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온천수가 나빠서가 아니다. 온천수만 놓고 본다면 벳푸가 오히려 온천여행의 최적지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방문하는데 온천수가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연간 일정한 용출량을 유지하는 것은 풍부한 온천수원 때문이다. 벳푸의 온천수원은 2천841개로 일본 최대이며 용출량도 1일 13만7천275㎘로 2위인 유후인보다도 2배 이상 많다.


풍부한 온천수와 용출량의 도시답게 벳푸에서의 온천은 현지인들의 생활 속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다. 벳푸에 들어서면 온천수 수증기에 섞인 비릿한 유황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미국에 가면 버터 냄새, 한국에는 된장과 김치 냄새, 일본에서는 간장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벳푸는 유황 냄새가 도시를 뒤덮는다.

 

굴뚝마다 나는 수증기는 온천욕의 유혹을 더욱 부추긴다. 벳푸에서 온천욕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없다. 길거리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구입하듯 시내 아무 곳에서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벳푸시는 현재 시내 주변에 96개의 온천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100~1천 엔의 입장료만 있으면 누구나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시설은 특급 호텔 온천탕보다 못하지만 대부분 현지인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목욕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호텔을 나와 벳푸 시내를 거닐며 온천 여행에 나서보자. 벳푸대학 입구에서 차도건널목을 건너면 모래온천으로 유명한 가이힌 스나유(海兵砂湯)가 있다. 찜질을 좋아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온천으로 지하 온천열로 데워진 모래를 몸에 덮어서 땀을 내게 하는 방식이다.

 

온천을 즐기려면 먼저 입장료 1천 엔을 지불하고 탈의실에서 가운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가운을 입고 해변에 누우면 직원들이 뜨거운 검은 모래를 덮어준다. 약 20분이 지나면 코끝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30분이 경과하면 온몸에 땀이 촉촉이 밴다.

 

찜질을 마치면 얼굴이 온천열로 발갛게 상기되지만 몸은 청량감을 느낀다. 이 온천은 일본 현지에서도 매스컴에 많이 소개가 될 정도로 유명하며 벳푸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꼭 들러야할 필수 코스로 꼽히고 있다.

 

벳푸에서 뿜어내는 온천 수증기는 대부분 간나와 온천지구에서 올라온다. 시내 전체가 온천이지만 간나와 지구는 온천장들이 붙어 있어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모습이 더 장관이다. 벳푸의 관광엽서마다 간나와 온천지구 수증기가 올라오는 사진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고, 현지사람들도 '후손에 남기고 싶은 일본의 모습'으로 선정할 만큼 자긍심이 대단하다.

 

간나와 온천지구에는 '무시유'라는 이색 온천이 있다. 지난 8월 24일 재개장한 무시유는 우리 나라 찜질방과 비슷하다. 증기사우나 형태로 바닥에는 창포잎이 깔려 있으며 온천 수증기로 공간을 데운다. 창포잎은 땀구멍을 확장시켜서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시키며 매월 한번씩 교체되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찜질방식 온천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보다 오히려 현지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벳푸 vs 유후인, 구로카와

 

일본 온천여행을 계획하는 우리 나라 사람은 온천수의 효능보다는 숙박이나 주변 관광명소를 보고 여행지를 선택한다. 규슈지역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온천여행지는 벳푸, 유후인, 구로카와 3곳이 있다.

 

유후인과 구로카와는 지난 1990년대부터 지역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발전시킨 곳으로 대규모 숙박업소나 온천탕보다는 철저히 소규모 료칸 중심의 온천 도시이다. 특색 있는 인테리어와 노천탕이 많이 있어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온천 여행지로 선정되고 있기 때문에 온천을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목표라면 유후인과 구로카와도 괜찮은 곳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온천만 한다면 지루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은 동물원과 테마파크가 있는 벳푸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벳푸여행 어떻게 갈까?

 

많은 사람들이 일본여행을 하면서 패키지여행의 번잡함을 피해 자유여행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교통비와 숙박비가 비싸기 때문에 특정 지역만 고집하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비용이 저렴한 단체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벳푸 여행상품은 대부분 3~4일 일정으로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 시내를 관광한 뒤 유후인, 구로카와, 아소 산 등 규슈 주요지역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사마다 옵션, 숙박시설에 차이가 있지만 3박 4일 상품이 60만~100만 원대(12월 출발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벳푸에서는 지옥순례와 호텔에서의 온천욕 및 숙박만 경험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우미타마고나 다카사키 자연동물원, 아프리칸 사파리를 관람하고 싶다면 개인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개인여행의 경우 별도로 항공권을 구입한 뒤 인터넷 호텔 예약사이트를 이용해 벳푸지역의 호텔이나 료칸을 예약해야 한다.

 

벳푸 뿐만 아니라 후쿠오카, 오이타, 유후인 등 북부 규슈지역도 여행할 계획이면 3일 동안 6천 엔의 요금으로 모든 고속, 일반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선큐' 패스의 구입을 추천한다. 규슈 주요 도시 고속버스터미널 창구에서 구입할 수 있다.

 

벳푸지옥순례, 어느 지옥을 볼까

 

벳푸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지옥. 지옥이란 이야기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뿜어나오는 열탕, 뜨거운 진흙, 증기를 비유한 말로 테마별로 9개 지옥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우미지옥은 코발트빛 푸른빛이 바다를 연상시키며 다쓰마키 지옥은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간헐천으로 주기적으로 지하에서 뜨거운 물이 50m 높이까지 솟구치는 것이 장관이다.

 

핏빛의 지노이케 지옥은 보는 사람에게 공포감을 일게 한다. 또 진흙이 끊어 오르는 오니이시보즈 지옥에서는 온천수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이밖에 산에서 증기가 솟아오르는 야마지옥, 지옥의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치는 풍습을 가진 가마도 지옥, 온천열로 악어를 사육하는 오니야마 지옥, 청백색으로 보이는 시라이케 지옥, 새벽녘 증기가 오르는 모습이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긴류 지옥이 있다.

 

모두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2~3곳만 골라 보는 것이 좋다. 9개 지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우미지옥과 간헐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쓰마키 지옥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