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파도와 가장 가까운 절, 해동 용궁사

피나얀 2006. 12. 20. 22:04

 

출처-[데일리안 2006-12-20 10:41]



무량수경에 보면 ‘극락정토’에서 아미타불의 협시로서 부처의 교화를 돕고 있는 보살이 있다. 이가 바로 ‘관세음보살’인데, 동해안에 위치한 사찰에 가면 어김없이 이 보살상이 세워져 있다.

 

이 관세음보살상에는 특별히 ‘해수관음상’이라는 별칭이 부여되어 있다. 즉, 만경창파를 자비로운 눈길로 쳐다보듯이 중생을 넓은 덕으로써 교화시킨다는 뜻이다. 이 관음상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양양 낙산사의 해수관음상이었는데, 다행히 지난 번 화마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낙산사의 해수관음상이 한반도의 허리쯤에서 동해를 굽어보고 있다면, 기장군 용궁사의 해수관음상은 동해의 최남단에서 만경창파를 바라보고 있다.

◇ 절로 가는 백팔 계단 ⓒ 김대갑


용궁사는 자신의 절이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 혜근(惠勤)이 창건하였다고 주장한다. 당시 큰 가뭄 때문에 나라 인심이 몹시 흉흉하였다. 그 때 동해 용왕이 나옹의 꿈에 나타나, 봉래산 끝자락에 절을 짓고 기도하면 국태민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푸른 바다를 굽어보는 이곳에 절을 지었고, 그 이름을 보문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근세에 들어 정암 스님이 1974년 부임하여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발원하면서 백일기도를 하였다고 한다. 백일기도 후 스님은 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정동진역이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도역이라면, 해동 용궁사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일 것이다. 108계단을 딛고 내려가 반원형의 불이문을 지나면 절 마당으로 진입하는 돌다리가 나온다.

 

이 돌다리 바로 밑으로는 동해의 심연에서 밀려온 차끈한 파도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용궁사라는 절 이름은 다소 샤머니즘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위에 걸쳐진 다리를 걸어가다 보면 용궁 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좀 들기도 한다. 그리고 바다에 그렇게 인접한 곳에 절이 들어섰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 피안으로 가는 다리 ⓒ 김대갑


절 마당에 들어서면 다소 투박한 형상의 청동용이 바다를 향해 고개를 쳐든 모습이 보인다. 용 형상 밑에는 감로수가 있어 108계단을 내려오느라 목이 마른 사람에게 청량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감로수로 갈증을 풀었다면 이제 마당 한 쪽에 위치한 휴게실의 나무 의자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라. 장쾌한 동해가 눈 아래 넘실거리고,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해수관음상의 풍만한 육체가 두 눈에 가득 들어올 것이다.

용궁사는 바다에 인접한 절답게 민간신앙적인 요소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사찰에서 가장 미신적인 요소를 꼽는다면 ‘산신각’이나 ‘칠성당’ 혹은 ‘용왕당’이라는 제당의 존재일 것이다.

 

산신령과 용왕을 모시는 이들 제당은 재래의 민간 신앙이 우리나라 불교와 결합되면서 생긴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용궁사에는 용왕당과 굴법당이 이런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굴법당은 자손이 없는 사람이 기도하면 자손을 얻는다 하여 득남불이라고 불릴 정도로 민간 신앙적 요소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해동 용궁사에는 이런 민간 신앙적 요소가 눈에 많이 뜨이고 근래에 만든 건물이 많아 다소 낯선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절 입구의 십이지신상이나 모조 돌하르방, ‘교통안전기원탑’ 등은 불교와 별 관계가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석탑과 용궁사 ⓒ 김대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궁사는 입지 조건의 독특성 때문에 여러 번 가보아도 별반 싫증이 나지 않는 곳이다. 그 독특성은 물론 바다와의 조화에 있다. 사찰을 홍보하기 위해 용궁사가 정해놓은 ‘용궁사 8경’이란 것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풍광은 2개라고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추야명월이라 하여, 보름달이 뜬 밤에 108계단에 서서 바다와 사찰이 달빛에 물든 모습을 보는 것이다. 아늑하고 다채로운 달빛이 바다에 은가루를 뿌려놓을 때, 바위 위에 고요하게 자리 잡은 절은 신비함을 안겨준다.


◇ 바다와 가정 가까운 절, 용궁사 ⓒ 김대갑


또 하나는 봉축야경이라 하여 4월 초파일 밤에 바다와 어우러진 등불의 현란한 빛을 보는 것이다. 봉축야경은 우리나라 어느 사찰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사실 해동 용궁사에 가장 볼 만한 것은 단연 봉축야경이라고 할 수 있다. 수 천 개의 등불이 일시에 켜진 용궁사는 바다 위에서 붉은 빛을 내며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배를 연상시킨다. 그 휘황찬란한 불꽃이 바다를 물들이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용궁사 옆에는 국립수산과학관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해양생태계에 관한 교육을 하기에는 그만이다. 바다에 사는 다양한 어류를 야외 전시장과 실내 전시장에서 볼 수 있고, 미래의 해저도시를 꾸며놓은 전시관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특이한 경험을 원한다면 부처님 오신 날에 해동 용궁사를 방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