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독일 퓌센의 ‘노이 슈반슈타인’

피나얀 2006. 12. 21. 23:54

 

출처-[경향신문 2006-12-21 09:48]




어린 성주 고트프리트의 후견인 테라문트 백작은 야심만만한 사나이다. 성을 빼앗을 생각으로 마법사인 그의 아내 오르투르트를 시켜 성주를 백조로 둔갑시켜 쫓아낸다. 어느 날 국왕이 성에 도착하자 백작은 성주의 누이인 엘자를 성주 살해범으로 지목한다. 엘자가 결백을 주장하자 왕은 결투로 진실을 가리라고 명령한다. 그때 백조가 한 기사를 이끌고 온다. 로엔그린의 백조의 기사는 그를 대신해 결투를 한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같지만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의 줄거리다. 그런데 정말로 그 동화같은 이야기를 독일 땅에 재현한 왕이 있었다. 루드비히 2세, 바바리아(남부 독일) 사람들은 그를 ‘동화의 왕’이라고 한다.

 

그는 퓌센에서 5㎞ 정도 떨어진 전원지대에 있는 호엔 슈반가우성에서 자라났다. 이 성의 백조기사 홀에는 로엔그린의 전설을 담은 벽화가 있다. 어린 루드비히 2세는 그 벽화에 빠져들게 되고 1861년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본 이후로 전설과 같은 삶을 꿈꾼다.

 

루드비히 2세는 18세에 왕권을 승계했지만 당시는 의회의 권한이 확대되면서 왕권은 점차 축소되는 시기였다. 정치에 염증을 느낀 그는 뮌헨에서 탈출,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건설한다.

 

1869년 24살의 젊은 왕 루드비히 2세는 바이에른 알프스와 알프 호수로 둘러싸인 산골마을 호엔 슈반가우에 버려진 성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재건하기 시작한다. 주제는 오페라 ‘로엔그린’. 성의 이름은 노이 슈반슈타인. 그러나 노이 슈반슈타인성은 정신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진단을 받고 퇴위한 루드비히 2세가 이 성 앞의 호수에서 1886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될 때까지 완성되지 못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성은 푸른 물결 위를 한가롭게 헤엄치는 백조의 우아함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성은 진짜 아름다움을 내부에 감추고 있다. 노이 슈반슈타인성의 현관홀에는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의 한 장면인 레긴이 지크프리트에게 그람의 칼을 갈아주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홀을 지나 대관홀로 들어서면 대리석 바닥 위의 빨강과 보라색 기둥들이 금빛 가득한 천장을 받치고 있다. 비잔틴 양식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왕은 이 황홀한 홀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죽은 다음해 완공됐기 때문이다. 대관홀의 서쪽 베란다에서는 바이에른 주의 산과 호수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참나무로 장식된 식당은 중세 악사의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금된 탁자는 용과 싸우는 지그프리트를 표현하고 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침실은 고딕양식이다. 침실 안의 14개 나무 조각품은 14년에 걸쳐 완성됐다고 한다. 왕을 위해 마련한 세면대는 백조의 입에서 물이 나오는데 성너머 샘물을 연결해 물이 흐르게 했다.

 

백조의 코너라고 불리는 코너장이 설치된 거실은 그랄의 기적과 백조와 함께 안트베르펜에 도착한 로엔그린 기사가 그려져 있다. 실제로 이 성의 곳곳엔 백조가 가득하다. 문짝의 무쇠 손잡이까지 백조를 새겨놓았다.

 

로만 양식으로 꾸며진 왕의 서재엔 탄호이저와 바르트부르크의 악사대회를 소재로 한 그림이 있다. 서재로 가는 길엔 인공으로 꾸민 종류석 동굴을 지난다. 성을 내려가면 완벽하게 보존된 당시의 주방을 볼 수 있다. 냉온수가 항상 흐르고 자동으로 꼬치를 돌리는 시설도 있다. 당시로는 놀랄 만한 기술적인 설계다.

 

이 성은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의 성을 지을 때 모델로 삼았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마차나 버스를 이용해 성으로 올라간다면 마리엔 브리케 다리에서 내리게 된다. 이 다리는 성보다 더 오래된 다리로 다리 아래엔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지상에서 92m 높이에 있는 이 다리의 이름은 왕의 어머니인 마리여왕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이 다리 위에서는 성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노이 슈반슈타인성과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노란색 성도 색다른 멋이 있다. 이 성은 루드비히 2세의 아버지인 막시밀리안 2세가 지내던 호엔 슈반가우성이다. 내부는 동양 미술품과 진귀한 예술품들로 장식돼 있다. 특히 왕의 침실 천장 벽화는 조명에 따라 별들이 반짝인다. 이 성의 3층에는 왕이 바그너와 함께 연주했다는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다.

 

▲성으로 가늘 길

 

아우크스부르크나 뮌헨의 슈타른베르거 역에서 들어갈 수 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직행도 있지만 환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방철도는 객차수가 적기 때문에 열차 시간표를 확인해야 한다. 퓌센 역 앞에서 슈반가우나 테겔베르크반행 버스를 타고 호엔 슈반가우에서 하차한다.

 

마을에 도착하면 언덕 위에 아름다운 성이 보인다.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올라가면 45분 정도, 마차로는 20분 정도 걸린다. 버스로는 10분 정도 거리. 성 내부는 일정한 관람객이 모이면 가이드와 함께 입장할 수 있다.

 

▲여행 팁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면 북쪽 5㎞ 슈타인가텐의 비스 성당(왼쪽 사진)을 꼭 들러보자.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배경으로 한 성당. 아무런 장식도 없는 크림색의 소박한 겉모습은 이 성당이 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밝고 환한 실내는 천상에 온 듯하다.

 

정면의 제단뿐 아니라 벽과 천장에 가득한 프레스코화는 사람의 솜씨가 아닌 듯하다. 일요일에 방문하면 제단 맞은편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성당 입구에는 단 4명이 앉을 수 있는 꼬마성당이 있다.

 

원래는 이 성당이 비스성당이었다고 한다. 성당 안의 목각 예수상이 눈물을 흘려 유명해진 꼬마성당에 사람들이 몰리자 새로 지은 큰 성당이 지금의 비스성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