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겨울 여행도 즐거운 섬, 제주도

피나얀 2006. 12. 22. 22:04

 

출처-2006년 12월 22일(금) 오후 2:36 [레이디경향]



제주 최고의 자연 전망대 ‘바람의 언덕’

지난 11월 초,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제주에 다녀왔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딱 10년 만이다.

신혼여행 때는 택시기사가 이끄는 대로 북적대는 관광지와 식당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인공적인 유원지보다 제주 그대로의 비경을 샅샅이 뒤져보기로 했다. 우람한 아줌마가 돼버린 아내, 내 인생 최고의 성공작인 개구쟁이들과 함께 말이다.

오전 10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99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5분만 내려가면 ‘신비의 도로’와 ‘러브랜드’가 있다. 신비의 도로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아이들이 가장 고대하던 곳이다.

러브랜드는 아내가 꼭 보고 싶어 해서 들른 곳이다. ‘성’과 관련된 다양한 조각품을 만날 수 있다. 당연히 19세 미만 관람불가다. 어른들이 구경을 하고 나올 때까지 아이들은 만화책과 게임기가 있는 휴게소에서 기다려야 했다. 넓은 정원과 실내 전시장엔 낯부끄러운 작품들이 넘친다. 화장실도 ‘팬티 내리는 곳’이라 적혀 있다.

오후엔 제주 남서쪽 해안을 따라 송악산과 수월봉 일대 드라이브를 했다. 송악산은 제주 경관을 한 곳에서 두루 감상할 수 있거니와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풀 뜯는 말을 보면서 좁은 길을 따라 정상까지 자동차를 타고 올라갔다. 꼭대기 ‘바람의 언덕’은 장담컨대 제주 최고의 자연 전망대다. 산 아래 절벽에는 15개의 인공 동굴이 뚫려 있다. 어뢰정을 숨기기 위해 일제가 파놓은 비운의 흔적이다. 세월이 흘러서일까. 그마저도 옛이야기가 된 듯 해안 절경의 한 부분으로 남았다.

아름다운 일몰을 구경하려면 제주 서쪽 끄트머리인 수월봉이 제격이다. 해가 짧아진 탓에 오후 5시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바람이 차서 걱정했는데 웬걸 아이들이 더 신났다. 비스듬한 경사면은 마른 풀잎이 매끄럽게 드러누워 미끄럼 놀이에 그만이다. 드디어 일몰 시간. 차귀도와 풍력발전소, 억새밭과 기상대 지붕 등이 차례로 오렌지빛에 휩싸였다. 세상을 붉게 물들인 장관은 신기루처럼 채 5분이 되기 전에 사라졌다.

숙소는 서귀포시 작은 마을에 자리한 펜션이다. 다음날 아침, 꽤 일찍 서둘렀다. 한라산 영실 코스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영실은 성판악, 어리목, 관음사 등 왕복 산행 소요 시간이 4시간 정도로 한라산 등산 코스 중 가장 짧고 무난하다. 한라산은 한나절 이상을 소비해야 하는 굵직한 코스라 일반 제주 관광 일정에서는 제외되기 쉽다.

오후 일정은 쇠소깍과 아부오름이다.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쇠소깍은 서귀포시 남동쪽에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진 이곳은 소(쇠)가 드러누운 형상의 웅덩이(소)로 한라산 끝(깍)자락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다음은 제주의 늦가을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북제주군으로 차를 몰았다. 1112번과 16번 도로가 교차하는 그곳에 아부오름이 있다. 아부오름 정상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움푹 파인 중앙은 바깥쪽 경사보다 몇 배 더 깊다. 분화구가 얼마나 넓은지 동그랗게 심은 삼나무를 울타리 삼아 소 몇십 마리가 그 속에서 풀을 뜯는다. 능선에서 바라본 소들은 개미처럼 작다. 아부오름 주변은 산굼부리, 비자림로, 마방목지, 용머리오름 등 억새로 뒤덮인 너른 들판이다.

● 제주 여행 이모저모

먹을거리 용담골(064-752-2344)의 전복삼합이 유명하다. 버터를 두른 뚝배기에 전복과 버섯이 가득하다. 전복, 오겹살 수육, 묵은지를 쌈으로 싼 뒤 젓갈이나 마늘을 얹어 먹는다. 올래식당(064-742-7355)의 고기국수도 일품이다. 뽀얀 육수에 두툼한 고깃살이 고명으로 담겨 나온다. 테이블이 4개뿐인 허름한 식당이지만 줄을 서서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잠잘 곳 제주 남동쪽 남원읍의 제주목화휴양펜션(064-764-7942)에는 17~35평 등 다양한 크기의 통나무 숙소가 있다. 1박 요금(렌터카 포함, 비수기에 한함)은 9만~24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