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간절곶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피나얀 2006. 12. 24. 22:49

 

출처-[오마이뉴스 2006-12-24 11:49]



ⓒ2006 이명화

우리나라 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 12월도 저물어 가는 지금 그곳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문화공연 및 알찬 송년행사와 간절곶 해막이 대축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니고 있는 교회 봉사부서에서 송년모임을 가졌다. 기장을 지나고 일광과 나사리 등지를 지나 간절곶에 닿았다. 오래만에 눈을 들어 바라보는 바다는 바람도 없는 포근한 날씨라 잔잔했다.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역시 주말이다.

그런데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황금돼지와 '간절곶 소망의 우체통'이었다. 내년이 바로 돼지의 해라 새로운 이벤트를 마련한 듯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소망을 담은 편지를 써서 '희망의 우체통'에 들어가는 사람들, 황금돼지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 12월 2일에 세워진 '희망의 우체통'은 높이 5m에 가로*세로 각각 2.4m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우체통이다. 간절곶 해돋이 관광객들이 새해의 간절한 소망을 편지에 담아 우체통에 넣을 수 있도록 마려한 것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운영한다. 큰 우체통 안에 들어가면 편지를 넣을 수 있는 우체통이 있는데 그 옆에 준비되어 있는 우편엽서에 사연을 적어 넣으면 주소지까지 무료로 배달된다는 것이다.

ⓒ2006 이명화

ⓒ2006 이명화

전자우편과 휴대전화의 보편화로 우체국 갈 일이 거의 없고 우체국에 가서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가서 '너에게' 편지를 쓸 마음도 여유도 잃어버린 오늘을 사는 우리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낼 일이 또 얼마나 있을까.

그런 삭막한 현실에서 '소망의 우체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듯하다.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도 엽서 한 장 써서 보낼 사람이 없을까 하고 마음 속의 낡은 수첩을 뒤적이면서 잠시라도 골똘할 것이다.

붉게 타오르는 새해의 첫 해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망의 편지를 쓰면 더 좋을 듯싶다. 딱히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소망의 우체통에 넣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엽서를 오랜만에 여기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으로 표현해 본다.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멜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발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2006 이명화

ⓒ2006 이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