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앙일보 2007-01-19 07:23]
"찬 바람에 눈발이 섞여 날리는 요맘때면 돌미역에 둘둘 만 과메기 생각이 간절해요. 물론 소주 한잔도 빠뜨릴 수 없지요."
포항이 고향인 김경석(39.서울 마포구 염리동)씨는 사계절 중 겨울이 최고란다. 추위를 잘 견디는 살점 좋은 체구도 아닌데 단지 고향의 맛을 실컷 즐길 수 있는 과메기 때문이란다.
"과메기의 매력은 비릿한 향기에서 시작됩니다. 그 향기에는 다른 생선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포항 앞바다의 향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20년 가까운 타지 생활로 '서울 뺀질이'가 다 됐다면서도 고향의 맛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이다.
김씨가 말하는 과메기는 꽁치나 청어를 코다리나 피데기(오징어)처럼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 김씨는 비릿한 '향기'라고 말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냄새'란 표현이 적확할지 모른다. 그래도 코끝에 와 닿는 그 냄새가 다른 생선과 달리 거부감이 없다. 찬 겨울바람에 생선살이 상하지 않고 마른 때문일 것이다.
7번 국도를 남쪽으로 달려 닿는 호랑이 모양 우리나라 지도의 꼬리 부분, 포항 구룡포. 차에서 내리자 공기부터 다르다. 차긴 찬데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없다. 산을 넘어온 건조한 북서풍이 동해의 해풍과 만나서 그렇단다.
"과메기 맛의 원천은 바람입니다. 바람의 온도 차가 심하면 과메기가 황태처럼 푸석푸석해지지요. 센 바람이 불면 겉껍질만 말라 속살이 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과메기를 '바람의 아들'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과메기 전문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구룡포 산호수산 안구진 대표의 설명이다. 동해안에 볕이 좋고 바람 센 곳이 많지만 굳이 과메기의 80%가 구룡포에서 생산되는 까닭이기도 하단다.
사실 과메기는 10여 년 전만 해도 구룡포를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들의 한철 별미로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특유한 풍미와 함께 건강식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부산 등 대도시로 퍼져 나갔고, 얼마 전부터는 겨울 별미를 꼽을 때 엄지손가락 자리다툼에 빠지지 않는 명물 반열에 올랐다.
원조는 청어, 요즘은 꽁치
청어 과메기든 꽁치 과메기든 이름이 생뚱맞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물고기의 눈을 나뭇가지에 꿰어 말렸다는 의미의 관목어(貫目魚)가 발음이 변했다는 얘기고, 다른 하나는 꼬아 묶어 말렸다는 뜻이란 설이다. 어쨌든 원래 과메기의 재료는 청어였다.
겨울철 부엌 살창에 청어를 걸어두면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맛있는 과메기가 제조(?)됐다고 한다. 그러나 청어의 어획량이 '말려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지 않게 되자 꽁치로 대체됐다는 것.
그런데 꽁치는 동해에서 잡는 것이 아니다. 북태평양에서 잡은 원양산이다. "겨울철 동해에서 잡히는 꽁치는 크기가 작습니다. 살이 실하지 않아 과메기를 만들어도 맛이 떨어지지요. 그래서 원양산 꽁치를 쓰는 거지요." 산호수산 안 대표의 설명이다.
꽁치 과메기도 두 가지가 있다. 한 마리를 통째로 말린 '통과메기'랑, 반으로 갈라 내장 없이 말린 '배지기'다. 통과메기는 말리는 데 보름이나 걸리고, 먹기 전에 다시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배지기가 등장했단다. 요즘은 모양새를 중시하는 도시인들을 겨냥한 배지기의 돌연변이 '발과메기'란 것도 눈에 띈다.
배지기를 발에 펴서 말린 것인데 기름 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구룡포 원경식당 박경숙 사장은 "통과메기는 꽁치 내장 맛이 생선살 속으로 녹아들어 더욱 독특한 맛을 내지만 날 생선을 오랜 기간 말려야 하는 부담 때문에 생산 어민들도 기피한다"고 말했다. 실제 구룡포는 물론 죽도시장의 상점이나 음식점에서 만난 과메기는 대부분 배지기였다.
갈비집에서 과메기를 ?
국내 최대의 과메기 산지인 구룡포. 묘하게도 음식점 간판이나 메뉴판에서 과메기란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과메기 전문점이 없는 것이다.
"구룡포는 과메기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덕장 구경은 실컷 할 수 있지만 외지 소비자들이 과메기를 사거나 맛을 보려면 다소 불편할 것입니다. 서울로 친다면 소매가 드문 도매시장 개념이라고 할까요?"
신랑 따라 포항으로 이사왔다는 새내기 주부 김현경(32)씨의 말이다. 그리곤 횟집으로 불쑥 데리고 들어간다. 메뉴판에도 과메기가 없다. 돌연 생선회와 소주를 주문한다. "난, 과메기를 먹어야 하는데…. " 볼멘 소리를 내자 빙그레 웃고 만다.
그런데 잠시 뒤 과메기가 불쑥 등장한다. 껍질 벗은 과메기가 배춧잎.돌미역.실파.풋고추.마늘에 둘러싸여 뻘건 초고추장과 함께 한상 가득 차려진다. "구룡포에서 과메기는 기본 곁반찬입니다. 겨울이면 갈비집에서도 과메기를 돈 안 받고 냅니다." 음식점 주인 문순남씨 설명이다.
배춧잎 위에 바다내음 물씬 나는 돌미역 올리고, 초고추장 양념에 과메기.실파.풋고추.마늘을 더해 단단하게 쌈을 싸서 입에 넣는다. 비릿하며 꾸덕하게 씹히는 과메기 살에 맵고 아삭하게 씹히는 실파.풋고추.마늘 맛이 어우러져 상큼하다. 초고추장의 톡 쏘는 새콤함도 한몫 거든다. 씹을수록 독특한 과메기의 고소한 맛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꽁치의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 때문인지 소주 몇 잔을 연거푸 마셔도 쉽게 취하지 않는다.
좋은 과메기는 윤기 나는 푸른 빛깔에 속살이 불그레하다. 크기가 일정하고 살집에 적당한 탄력이 있다. 만져서 물렁물렁거리면 덜 마른 것, 딱딱하면 너무 마른 것이므로 피한다. 죽도 시장에 가면 청어 통과메기(10마리 한 두름에 1만원), 꽁치 통과메기(20마리 한 두름에 6000원), 꽁치 배지기(20마리 한 팩에 1만원)를 살 수 있다.
채소를 일일이 사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배추.생미역.실파.마늘 등이 들어 있는 채소 세트(2000원)와 초고추장(2000원)도 판매한다. 구입해 집에서 먹을 땐 껍질을 벗겨 한입 크기로 썰어내는데 껍질은 머리 쪽부터 벗기면 한번에 쉽게 벗겨진다.
■ 과메기의 영양
포항 현지에서 통과메기는 한 마리에 300원인 셈. 그런데 영양적으로는 쇠고기보다 월등 뛰어나다. '과메기 박사'로 통하는 포항1대학 부설 해양식품연구소 오승희 교수는 "과메기에는 머리에 좋은 DHA와 성인병 예방효과가 뛰어난 불포화지방산 EPA의 함량이 등푸른 생선의 대표로 꼽는 고등어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과메기는 또 숙취 해독과 노화방지, 미용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성분도 많다. 토코페롤(비타민E)과 칼슘의 경우 과메기는 100g당 각각 1.31mg, 58.4mg으로 고등어 0.96mg, 38.2mg보다 높게 나타났다.
■ 주변 볼거리
호랑이 모양인 우리나라 지도의 꼬리부분이 호미곶이다. 매년 1월 1일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하다. 포항에 갔다면 굳이 새해 첫날이 아니더라도 이른 새벽 서둘러 해돋이를 보는 것이 좋다. 구룡포에서 호미곶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적극 추천이다.
포항의 또 다른 명물은 죽도시장.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이다. 펄펄 살아 있는 생선을 골라 즉석에서 회를 떠먹을 수 있다. 요즘은 과메기뿐 아니라 피데기도 인기다. 싱싱한 대게.대구.아귀.생태 등을 몇 마리씩 바구니에 담아 1만원에 파는 곳도 있다.
■ 배달은 … (지역번호 054)
·산호수산 244-3507, 한 두름 1만원, 채소세트 7000원, 택배비 3000원
·이동상회 243-8546, 15마리 1만원, 20마리 1만2000원, 채소세트 6000원, 택배비 4000원
·수현상회 242-3511, 15마리 1만원, 20마리 1만2000원, 채소세트 6000원, 택배비 4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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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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