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영화의 도시 ‘칸’의 색다른 매력

피나얀 2007. 1. 26. 21:45

 

출처-[뉴스메이커 2007-01-25 13:54]



비수기 맞아 ‘쇼핑 카니발’로 관광객 유치… 프랑스문학 기행 재미도 쏠쏠

지중해로 이어지는 코타쥬르의 평화로운 바다풍경.

철지난 바닷가는 쓸쓸하다. 뜨거운 태양도, 아슬아슬한 수영복 차림의 아름다운 여성들도, 파도를 타는 서핑족들도 없고 그저 을씨년스러운 백사장과 텅 빈 가게들에서 나오는 주인들의 한숨만 찬바람 속에 흐를 뿐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바닷가 휴양지도 얼마든지 1년 내내 화려한 영화를 누릴 수 있다. 프랑스 칸이 그런 ‘발상의 전환’으로 칸은 물론 인근 지역에까지 수익을 올려줘 각광을 받고 있다.

 

칸 영화제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칸은 니스와 함께 코트다쥐르(지중해에 면한 해변지대)를 이루는 곳이다. 5월에 열리는 영화제에는 세계적인 스타들과 매스컴이 몰려들고 6월부터는 본격적인 바캉스철을 맞아 프랑스는 물론 각국의 부호들로 들끓는다.

 

겨울철, 특히 12월과 2월 무렵은 썰렁하기만 하던 칸이 이젠 연초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1월 하순 각종 백화점 등에서 본격적인 겨울 세일을 시작하기 전인 1월 초순에 ‘쇼핑 카니발’을 개최하기 때문이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 행사 기간에는 상점들마다 ‘Promotion Price’(정상 세일 기간이 아니어서 세일이란 말 대신에 프로모션이란 용어를 쓴다)를 내세워 20~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판다.

 

미리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제대로 된 인기상품을 먼저 구입하려는 이들이 몰려든다. 또 패션디자이너들과 의류업체들이 영화제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에서 행사 기간에 화려한 패션쇼 무대를 마련해 파리 컬렉션 등에서 보았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도 발렌티노 등 최정상급 디자이너는 물론 신인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열려 패션피플의 갈채를 받았다.

실내장식과 서비스가 자랑인 모나코의 호텔.

고급호텔 패키지 빅세일 행사도

 

또 이 기간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평소에는 꿈꾸지 못할 가격에 근사한 호텔에 머물고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관광청에 협찬 호텔로 참가한 호텔들은 정상가나 성수기의 30~40% 가격에 방을 내놓는다. 하룻밤 투숙에 100만 원 정도인 럭셔리한 호텔도 30만 원 정도에 즐길 수 있고 협찬 레스토랑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아 외국인은 물론 프랑스인도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족과 고향에서 짧게 보내고 이곳으로 찾아온단다.

 

칸관광청이 기획, 한겨울에도 관광객을 이끄는 칸쇼핑페스티벌.

칸에서는 겨울에도 보고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이라면 칸 영화제 관련 기념품은 물론 영화포스터 등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또 워낙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바닷가에 위치한 라넥스(lannex) 같은 식당에 들어가 해산물 요리를 즐기며 명품을 휘감은 멋쟁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옛 중심가에서는 시장이 들어서 신선한 야채, 각종 치즈 등 프랑스 전통 먹거리를 구경하고 맛볼 수 있다.

 

칸에서는 프랑스 문학기행도 할 수 있다. 칸의 옛 항구 포르에서 배로 15분만 가면 고전 ‘철가면’과 베르베르의 ‘뇌’의 배경인 레랭(Lerin) 섬에 도착한다. 레랭은 생마그리트와 생토노라란 두 섬으로 이뤄졌다.

 

생마그리트 섬에는 철가면의 모델인 수수께끼 죄인이 갇힌 성채가 나오는데 오랫동안 감옥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이곳에는 뮤제드라메르란 박물관도 있어 침몰한 해적선이나 화물선에서 건진 전시물과 아름다운 벽화장식을 관람할 수 있다. 생토노라 섬에는 와인을 만들어 유명해진 레랭수도원이 있다.

 

지중해 도시 망통의 ‘레몬 축제’

 

칸, 니스에서 이어지는 또다른 코트다쥐르의 도시는 망통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미술가인 장 콕토의 미술관이 있고 그가 벽화와 천장화를 그린 시청 결혼식장이 명물인 이곳은 유명인들이 아플 때 쉬어가는 휴양지로 알려진, 아주 작고 귀여운 도시다. 재스민과 레몬 등 감귤류가 특산물로 매년 2월 펼쳐지는 레몬축제(La Fete du Citron)는 1934년에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남프랑스의 대규모 축제이다.

 

축제에서는 매년 서로 다른 만화 주인공을 주제로 선정하여 30만t에 이르는 오렌지와 레몬으로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껏 즐길 수 있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도의 풍물’ 등을 주제로 하여 조형물 전시, 퍼레이드, 불꽃놀이 등 여러 행사가 열려 인구 2만9000명의 도시에 60여 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단다.

 

이왕 코트다쥐르 기행에 나섰으면 반드시 갈 곳 중 하나가 모나코. 할리우드 스타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였다거나 007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카지노, 카레이싱을 즐기는 이들이 열광하는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나라이지만 ‘국가’라고 하기엔 민망할 만큼 조그만 왕국이다. 걸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다 돌아다닐 수 있는 이 모나코가 모든 이들이 꿈꾸는 동화의 왕국이고 세계의 멋쟁이들이 모이는 곳이 된 이유는 뭘까. 모나코에서만 누릴 수 있는 ‘부티’와 ‘아기자기한 화려함’ 덕분이다.

모나코의 야경.

쇼핑의 천국 모나코 명품 집합소

 

모나코는 1863년 국왕 샤를 3세에 의해 설립된 SBM그룹이 호텔, 카지노, 골프장, 스파 등 럭셔리투어와 관련한 것들을 관리하고 있다. 호텔드파리, 에르미타주, 미라보, 몬테카를로비치, 몬테카를로베이 등 이 그룹이 관리하는 호텔은 모두 별 넷짜리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자랑한다. 프랑스 오페라극장을 설계한 샤를 가르니에가 게임룸을 디자인한 호텔드파리, 벨에포크풍의 우아한 장식이 돋보이는 에르미타주 호텔에서는 가끔 세계적인 부호나 유명 스타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굳이 그런 고급호텔에 머물지 않아도 구경거리들은 많다. 매일 낮 12시면 왕궁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고 바로 근처에 있는 왕실직영의 초콜릿 가게에서 초콜릿을 맛보면서 왕족이 된 느낌도 즐길 수 있다. 요즘은 퇴색했지만 우표수집이 한창일 때 모나코 우표가 인기였는데 작은 우체국에서는 여전히 독특한 우표를 구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나코는 쇼핑의 천국이다. 그랑카지노와 호텔드파리가 있는 광장을 중심으로 ‘황금의 서클’이라고 불리는 거리에 세계 최고급 명품브랜드들이 모여 있다. 카르티에나 쇼메 등 보석상들 역시 그 어느 나라보다 비싸고 화려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 눈요기를 한 다음엔 건너편 ‘메트로폴’ 쇼핑센터의 100여 개 가까운 상점에 가서 취향과 지갑 수준에 맞는 물건을 살 수 있다.

 

밤이 되면 각 호텔과 별장, 상점에서 나오는 불빛은 물론 지중해에 떠 있는 요트에서 나오는 불빛과 맑은 밤하늘의 별빛까지 보태져 모나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토록 돈을 많이 벌어 이곳에 오려는지를 알게 해준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마음과 몸을 움직이고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은 엄청난 유적지보다는 칸의 쇼핑카니발 같은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