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7-01-25 10:15]
경북 청도 간 김에 시골장 구경에 나섰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풍각 농협에 차를 세우고 장터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길 한 켠에 ‘신발·양산 수선 전문’이란 팻말이 걸렸다. 거꾸로 걸린 양산 밑으로 크고 시꺼먼 구식 재봉틀이 보였다. 이런 재봉틀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조금 더 걷자 왼쪽으로 교회당 꼭대기가 보인다. 골목을 들어서니 툭 터진 공터가 나오고, 그 뒤로 살구색 페인트로 칠해진 교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풍각제일교회’다. 건물 벽을 보니 커다랗게 쓰여진 ‘愛(애)’자에는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사랑이라’를 강조하듯, 동그라미가 둘러쳐 있고, 그 아래 ‘禮拜堂(예배당)’이라고 얌전한 한자(漢字)로 적혀 있다. 요즘 빈티지가 유행이라는데, 빈티지도 이런 빈티지가 없다.
교회를 지나 오른쪽으로 틀면서부터 본격적인 풍각장 구경 시작이다. 어물전에는 이런저런 생선이 뒹구는데, 다른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커다란 생선 토막들이 보인다. 주인에게 물으니 “돔배고기”라고 한다. 상어고기다. 상어는 체내에 암모니아가 많아 쉬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냉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 청도 같은 산간에서 그나마 맛볼 수 있는 생선이 상어, 아니면 소금에 ‘찌든’ 간고등어였다. 요즘이야 별미로 그 신분이 격상했지만. 상어고기는 다른 생선처럼 그냥 구워먹으면 된다(청도 한정식집에서 반찬으로 나온 상어고기를 먹어보니, 그 맛이 엄청난 감동은 아니었다. 그저 퍽퍽한 흰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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