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7-02-01 10:27]
간만에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꽤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유독 ‘나쁜’이란 말이 들어간 책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외국어 코너에 갔더니 ‘나쁜 강의’라는 말이 붙은 토익·토플 책들이 눈에 띄게 보였고, 자기계발 코너에는 ‘나쁜 여자 보고서’부터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까지 나쁜 것의 대표선수로 ‘여자’가 버젓이 올라가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나쁜 심리학, 나쁜 과학, 나쁜 여행에 나쁜 크리스천까지 나쁨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 ‘나쁜 남자 12종’이란 제목의 책까지 있으니, 이 모든 책들을 더하면 꼭 설날용 ‘나쁜 선물세트’ 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런 상황을 본다면 ‘나쁜’이란 말이 도매금으로 쏟아지는 요즘의 상황이 몹시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왜 아니겠는가. ‘나쁜 아이로 키워라’ 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책까지 나오는 마당에 자신들의 트레이드마크가 압사 직전까지 가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 잡지 할 것 없이 나쁜 여자들의 섹슈얼리티를 따라 잡기 위해 안달이다. 나쁜 여자들의 연애 매뉴얼을 A~Z으로 만들어 파는 하이틴 잡지부터 샤넬처럼 디자이너라는 명성 뒤에 가려졌던 세컨드(정부)로서의 삶을 얘기하면서 나쁜 여자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성인용 잡지까지 방식도 다양하다.
덕분에 술, 담배, 문란한 섹스와 문신, 동거까지 나쁜 여자가 갖춰야 할 조건들이 패셔너블한 것처럼 역전되어 버렸다. 대표적인 인물이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아닌가. 일은 똑 부러지게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남자 보는 눈은 지독히도 없어서 늘 좋은 남자에게만 굿바이를 외치는 헛똑똑이. 게다가 이혼남의 주변을 위성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마티니 중독자 말이다.
어른인 우리는 그것이 결국 치아를 썩게 하고, 몸을 상하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나쁜 게 좋다고 자꾸 우기지 말자. 드라마 ‘누나’에서 비정하고 음흉한 사채업자마저 이런 대사를 하지 않던가. 악전(나쁜 돈)은 그 끝이 나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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