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니가타② 눈과 입이 행복한 진수성찬, 가이세키

피나얀 2007. 2. 7. 20:05

 

출처-[연합르페르 2007-02-07 09:34]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아름다운 음식. 입보다 먼저 눈으로 먹는다는 일본 음식의 정수는 단연 '가이세키'다. 입에 넣기 아까울 정도로 곱게 차려진 모양새에 젓가락을 갖다 대기가 두려워진다. 하지만 자고로 음식은 입에 넣고 목으로 넘겨야 진가를 알 수 있다. 과연 빛 좋은 개살구인지 명실상부한 진수성찬인지 판단하려면 말이다.

 

일본 요리를 논할 때면 반드시 '가이세키'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료칸에 묵으면 저녁에 제공되는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정식이 전통적인 한국 음식을 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내는 것이라 한다면, 가이세키는 일본 음식을 일본 스타일로 내는 요리일 것이다. 우리네 한정식이 평민들의 음식이 아닌 것처럼 가이세키 역시 결혼식이나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에만 맛볼 수 있는 아주 고귀한 정찬이다.

 

가이세키를 처음 접하게 되면 '일본 사람들은 소식한다'는 종래의 편견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조금씩, 조금씩 나오는 요리를 전부 비우다 보면 시나브로 배가 불러오고, 이제는 무리라고 생각될 때면 밥과 된장국이 나온다. 달콤한 디저트까지 모조리 먹고 나면 포만감은 극에 달한다.

 

일본인들의 장수 비결은 음식을 적게 먹는 데 있다는데, 도무지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료칸에서는 이렇게 푸짐하게 저녁을 즐긴 다음날 아침에도 상당한 양의 음식이 나온다. 다시 한 번 놀랄 뿐이다.

 

'일즙삼채(一汁三菜)'는 가이세키 요리를 규정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이 용어는 국물 요리 한 가지와 본 요리 세 가지를 의미한다. 때로는 본 요리가 다섯 가지가 되고 일곱 가지가 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 기본은 일즙삼채다.

 

여기에 앞뒤로 전채, 밥과 된장국, 디저트가 합쳐진다. 보통은 전채 2가지에 회와 국물 요리까지 상에 준비돼 있고 나머지는 순서대로 하나씩 들여온다. 최근에는 퓨전 요리의 바람이 가이세키에도 불어서 정통 일식이 아니더라도 상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료칸에 한국 손님이 많으면 김치나 불고기를 메뉴에 넣는 식이다.


교토에서는 차와 함께 즐기는 가이세키 요리가 발달했지만, 대개의 가이세키 요리는 술을 마시면서 안주로 삼기에 적당한 음식으로 차려진다. 동해와 살을 맞대고 있는 니가타 현에서는 회와 해산물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다만 소고기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 지방에서는 100g에 6500엔이나 하는 최상급 설로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손님이 료칸에서 며칠간 머무르는데 항상 같은 음식만 준비할 수는 없기에 가이세키 요리는 매일 바뀐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요리를 결정하는 사람은 주방장인데, 투숙객의 식성이나 계절, 재료 등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한다. 또한 그 날의 음식은 같은 재료, 같은 요리법, 같은 맛이 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구성한다. 여기에 장인 정신이 합쳐져 하나의 작품이 생겨난다.

 

평소에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이세키 요리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일본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충실히 살려내는 것이 많다. 생선회도 그러하고, 국물 요리도 맑은장국이 대부분이다. 부드러운 청주와 감치는 회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가이세키, 니가타의 신선한 재료와 만나다

 

니가타는 비단 가이세키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이는 일본의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재료가 풍부하고 훌륭한 탓이다. 일본에서 가장 긴 강인 시나노 강과 아가노 강이 동해로 흘러 들어가고, 드넓은 평야에서는 일본인들이 으뜸이라고 인정하는 쌀인 코시히카리가 재배된다.

 

강의 지류들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야채와 과일의 품질이 뛰어나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식재료인 생선도 물고기에게 좋은 먹이인 플랑크톤이 강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싱싱하고 맛이 탁월하다.

 

특히 니가타의 새우는 일본에서도 가장 맛있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동해 인근에서 잡히는 새우 가운데서도 니가타 산이 가장 색깔이 붉고 단맛이 진하다. 단순히 맛이 달콤한 것이 아니라 식감이 유별나기 때문에 니가타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결론은 니가타에서 나오는 음식 재료들이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좋다는 것이다. 혀를 마비시킬 만큼 강한 양념을 쓰지 않는 일본 음식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재료는 완성된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기본이 된다.

 

말리거나 구운 생선이 아니라, 회를 된장이나 누룩에 버무린 요리나 회, 와사비, 간장만이 조촐하게 나오는 가이세키에서 생선이 신선하지 못하다면 맛은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자연에서 얻는 음식물은 적절한 시기에 산지에서 직접 먹어야 제 맛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니가타는 미식가들을 만족시킬 만한 땅이다.

 

'료테이(料亭)'라고 부르는 요정에서 가이세키를 먹으려면 적어도 5000엔은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료칸에 묵는다면 식사비가 숙박료에 포함돼 있어서 술이나 음료수 값만 내면 된다. 따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지 않아도 일본에서는, 니가타에서는 료칸에 머물면서 정성이 담긴 넉넉한 한 끼 식사를 대접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