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7-02-07 07:35]
시엠립에서 고대 도시 '앙코르'의 심장부, 크메르 제국의 궁성(宮城)인 '앙코르 톰'을 찾아가는 길은 현재에서 과거로의 입체적 시간 여행입니다. 번화한 현재, 시엠립과 폐허인 과거, 앙코르가 남북 방향으로 나란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삐 서두르지 않고 순간순간을 음미하듯 거닐며 앙코르 톰을 향합니다. 정문에 다다르기 바로 전 왼편으로 제법 듬직한 언덕이 돋워져 있습니다. 중국 산동성의 태산(泰山)이 그렇듯 주변이 온통 평지뿐인 곳에서는 야트막한 언덕일지라도 유난히 높아 보이기 마련인데, 인공적으로 조성했다고 하니 성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산'입니다.
'프놈바켕' 사원입니다. 이곳저곳이 허물어지고 부재들이 널브러져 있는 탓에 사원이라는 느낌은 없고, 외려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대 또는 제천의식을 행하는 곳으로 제격일 듯한 그런 곳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꼭대기에 올라서서 사방 어디를 내려다보아도 온통 끝없이 펼쳐진 밀림의 지평선입니다. 하늘의 코발트 색 푸른빛과 밀림의 진초록 푸른빛이 어울려 수평선이 주는 그것보다 훨씬 더 장쾌합니다. 사실 캄보디아의 지명에는 유난히 '프놈(phnom)'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입니다. 프놈은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이 사원의 이름도 그렇거니와, 현재 수도인 프놈펜도 그렇고, 중국의 기록에서 보이는 캄보디아 역사의 시작, '부남(扶南)'도 프놈의 음을 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덕이 많은 곳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기보다는 언덕을 신성시하고 경외시한 까닭이지 싶습니다. 이곳에 서서 일출과 일몰을 함께 맞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장관이 아닐까, 상상만으로도 자못 장엄한 풍광이 그려집니다.
이곳 아래에는 폭이 100미터 쯤 되는 해자(垓字)가 만들어져 정사각형의 앙코르 톰 전체를 휘감고 있는데 동서남북 네 방향에 석인상 27쌍이 같은 모양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높고 두터운 성벽과 넓게 판 해자로 이뤄진 앙코르 톰은 튼실한 궁성이자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다만 근엄하면서도 자비로운 부처의 얼굴을 깎아 세워 둔 정문을 걸어 통과하노라면 영험한 불교의 도량에 들어서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정문을 지나면 궁성의 한 가운데로 수렴하는 곧은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과거 이 길 주변에는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을 테지만, 그 흔적조차 사라진 채 무심한 아름드리 나무들만 빽빽해 대낮의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있습니다. 숲의 터널 사이로 단 한 번도 핸들을 꺾지 않은 채 내달린 버스는 과거 크메르 제국의 중심인 앙코르 톰에서도 한 가운데에 선 '바욘' 사원에 닿습니다.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둘러본 사원을 나오며 아이들의 장난감 블록 맞추듯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이 많은 돌들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온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아닌 게 아니라 바욘 사원과 걸어서 5분 거리의 이웃한 곳에 그 답을 알려주는 유물이 놓여 있습니다. 이른바 '코끼리 테라스'가 그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앙코르 유적군의 벽면마다 그 한 가운데에 코끼리들이 새겨져 있고, 이곳에서는 야트막한 성벽에 아예 코끼리 '떼'를 실물 크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만지듯 쳐다보면 그저 돌로 만든 박제화된 부조일 뿐이지만, 멀리서 볼 때라야 제대로 된 진면목을 느낄 수 있습니다. 100여 미터쯤 떨어져 먼발치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보면 진군의 나팔 소리에 맞춰 '우~후' 소리를 내며 무리지어 어디론가 뛰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당시의 왕들은 바로 이런 점을 노린 겁니다. 자신의 신성과 정통성을 부각시켜 줄 건축물을 세우면서 자신의 권력을 지켜줄 정예병을 훈련시키는 '일석이조'의 전략. 하물며 무지렁이 백성들의 생각을 한 데 묶어줄 종교 건축임에랴. 말라버린 땅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뛰어가는 듯한 코끼리들의 행진을 따라 갈 곳은 영화 <툼 레이더>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타프롬' 폐사터입니다. 그곳이 이번 앙코르 와트 여행의 종착지가 될 것입니다. 앙코르 와트를 거쳐 이곳 앙코르 톰과 바욘 사원에서 앙코르 예술의 장중함과 화려함을 만끽하였다면, 세월의 더께 속에 스러져 가는 폐허의 스산함도 놓쳐서는 안 될 여행의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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