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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은 참 좋은 날이죠. 고운 새옷도 해입고 멀리 떨어져 살고 서로 바빠 얼굴 보기 힘든 친척들도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덕담도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신정 새해가 되면서 세운 계획이 슬슬 무너지려 할 즈음이면 설날이 되어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게도 해 주지요.
하지만 평범한 서민들의 삶인지라 이렇게 좋은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쿠! 또 목돈 들겠네. 이번 설엔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 우선 걱정하게 되죠. 어른들께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해드려야죠, 음식 장만도 해야죠, 더 솔직히 말하면 대가족인 집에서는 아이들 세뱃돈도 만만치 않잖아요. 그런데 더욱 큰 걱정은 설날 특별 보너스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올해엔 경기가 워낙 안 좋은지라 떡값 같은 것도 없다네요.
그래서 또 통장도 뒤적여 보고 이리저리 봉투를 뒤적여 보지만 별 뾰족한 수가 있나요. 요즘에야 삼시 세끼 잘 먹는데 명절이라고 뭐 별다른 게 있느냐고 말들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제수 상에 격식은 차려야죠. 모처럼 오는 친척 분들 술안주거리라도 만들어 두어야죠. 말로는 "아휴, 조금만 조금만" 하지만 어디 그런가요. 우리네 마음이란 그저 넉넉하게 채반가득 담겨있는 음식을 봐야만 흐뭇하지요.
올해는요 나물 무치고 떡국 끓이고 할 것은 다하지만 식구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 나물은 제수 상에 놓을 정도만 하고 식구들이 좋아하는 빈대떡이나 몇 가지 음식은 푸짐하게 만들어 뷔페처럼 차려두고 먹을까 해요.
이럴 때 제가 잘하는 음식이 바로 사태편육 과일겨자채지요. 미리 사태를 사다 실로 꽁꽁 매 삶아 두고 그때그때 썰어 대접하면 아주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이 사태편육 과일겨자채는요 남편에게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서 처음 만들어 보았어요. 젊은 사람의 입맛에도 맞고 남편도 좋아할 만한 소스를 찾다가 겨자 소스에 머스터드와 연유, 굴, 마요네즈를 섞어 보았어요. 사태 편육에 가늘게 채 썬 과일과 밤, 대추 등을 얹어 소스에 찍어 먹으면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죠. 학생들도 참 좋아하더군요.
사태는 아롱사태를 사용하는 게 좋고 잘 삶아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힌 후, 아주 얇게 썰어야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거예요. 귀한 소님이 오시면 이 사태 편육을 대나무로 만든 자그마한 도시락에 한지를 깔고 담은 뒤, 조그마한 항아리에는 겨자채를 담아 선물로 드리기도 해요. 정성의 맛이 그대로 배어 있는 데다 젊은 사람들의 입맛까지 적절하게 맞춘 요리라 누구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고 확신할 수 있답니다.
또 설날에 가족들과 손님들과 나눠 드시기 좋은 음식으로 단호박 밀전병이 있는데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께서 설빔으로 색동 저고리를 만들어 주셨어요. 지금은 많이 낡아 귀퉁이가 닳은 아주 오래된 사진 속 이가 빠져 웃고 있는 제 모습을 바라보면 왠지 웃음이 나요. 전 그 때때옷 색동 저고리를 입은 흑백 사진을 보면서 "색이 참 곱기도 해라"하며 눈시울이 붉어지지요. 제 머릿속에 색색이 선명한 색동저고리가 깊게 각인되었기 때문이죠.
명절이 되어서 모처럼 제 집에 오는 손님께 저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꼭 만드는 음식입니다. 단호박을 듬뿍 넣어 엄마가 만들어준 그 색동 저고리의 노란색을 만들죠.
밀전병 부칠 때 쓸 호박은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요. 우리 집에 오는 모든 손님들께 그 쌈 안에 복을 담아 주고 싶어서요. 엄마가 그 색동옷을 지으시면서 지금의 제 모습을 기원 했을까요. 색색의 때때옷 색동 저고리처럼 고운 단호박 밀전병을 만드는 방법은 아래에 소개해 놓았어요.
설날이면 요즈음처럼 떡국 떡을 먹기 좋게 썰어주는 기계가 없었던가 봐요. 엄마는 적당히 굳어 있는 떡을 밤 새워가며 썰곤 했어요. 그 때의 엄마 모습은 한석봉 어머니의 그 모습이죠. 떡국을 썰다 남은 꼬투리는 이렇게 길게 썰어 떡잡채를 해주었죠. 조금 남아 있는 쇠고기에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넣고 간장에 달큰하게 볶아주는 그 떡잡채의 맛은 지금 빨간 화장하고 있는 떡볶이의 맛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이번 설에는 모든 걱정 다 털어버리고 설 본연의 뜻을 따르고 누릴 수 있었으면 해요. 좋잖아요. 한해를 시작하며 부모님께 세배도 드리고 형제간에 맞절하며 인사 나누는 풍습이 말이예요. 좋은 음식 함께 나누어 먹는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 세배받는 어른이라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죠. 복이 가득한 그런 설날 되세요!!
▲사태편육 과일겨자채
재료: 사태 1.2kg, 통후추 5알, 마늘 2쪽, 마른 고추 2개, 파 1대, 저민 생강 1/2쪽분, 간장 1큰술, 청주 1/3컵, 과일겨자채 재료(배, 사과 1개씩, 밤대추, 곶감 20개씩, 석이버섯 10개, 생강 1쪽, 잣 적당량), 겨자소스 재료(겨자 2큰술, 설탕, 식초 1큰술씩, 소금 1/3작은술, 머스터드 2작은술, 연유 1큰술, 꿀 1작은술, 마요네즈 1큰술)
만드는법:
1. 찬물에 사태를 담가 핏물을 뺀 다음 실로 고기를 묶어 틀을 잡는다.
2. 물 8컵에 간장 1큰술, 마른 고추 2개, 통후추 5알, 청주 1/3컵, 마늘 2쪽, 파 1대, 저민 생강 1/2쪽 분량을 넣고 끓인다.
3. 2의 국물이 펄펄 끓을 때 1의 손질한 고기를 넣고 센 불에 5분 정도 삶은 후 다시 중간 불에 40~50분 정도 삶는다.
4. 뜨거울 때 3의 고기를 꺼내서 바로 랩에 싼 다음 냉장고에 넣어둔다. 하루 정도 지나면 꺼내서 얇게 썬다.
5. 나머지 샐러드 재료를 모두 채 친다. 생강은 채 친 후 잠시 물에 담가 매운맛을 뺀다.
6. 겨자 소스를 만든다. 겨자에 소금, 설탕, 식초를 넣어 잘 섞은 다음 연유, 꿀, 마요네즈를 넣는다. 마요네즈를 넣으면 겨자의 떫은맛이 덜해진다.
*아롱사태 고르기: 앞다리와 뒷다리의 윗부분에 붙어 있는 살을 사태라고 하고 사태 부위에서 가장 큰 근육을 아롱사태라고 부르는데요, 아롱사태는 육회용으로 가장 좋은 부위에요. 아롱사태를 고를 때는 가능한 한 선홍색의 고기를 고르는 것이 신선도나 맛에 있어 가장 좋습니다. 고기 표면의 색이 약간 암적색을 띠더라도 새로 절단된 면의 색이 밝고 윤기가 나면 구입해도 괜찮아요.
▲단호박 밀전병
재료: 단호박 150g, 밀가루 1컵, 물 1컵, 달걀흰자 1/2개분, 소금, 식용유 약간씩, 쇠고기 100g, 표고버섯 100g, 오이 100g, 간장, 소금, 설탕, 후춧가루, 참기름 약간씩, 겨자 간장 재료(간장 3큰술, 식초 1큰술, 연겨자 1큰술, 잣가루 약간)
만드는법:
1. 단호박은 깨끗이 씻어 내열 볼에 담고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6-7분 가열한다.
2. 다른 볼에 밀가루, 소금, 달걀흰자, 물을 넣고 고무주걱으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멍울이 없도록 잘 저어준 다음 체에 한번 내린다.
3. 프라이팬을 아주 살짝 달군 다음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살짝 묻혀 팬을 닦듯이 문지른다. 납작한 숟가락으로 반죽을 한 숟가락씩 떠서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밀전병을 부친다.
4. 새우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두고 쇠고기는 가늘게 채 썰어 간장, 후춧가루, 설탕, 참기름으로 간한 다음 팬에 살짝 볶는다.
5. 오이는 돌려깎기하여 곱게 채 썬 다음 소금에 살짝 절여 물에 헹구어 물기를 꼭 짜고 팬에 살짝 볶는다.
6. 얇게 잘 부쳐진 전병을 접시에 돌려 담고 가운데 쇠고기, 표고버섯, 새우, 오이를 담는다.
7. 분량의 재료를 섞어 겨자 간장을 만들어 곁들인다.
▲떡잡채
재료: 4등분한 떡볶이용 떡 300g, 쇠고기 100g, 야채(양파 1/4개, 당근 20g, 느타리버섯 50g, 풋고추 1개, 홍고추 1개, 대파 1대), 쇠고기양념(종합간장 2큰술, 설탕 약간, 후추, 참기름), 소스(진강장 2/3큰술, 설탕 1큰술, 소금, 후추, 참기름)
만드는법:
1. 떡은 5cm 길이로 4등분한다.
2. 쇠고기는 곱게 채썰어 간장, 후추, 설탕, 마늘로 밑간한다.
3. 양파, 대파는 채썰고, 당근은 연필깎기하고, 풋고추 홍고추는 씨털어 채썬다. 느타리버섯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식혀 물기를 제거하고 결대로 찢어둔다.
4. 팬에 식용유, 참기름을 반반 두르고 당근, 양파를 볶아 덜어낸다. 똑같은 팬에 양념한 쇠고기를 넣고 볶다가 데친 느타리와 잘라둔 떡, 볶아둔 야채(양파,당근)를 넣고, 다시 간장, 마늘 , 설탕, 후추와 채썰은 청ㆍ홍고추를 넣고 볶아 간이 배게 한뒤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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