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3월, 보이지 않는 탯줄을 뗄 때입니다

피나얀 2007. 3. 9. 18:35

 

출처-[조선일보 2007-03-09 03:22]

 

아이가 태어나면 탯줄을 뗍니다. 어린 것이 혼자 숨쉬기가 고되고 양분 섭취가 버거워 보이지만 탯줄을 떼야 서로 살기 때문입니다. 그 후 엄마가 곁에서 아무리 숨을 몰아쉬어줘도 아이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시끄럽기만 할 뿐이죠. 아이는 스스로 숨을 쉬어야만 살아갈 수 있어요.

살아가면서 그런 보이는 탯줄 말고도 떼어야 할 탯줄이 있습니다. 최소한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그 때부터는 여러 가지 탯줄을 떼야 아이도 편하고 엄마도 편한 교육이 시작됩니다. 책가방 싸기, 학교 숙제, 환경미화, 수행평가, 시험 등이죠. 저는 차근차근 아이 혼자 하도록 유도할 뿐 엄마가 돕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시험 때라고 요란하지 않고 고3병도 모르도록 일상이 평온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일을 즐기며 할 수 있었지요.

초등학교 입학생들에게 학교는 엄청나게 넓은 공간, 말하자면 거의 경기장과 같은 규모로 느껴집니다. 뭐 그러랴 싶지만 어린 시절 놀던 긴 골목길에 다시 가본 적이 있나요? ‘어머, 이렇게 좁고 짧았나?’ 놀랄 때가 있지요. 또 엄마야 두려움 없는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많이 낯선 곳이지요. 아이는 우선 학교에 적응해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끼리만 있던 유치원과 달리 6학년까지 있으니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과도 어울려야 합니다. 새로운 세계에 속한 아이 입장을 헤아려 살펴보다가 학교 다니기에 익숙해지면 책가방 챙기기 등을 혼자 하게 도와주세요. 잘 되면 그 때 다른 것을 시도하세요.

전업주부들은 퇴근시간이 없지요. 해서 저는 9시까지 근무한다고 아이들에게 알린 다음 그 이후 시간엔 어려운 숙제를 봐주지 않았어요. 내일 성적이 깎이고 혼날 게 분명해도 어쩔 수 없었어요. 아이가 챙겨달라고 매달리면 “10시네, 엄마 없네” 낮은 소리로 확인만 해 주었습니다. 그 탯줄은 오늘 자르지 못하면 평생 따라 다니게 됩니다.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기에 그날 자를 수 있었습니다.

혼자 한다는 것, 당장은 부족하고 시답잖아 보여도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니 아이는 스스로 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고, 저는 아이가 크는 것을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혼자 하게 지켜보면 해마다 조금씩 나아집니다. 한 가지를 혼자하고는 스스로 감동해 자신감이 넘칩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힘이 생깁니다. 뭐든 흥미를 느껴 전 과목을 잘 하게도 됩니다.

제가 아는 어느 의사 아빠는 아이 미술 숙제를 몇 년간 해주더니 화가가 다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시켰다면 아이가 그렇게 되었을 텐데요. 책을 보고 외우는 것만이 공부가 아닙니다. 미술도 음악도 체육도 봉사도 공부입니다. 아이 스스로 그런 것을 두루 살펴야 온전한 인간이 되고 세상 사는 기쁨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