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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오뚝한 콧날, 그녀의 자부심

피나얀 2007. 3. 21. 20:19

 

출처-[동아일보 2007-03-21 09:50]

 

 
“세상 사람들이 전부 몰려와 손가락으로 올려 세워도 귀족의 코는 되지 못할 거야.”
 
미국 소설가 루이저 메이 올콧이 1868년 발표한 ‘작은 아씨들’에서 네 자매 중 막내인 에이미의 독백이다. 에이미는 자신의 납작코 때문에 우아한 귀족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자신을 석탄통에 떨어뜨려 납작코로 만든 언니 조를 원망한다. 조금이라도 코를 높여 볼 욕심으로 코에 집게를 집고 다닌다. 높고 오똑한 코가 부러웠기 때문이다.
 
골상학자인 새뮤얼 웰스는 1866년 저서 ‘새로운 인상학 혹은 성격의 징후’에서 “솜씨 좋은 위선자는 입술 표정을 위장하거나, 모자를 푹 눌러 써 눈매를 가리거나, 수염을 두툼하게 길러 턱을 숨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는 크건 작건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코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코는 냄새를 맡는 기능을 하지만 외모로 따지면 얼굴의 주인이자 중심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주인공 유령은 흉측한 외모 탓에 항상 숨어 산다. 그의 가장 큰 특징은 코가 없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얼굴에 코가 없는 사람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묘사하곤 했다.
 
영국의 인류학자 앨프리드 해든은 “코의 형태는 보통 미적인 관점으로 보지만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성격의 약점이나 장점, 사회적 지위에 대한 느낌도 전달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코는 다른 코보다 ‘더 좋은 집안 출신’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며, 똑같은 조건이라면 코가 멋있는 사람은 ‘당장에’ 존경받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까지 말했다.
 
‘당장에’라는 표현을 쓴 것은 코의 모양이 그만큼 첫 인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코는 외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금만 고쳐도 얼굴이 달라진다. 그래서 상당수 연예인들에게 코 성형은 참기 힘든 유혹이다.
 
여자 연예인 K씨는 잠시 활동을 쉬는 동안 코 성형 수술을 받은 뒤 TV에 복귀했다. 수술이 잘된 덕택에 주위 사람들은 ‘그동안 많이 세련돼졌네’ ‘왠지 똑똑해 보인다’는 덕담을 했다.
 
사람에게 코는 첫인상뿐 아니라 이후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미지 메이커’인 셈이다.
 
[X]
 
①코의 크기는 남근의 크기를 말해 준다.
 
낭설에 불과하다. 판소리 '심청전'에서 뺑덕어멈에 대해 설명하면서 "행실로 볼작시면 양식 주고 떡 사먹고, 코 큰 총각 술 사주기…."라는 구절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남자의 코가 크면 남근도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양도 마찬가지. 나폴리의 요한나 여왕은 코가 크면 심벌도 크다는 속설을 믿고 코가 유달리 큰 헝가리의 앤드류 왕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첫날밤에 그 속설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적 불만이 쌓인 여왕은 결국 남편을 교살한다. 관상학에서도 코가 크면 정력이 출중하다고 풀이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미국의 한 비뇨기과 의사가 신체 부위의 크기에 따라 성기의 크기가 다른지 연구한 결과 코 크기와 성기 크기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O]
 
②콧물의 색깔과 상태는 건강의 신호다.
 
그렇다. 콧물은 먼지나 세균이 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붙잡는 끈끈이 역할을 한다. 먼지를 많이 마셨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갑자기 콧물 양이 많아지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다. 하루 동안 분비되는 성인의 콧물 양은 1L. 큰 컵 5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콧물의 상태를 보면 어떤 질환에 걸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맑고 투명한 콧물이 쉴 새 없이 나오면 알레르기 비염, 콧물이 끈적끈적하면 만성 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누런 색깔의 끈적끈적한 콧물은 만성 축농증에 흔히 나타나며 피가 섞여 있을 땐 급성 비염이나 비중격만곡증의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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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여자는 코를 잘 골지 않는다.
 

아니다. 인간을 포함해 등을 땅에 대고 자는 동물은 모두 코를 곤다. 다만 남자들이 더 많이 곤다.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가 들수록 코를 고는 빈도가 늘어난다. 코를 고는 이유는 크게 3가지. 누워 잘 때 턱과 혀가 뒤로 처지면서 공기 통로가 좁아지는 경우, 목젖이나 편도가 붓는 경우, 비중격만곡증이나 축농증으로 코가 막히는 경우다.
 
 
▼ ‘코끝까지 S라인’ 이상적인 코▼
 
코는 얼굴의 축이며 첫인상 결정… 관상학에선 경제력 상징
 
《“코만 다시 하자, 코만.”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주인공 한나가 전신 성형수술을 받은 뒤 붕대를 풀자 담당 의사는 이렇게 말하고 다시 붕대를 감는다.
코는 인간의 얼굴 한가운데에서 좌우 균형을 맞추는 축 역할을 한다. 조금이라도 비뚤어지거나 휘어 있으면 얼굴 전체가 제 빛을 내지 못한다.
코의 1차적인 기능인 후각은 다른 사람의 독특한 향을 맡음으로써 그 사람의 이미지를 인지하는 데 큰 몫을 한다.》
 
○돈을 부르는 코
 
코는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부위이자 인간의 운명과 관련이 많은 부위라고 한다. 관상학에서는 코를 통해 그 사람의 경제력을 가늠한다.
 
국제관상학회 회장인 김광일 철학원 원장은 “콧망울은 금고의 의미를 담고 있어 두툼한 게 좋다”고 말했다. 정면에서 볼 때 콧구멍이 많이 보이는 관상은 돈이 새나가는 팔자라고 한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그 녀석 코 한번 잘∼생겼다”고 하는 것은 콧망울이 두툼하게 생겨 돈을 많이 벌거나 커서 성공할 것이라는 덕담이다. ‘귀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 잘생긴 거지는 없다’는 속담도 코의 관상학적 가치를 뒷받침한다.
 
○신분과 명예의 징표
 
16세기 유럽에서는 매독이 크게 번졌다. 당시 매독의 치료제에는 수은 성분이 들어 있어 매독에 걸린 사람들은 코가 녹아 내렸다. 사람들은 매독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싶지만 사라진 코 때문에 감출 수 없었다. 코가 없거나 심하게 낮으면 매독 환자 취급을 받았다.
 
19세기 초 인류학자들은 너무 납작한 코는 선천성 매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겼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매독학자 조너선 허친슨은 “매독 환자의 7대손이 태어날 때까지 그들의 얼굴에서 부패의 징후를 볼 수 있다”고 그릇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 시절 높고 오뚝한 코는 깨끗한 혈통과 품위를 증명하는 신분증이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덥고 습한 기후에서 두꺼운 들창코와 소시지 입술이 나타난다. 흑인은 자연이 내린 풍부한 양식 탓에 게으르고 나태하며 느리다”고 했다.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 흑인의 코는 나병이나 딸기종(열대 마마)을 상징했다. 코 모양을 삶의 질이나 성장 배경, 성격과 관련지어 생각했던 시절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성형수술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매독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흑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코 성형이 발전한 것이다.
 
○있을 때 높이고, 없을 때 만진다
 
코는 자신감과 자존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콧대가 세다’는 말은 자존심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는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주변 사람들이 칭찬을 하거나 치켜세우면 사람들은 흔히 고개를 높이 들고 코끝을 높인다. 반면 자신감이 없거나 거짓말을 할 때는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코를 만진다.
 
코에는 혈압이 상승할 때 충혈되면서 약간 부풀어 오르는 조직이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코를 만지게 된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설정도 전혀 엉뚱한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스캔들 파문으로 청문회에 나왔을 때 코를 만진 횟수를 센 수사심리학자도 있었다.
 
○성격과 감성을 자극하는 역할
 
현대에 들어 코는 예전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경제력을 나타냈던 두툼한 코는 둔해 보이고 답답한 인상을 준다. 또 높고 오뚝하기만 한 코는 사납고 부자연스러워 보여 외모를 망치는 요소가 됐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쌍꺼풀 수술이 성형수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눈 못지않게 코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입사시험에서 면접의 비중이 커지고 동호회 활동이 대중화되면서 첫인상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코는 첫인상에서 성격이나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코끝이 뭉툭한 코는 둔해 보이고 우유부단하다는 이미지를 준다. 콧등이 튀어나오거나 아래로 길게 처진 매부리코는 욕심이 많아 보이고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아름다운 코, 건강한 코
 
코는 얼굴의 3분의 1 정도 길이로 속눈썹과 눈꺼풀 라인 사이의 위치에서 시작해 코끝까지 S라인을 이루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모양도 자연스럽게 활 모양이 돼야 한다.
 
정면에서 봤을 때 콧구멍이 달걀 모양이며 코끝을 향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 좋다. 휘어진 코는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기능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코뼈가 휘었거나 주저앉았다면 당연히 콧속도 휘었을 터. 이는 자연스러운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 원활한 호흡을 할 수 없게 된다.
 
기능상 건강한 코를 유지하려면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침실에는 먼지가 쌓이기 쉬운 액자나 책꽂이, 인형 같은 물건을 두지 않아야 한다. 청소를 할 때는 진공청소기를 이용하고 먼지나 곰팡이균이 생기지 않도록 통풍과 환기를 잘 시켜야 한다. 코를 풀 때는 한쪽 코를 막고 반대쪽으로 살살 풀도록 한다.
 
오스트리아의 폐 전문의 프리드리히 비스친거 박사는 코를 후비고 코딱지를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엉뚱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면 손톱에 긁혀 콧속에 상처가 생길 수 있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 클레오파트라는 코가 예쁜 절세의 미인이었을까?▼
 
모니카 벨루치, 엘리자베스 테일러, 비비언 리….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은 여배우들이다. 하나같이 세기의 미인으로 클레오파트라를 서양 역사상 최고의 미인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좀 더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변했을지 모른다”는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말과 함께.
 
과연 클레오파트라는 코가 예쁜 절세의 미인이었을까.
 
클레오파트라가 역사를 바꿀 만큼 절세미인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지난달 클레오파트라와 연인 안토니우스의 얼굴이 새겨진 은화를 공개하면서 “클레오파트라는 코가 굽었으며 이마가 좁아 추녀에 가깝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기원전 32년 로마시대에 주조된 이 은화를 보면 미녀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당시 제작된 대리석상이나 클레오파트라가 통치한 이집트에서 주조된 동전에선 그의 코가 약간 굽었지만 추녀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클레오파트라가 줄리우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 두 영웅이 첫눈에 반할 만큼 미인이라고 추정했다. 카이사르가 이집트를 평정한 뒤 로마로 돌아가지 않고 두 달 동안이나 함께 지냈던 여인이라면 추녀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나이도 그녀를 시들게 할 수는 없었다”고 읊었다.
 
한편 경제칼럼니스트 김연홍 씨는 “클레오파트라의 매력은 미모, 교양, 화술 등이 아니라 향기”라고 주장했다. 오뚝한 코가 아니라 장미, 사프란, 제비꽃 등 수많은 향기가 세기의 두 영웅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