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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여풍(女風), 실체를 벗긴다

피나얀 2007. 3. 22. 21:09

 

출처-2007년 3월 22일(목) 8:56 [헤럴드생생뉴스]


 

서울 은평구에 있는 S고교는 3년째 남학생과 여학생의 내신성적을 따로낸다. 1등부터 상위권을 여학생이 휩쓸어 버리자, 속이 터진 남학생 학부모들은 “여학생을 당할 재간이 없다. 전학가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분리 산출을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부, 운동, 리더십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파워 우먼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올해 임용고사를 통과한 초등교사 10명 중 8명이 여성이고, 판사 임용자 중 여성이 64.4%를 기록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여성의 대학 수석입학이 대형 뉴스가 될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알파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여성의 선두는 당연시되고 있다. 한국 사회를 강타하는 여풍(女風)은 여성의 유전자가 진화한 것일까, 사회가 달라진 것일까.

▶억척 같은 엄마=
 
10대 소녀부터, 2030 커리어우먼까지 휘몰아친 여풍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엄마 손에 ‘달라진 가정교육’을 말한다.

1960~70년대 오빠나 남동생에게 밀려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던 한 많은 엄마들이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힘입어 아들 딸 구별 없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 자녀들을 키워냈다.

“딸이라고 다를 것 없다”는 엄마세대 덕에 최초로 남녀 구분없이 동등하게 부모의 관심을 받고, 교육을 받고, 사회진출 기회를 갖게 된 여성세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화여대 함인희 교수(사회학)는 “핵가족이 되면서 아버지 중심의 가족 의미가 줄었다. 아들 딸의 구별보다 능력 있는 자녀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게 됐다”고 가정교육의 변화를 설명했다.

▶자상한 아빠=
 
가부장적 권위를 벗어던지고 서구식 친근한 아버지상으로 재정립한 아버지들도 ‘당당한 여성 리더’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사회학)는 “친근한 아버지를 통해 딸들은 자신감과 강한 의지력, 추진력 등 남성적 특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며 “여성 특유의 기질에 남성성마저 터득하면서 여성들은 남성보다 배의 장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30여년간 고교에서 근무한 이군재(57) 교사도 “요즘 아버지들은 딸을 미래의 가장으로 생각할 정도”라고 했다.

▶생물학적으로 예견됐다=
 
‘태초에 여성이 있었다?’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생물학)는 2002년 12월 호주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면서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유전자가 남성보다 진화에 더 기여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저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도 지구상에 암컷들로만 사는 생물종은 있으나, 암컷들을 죄다 없애고 수컷끼리만 사는 종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일찌감치 여성의 시대를 예견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생물학적 여성 우성론’에 대한 해외 연구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독일 ZDF방송의 여성 앵커였던 카트린 뮐러 발데는 “여학생의 언어 및 학습 능력이 우월한 데다 감성적이며 창의력 사고를 중시하는 현대교육 시스템이 남학생들에게 불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이 왜 이웃집 딸보다 공부를 못할까’ 고민하다가 ‘공부 잘하는 여학생, 공부 못하는 남학생’이란 책까지 쓰게 됐다.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경제활동 면에서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훨씬 더 우수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여성 특유의 뛰어난 언어감각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 인간관계와 사회정의에 대한 순수한 관심 등 전형적인 여성성이라 꼽히는 것들이 남성보다 현대사회에 더 적응하기 적합한 생물학적 특성이라는 것이다.

▶여성에게 유리한 학교교육=
 
꼼꼼하고 섬세한 여성의 특성이 장점이 되는 분야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 내신을 좌우하는 수행평가를 성실하게 해오는 학생은 결국 여학생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대학에서 토론, 발표수업이 늘어나는 추세도 언어능력이 우수한 여성들에게 이득이다.

실제 지난 2월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16개 단과대 중 법대, 의대, 자연대를 비롯한 11개 단과대의 최우수 성적우수자는 여성이었다.

사회는 여성에게 속속 유리해지는데, 남성들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온갖 환경적 요인은 그대로다. 남성들의 놀이문화 및 음주문화가 여성보다 훨씬 발달돼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2006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의 주 이용 목적으로 남자의 59.1%(중복 응답)가 게임을 든 데 반해, 여성은 절반 정도인 27.8%만이 게임이라고 답했다.

▶여풍 밀어주는 감성 마케팅=
 
산업계에서 여성의 ‘수요’도 늘었다. 특히 IT붐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등 여성 특유의 감성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크게 늘고, 마케팅 기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영옥 인적자원연구실장은 “소비자 파워가 커진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기업들이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여성을 채용하고 있다. 또 육체노동과 달리 지식노동은 성의 경계를 허물고, 돌봄노동 서비스 시장이 커지는 등 여성이 유리한 직종도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여성친화적인 감성적 상품이 늘어나고 고급 여성 인력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여성을 안 뽑으면 뒤처진다는 압력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인력 공급도 폭증=
 
여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도 급증하고 있다. 더 이상 금녀지대는 없다. 전국의 공대에서 여학생의 비율은 20%를 넘었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조선, 철강, 건설 등 업종에서도 여성 엔지니어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원장 최선열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현재는 여성의 잠재적인 능력들이 폭발하는 단계로 기업이나 공직이나 어떤 분야든지 간에 능력 있는 여성들을 적재적소에 쓰지 않으면 글로벌 환경에서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리더십의 기본은 커뮤니케이션인데 여성들은 상대와의 교감능력, 관계 형성에 뛰어나고 그간 억제돼 왔던 자기표현, 주장 능력도 갖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여풍은 바람이 아니라 세계화, 개방화 속에서 글로벌 기준으로 가는 필연적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