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7-03-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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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 님 함께 집에 오는데….’
관광버스, 혹은 완행열차 타고 손뼉치고 노래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던 수학여행길. 교과서에서만 봤던 유적지를 직접 마주하며 느끼는 흥분도 잠시, 우르르 몰려다니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 없이 선생님을 쫓아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면 모처럼의 해방감에 조용히 잠들리 만무합니다. 잠든 친구 발견 즉시 수염에 선글라스까지 사인펜으로 그려놓고 그것도 모자라 성냥불로 불침 놓기까지….‘나 여기 왔었노라’ 수준의 기념사진을 찍고 부모님 드릴 열쇠고리와 엽서를 사는데도 열을 올렸었지요.
교실에선 딱딱하기만 했던 ‘호랑이 선생님’은 어느새 빨간 등산 모자를 대충 얹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삐뚤게 쓴 시골 삼촌 같은 모습입니다. “신라시대 만들어진 첨성대는 국보 제31호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거 알지. 국보 몇 호라고?” 간만에 숨통이 트인 얄개들, 설명이 귀에 들어올 리 없죠.
옛 추억을 되새기며 그 시절의 수학여행지를 다녀왔습니다. 석가탑 앞의 ‘증명사진’으로 남은 경주, 아찔한 낙화암과 삼천궁녀의 이야기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던 부여, 춘향과 이몽룡의 남원입니다.
그렇다고 그때 그 시절 코스를 그대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수학여행으로든, 신혼여행으로든 누구나 한 번쯤은 가 보았을 ‘국민 관광지’ 경주·남원·부여에 속속 들어서는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갔습니다.
우선 경주의 밤길을 걸어보았습니다. 해 진 후 숙소에서 나갈 수 없어 엄두도 내지 못했던 그 유명한 ‘신라의 달밤’입니다. 경주시가 임해전지(臨海殿址·안압지)와 첨성대 일대에 세련된 조명을 설치해 밤 산책이 한결 즐거워졌습니다. 교복의 행렬이 빠져나간 조용한 밤에 거대한 고분 사이를 걸으며 총총히 뜬 별을 올려다보자면 끝도 없이 길고 넓다는 시간과 우주가 ‘다 괜찮다’며 미소 짓는 듯 합니다.
춘향전으로 이름난 남원의 대표적 명소인 광한루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3년 전 ‘춘향테마파크’라는 예쁜 공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광한루 앞에 좋아하는 사람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승월교’도 생겼습니다. 문닫은 기차역인 구(舊)서도역 뒤편에는 대하소설 ‘혼불’을 쓴 작가 최명희를 기리기 위한 혼불문학관이 설치돼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고요.
부소산성과 궁남지, 정림사지로 유명한 부여에도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습니다. 우선 백마강변은 최근 들어 그 모습이 확 달라졌습니다. 강변을 차지하고 있던 넓은 모래밭이 잔디와 유채로 가득한 공원으로 변했고 ‘구드래 조각공원’도 눈에 띕니다. 모처럼 수학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는 봄날의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유명한 유적과 관광지를 부지런히 점 찍고 다니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천천히 걸으면서 오래된 역사와 문화의 고장다운 품격을 느껴볼 수 있는 코스를 제안합니다.
관광버스, 혹은 완행열차 타고 손뼉치고 노래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던 수학여행길. 교과서에서만 봤던 유적지를 직접 마주하며 느끼는 흥분도 잠시, 우르르 몰려다니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 없이 선생님을 쫓아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면 모처럼의 해방감에 조용히 잠들리 만무합니다. 잠든 친구 발견 즉시 수염에 선글라스까지 사인펜으로 그려놓고 그것도 모자라 성냥불로 불침 놓기까지….‘나 여기 왔었노라’ 수준의 기념사진을 찍고 부모님 드릴 열쇠고리와 엽서를 사는데도 열을 올렸었지요.
교실에선 딱딱하기만 했던 ‘호랑이 선생님’은 어느새 빨간 등산 모자를 대충 얹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삐뚤게 쓴 시골 삼촌 같은 모습입니다. “신라시대 만들어진 첨성대는 국보 제31호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거 알지. 국보 몇 호라고?” 간만에 숨통이 트인 얄개들, 설명이 귀에 들어올 리 없죠.
옛 추억을 되새기며 그 시절의 수학여행지를 다녀왔습니다. 석가탑 앞의 ‘증명사진’으로 남은 경주, 아찔한 낙화암과 삼천궁녀의 이야기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던 부여, 춘향과 이몽룡의 남원입니다.
그렇다고 그때 그 시절 코스를 그대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수학여행으로든, 신혼여행으로든 누구나 한 번쯤은 가 보았을 ‘국민 관광지’ 경주·남원·부여에 속속 들어서는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갔습니다.
우선 경주의 밤길을 걸어보았습니다. 해 진 후 숙소에서 나갈 수 없어 엄두도 내지 못했던 그 유명한 ‘신라의 달밤’입니다. 경주시가 임해전지(臨海殿址·안압지)와 첨성대 일대에 세련된 조명을 설치해 밤 산책이 한결 즐거워졌습니다. 교복의 행렬이 빠져나간 조용한 밤에 거대한 고분 사이를 걸으며 총총히 뜬 별을 올려다보자면 끝도 없이 길고 넓다는 시간과 우주가 ‘다 괜찮다’며 미소 짓는 듯 합니다.
춘향전으로 이름난 남원의 대표적 명소인 광한루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3년 전 ‘춘향테마파크’라는 예쁜 공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광한루 앞에 좋아하는 사람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승월교’도 생겼습니다. 문닫은 기차역인 구(舊)서도역 뒤편에는 대하소설 ‘혼불’을 쓴 작가 최명희를 기리기 위한 혼불문학관이 설치돼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고요.
부소산성과 궁남지, 정림사지로 유명한 부여에도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습니다. 우선 백마강변은 최근 들어 그 모습이 확 달라졌습니다. 강변을 차지하고 있던 넓은 모래밭이 잔디와 유채로 가득한 공원으로 변했고 ‘구드래 조각공원’도 눈에 띕니다. 모처럼 수학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는 봄날의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유명한 유적과 관광지를 부지런히 점 찍고 다니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천천히 걸으면서 오래된 역사와 문화의 고장다운 품격을 느껴볼 수 있는 코스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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