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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 "엄마, 학교에서 마약 검사 했어"

피나얀 2007. 4. 6. 22:57

 

출처-2007년 4월 6일(금) 10:46 [오마이뉴스]

 

 

▲ 학교가 파한 뒤 밖으로 나오는 미국 고등학생들.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2007 한나영

 

인터넷에서 읽은 어느 조기유학생의 글이다.

저는 지금 9학년이고요. 미국으로 유학온 지는 4개월, 학교 다닌 지는 3개월 조금 안 되었어요. (중략) 어느 날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친구들이 마약, 술 얘기를 꺼내면서 "언제 할까?" 이러는 거예요. 술도 그냥 술이 아니라 왜, 쎈술 있잖아요.

그리고 마약을 사려고 돈을 계산하는데 마약 하는 애가 안 하는 애한테 "너도 할 거지, 응? 제발 해라. 제발" 이러는 거예요. (중략) 저는 그 친구들을 안 지 몇 주밖에 안 되었으니까 아직은 제게 마약은 권유하고 있지 않지만 나중에 마약을 권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들 실망시켜드리고 싶지도 않고, 마약한 거 걸릴까봐 조마조마하는 것도 싫어요. 가끔 학교에서 마약에 취한 애들이 걸어다니는 걸 보는데 그런 것도 싫고요.

이제 조금 있으면 한 학년 올라가는데요. 친구들은 파티 같은 거 할 때 너무 흥분된다고, 세상에 있는 모든 마약은 다할 거라면서 농담도 건네고 그러는데 저는 마약, 거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거부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집에 안 가고 뭘 모의(?)하고 있는 거야? 학교 주차장에서.
ⓒ2007 한나영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 미국 학교와 학생들을 보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마약 검사했어."

학교에 다녀온 작은딸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보고한다. 그런데 딸이 말하는 '검사'가 한국에 있을 때 자주 받았던 두발검사나 복장검사와는 다른 마약검사라고 하니 그만 영화 <대부>가 떠오르고 마피아가 연상되어 내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다.

"무, 무슨 검사라고? 마∼약?"

"응, 수업 시간에 스피커로 교감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뭐라고?"

"학생들은 모두 교실을 떠나지 말라고 했어. 나가면 안 된다고. 복도에 있는 아이들도 다 교실로 들어가라고 했어. 선생님더러는 교실 문을 잠그고 창문 블라인드를 내리라고 했지."

"뭘 하는데?"

"교감 선생님은 설명 안 하셨는데 애들 말로는 그게 바로 마약 검사래. 나중에 선생님도 말씀하셨어."

"어떻게 검사를 하는데?"

"애들을 다 교실 안에 있게 하고 학교 경찰이 경찰견을 데리고 와서 라커(사물함)를 냄새 맡게 하는 거래."


▲ 경찰견이 와서 마약검사를 했다는 복도 왼쪽의 라커들.
ⓒ2007 한나영
▲ 해리슨버그 경찰서가 보유한 마약, 폭발물 탐지견인 독일산 셰퍼드와 벨기에산 말리노이스. 경찰서가 시민들을 위한 공개강좌를 했는데 그 때 찍은 사진으로 이 마약견이 학교에 왔을 것이다.
ⓒ2007 한나영
딸의 말을 들으니 고등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마약검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수업 중, 불시에 실시하는 마약검사는 학생들을 모두 교실에 있게 한 다음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이 경찰견을 데리고 복도에 있는 라커룸을 체크한다.

경찰견은 학생들의 라커에 들어 있을지 모르는 마약을 찾아내는 마약견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라커는 늘 잠겨 있다. 하지만 마약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라커는 즉시 열리고 마약 여부를 확인한 뒤 학생이 불려가고, 나중에는 그 부모도 불려간다고 한다.

허리춤에 총을 차고 다니는 학교 상주 경찰의 살벌한(?) 모습과 교실 창문을 모두 블라인드로 가리고 교실 밖에서 마약검사를 하는 경찰과 경찰견, 학교 당국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한국에서 했던 검사들은 그야말로 시시해서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살벌한 마약검사에 비할 바가 아닌 '귀밑 3센티 두발검사'나 '복장검사', '손톱검사'를 끔찍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자를 들이대고 두발검사를 했던 선생님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정문을 피해 일부러 후문으로 갔던 일을 무슨 무용담 나누듯 하는 걸 보면 말이다.

▲ 농구 경기에서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치어리더팀과 댄싱팀.
ⓒ2007 한나영
미국의 학교생활은 공부만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교육과는 달리 다양한 활동을 장려하고 있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재밌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끔찍한 일들, 예를 들면 위에 나오는 조기유학생의 경우처럼 마약에 대한 유혹이나 심심치 않게 터지는 총기 난사 사건을 보면 마음이 섬뜩해진다.

▲ "오늘도 무사히!" 이른 아침 등교길.
ⓒ2007 한나영
그나저나 최근에 보도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4 분기 기준으로 미국의 유학생 가운데 한국 출신이 9만3728명으로 전체 63만998명의 14.9%를 차지했다고 한다. 출신국가로는 1위라고 하던가.

더구나 이 가운데에는 초·중·고 조기유학생이 3749명에 달했다고 하니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부모 품을 떠나 혼자 있는 어린 학생들이 돈만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마약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견고하게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맨 위의 어린 유학생은 자신의 이런 고민을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에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는 점이 다행스럽긴 하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어린 유학생의 마약 유혹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라고 조언을 해줬을까.

"부모님에게 물어보겠다고 하고 빠져나오고 그런 학생들의 모임에는 되도록 참석하지 마세요. 마약에 한번 빠져들면 폐인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운동 같은 것을 해 보세요."

"미국도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신세 망치는 애들 많아요. 부모님이 힘들게 돈 벌어서 유학을 보내고 기대하고 계실 텐데 그런 술친구, 마약친구 사귀면 안 돼요. 클럽 활동이나 운동을 하면 대학 지원 시에도 도움이 돼요. 그리고 그런 곳에서 사귄 친구는 유용한 정보도 많이 주죠."

"조기 유학 와서 성공하려면 신념이 투철해야 합니다. 절대 부끄럽다고 생각 마시고 'No' 하세요. 그러면 누구도 뭐라고 하거나 권하지 않아요. 개인의 문제입니다."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 어린 유학생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 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