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7-04-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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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해서 처음 본 스톡홀름 시내의 한가로운 모습. |
ⓒ2007 강병구 |
시간이 좀 더 지나 아침시간이 지난 오전 10시쯤, 배는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몸이 괜찮은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곳에 도착함에서 오는 막연한 즐거움은 이곳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막상 배에서 내리고 보니 내 수중에 단 한 푼의 스웨덴 돈이 없는 관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구나 배가 도착한 여객터미널에는 현금인출기도 없었고, 터미널의 위치도 스톡홀름 시내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가지고 있는 유로는 적어도 터미널의 빠져나가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다행스러운 도움을 찾을 수 있었다. 어제 심포니호에서 만난 분들과는 다른, 단체관광객들을 만나 그분들이 사용하시는 버스를 얻어탈 수 있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타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잠시 뒤 스톡홀름 시내까지 태워주시겠다고들 대답해주셔서 버스를 얻어 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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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톡홀름 중앙역의 모습, 중앙역 근처에 주요시설이 몰려있다. |
ⓒ2007 강병구 |
우선 도시의 중심이라 할만한 중앙역을 찾아가 전화카드를 구매하여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으로의 몇 번 통화 끝에 알아본 민박집 전화번호로 한인민박집에 방을 구할 수 있었다.
통화를 해서 위치를 안내받고, 그곳까지 찾아가고 보니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하던 상황에서 말이 통하는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고 나니 마음이 푹 놓였다. 새삼 준비 없이 떠나온 내 여행이 너무 힘들게만 느껴졌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스톡홀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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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역 앞에서 본 반가운 한국차의 모습. |
ⓒ2007 강병구 |
오래된 도시로서 왕궁 같은 건축물이 유명하겠지만,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보게 될 다른 유럽의 오래된 도시와 특별히 다르지 않을 듯했고, 스톡홀름만의 특별한 무엇인가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전지식 없는, 제목처럼 무작정하게 도착한 스톡홀름의 첫인상은 참으로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느낌이었다. 여객터미널에서 고생하다가 스톡홀름 중심가에 도착하여 시내를 돌아다니던 시간이 한참 점심때쯤인 낮 12시였다. 서울 같았다면 1시간이라는 쫓기는 시간 안에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과 시민들로 매우 분주해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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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역 인근의 쇼핑거리의 붐비는 모습. |
ⓒ2007 강병구 |
물론 이런 느낌이 스톡홀름에서만 느낀 것은 아니다. 유럽의 도시들이 대부분 이런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스톡홀름 시내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북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만큼 백화점과 쇼핑가가 주를 이루는 중심가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여행자로서 느끼는 여행지의 주된 느낌이란 것이 있다. 그런 점에서 스톡홀름의 그것은 조용함과 여유로움이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가 서울과 비슷한 분주한 느낌을 주었고,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고풍스러움을, 에스토니아의 탈린이 중세풍의 만화 같은 젊은 느낌(영화 <기사 윌리엄> 같은 느낌이랄까?)이었고, 헬싱키가 평화로움을 주었듯이 말이다.
아마도 스톡홀름에서 겪은 몇 가지 경험들이 이런 인상에 쐐기를 박았을지도 모르겠다. 스톡홀름 여행 둘째 날 국립미술관에서 점심을 먹었을 때의 일이다. 민박집에서 같이 묵고 있던 부부와 함께 그곳을 둘러보다 점심시간이 되어 미술관 안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조금은 넘은, 오후 1시가 조금 덜되었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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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여유로운 스톡홀름 모습. |
ⓒ2007 강병구 |
그때야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급한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모두 같이 온 사람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고, 시계를 보아가며 서둘러 먹는 사람은 시간도 여유로운 여행자인 우리가 유일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이 미술관 관람객일 수도 있다. 혹은 종업원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다들 미소를 머금고 식사상대들과 이야기하는데 시끄럽지 않았으며, 그런 그들 누구도 시간에 쫓기듯 먹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다음날 시내의 다른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유롭다 못해 지루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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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번화한 세르옐 광장의 붐비는 모습 - 이 날 저녁 이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었을까? |
ⓒ2007 강병구 |
술을 좋아하고 밤에 노는 전형적인 한국인으로서, 황금 같은 주말 저녁 시내중심가 술집도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열려있는 곳이 눈 씻고 찾기 힘든 점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 민박집에 같이 머물던 다큐멘터리 촬영팀 형님들과 함께 술을 한잔 먹으로 시내 중심가로 나왔지만, 밤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임에도 시내에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여행서에 소개된 몇 안되는 술집들도 한산하거나 영업이 끝났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주말저녁 술도 안 마신다는 건가? 그런 것에 비하면 새벽 3시까지 운행하는 지하철은 너무 생뚱맞았다.
민박집이 있던 곳은 시스타(Kista)라는 스톡홀름 외각의 신도시였다. 그곳에 위치한 30년된 아파트가 민박집이었는데, 어찌나 동네가 조용한지 조금 늦은 시각 길거리에서 떠들기라도 하면 주민들이 밖을 내다볼 지경이었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스톡홀름. 마음 한 쪽에서는 이런 곳에서 편히 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지만, 다른 한편 이런 곳에서 살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아무래도 나에겐 스톡홀름에 살기엔 부적당한, 음주가무를 즐기는 동이족의 피가 너무 많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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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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