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7-04-10 12:16]
초록들판 청보리밭을 가다
고창 청보리밭
살짝 멀미 나도록 화사한 꽃놀이를 한 차례 즐겼다면, 이젠 청량한 봄기운을 만나고 싶다면, 청보리밭으로 가자.
먼저 전북 고창. 고창의 봄은 꽃보다 밭이다. 초록색 물결치는 청보리밭과 차밭이 있다. 그래서 파스텔 물감색에 마음이 들뜨기보다, 지평선까지 펼쳐진 푸르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보리밭을 걷고 또 걸어본다. 침침했던 눈이 맑아지고, 지끈거렸던 머리가 시원해진다. 보리밭 한 가운데 서서 깊은 숨을 들이 마신다. 쌓였던 피로와 잔 걱정이 바람과 함께 흩어진다. 보리풀을 뜯어 피리를 분다. 숨소리와 피리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살아있는 동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무심(無心)을 배운다. 그래서 고창에 가면 제일 먼저 가볼 곳. 30만평 펼쳐진 ‘청보리밭(학원농장)’이다.
학원농장(063-564-9897, www.borinara.co.kr, 서해안 고속도로?고창IC?무장면 방면)은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 진영호(59)씨가 귀농해 일군 밭이다. ‘서울촌놈’이 농사짓기에 어렵지 않은 보리를 심었는데 그 경관이 좋아 관광 명소가 됐다. 4월 초, 무릎 아래까지 오는 키 작은 보리 싹이 파릇파릇 돋아있다. 열흘 후면 보릿대가 허벅지까지 쭉 뻗는다고 한다. 15일 청보리밭 축제(5월7일까지)가 시작되면 보리밭 사잇길이 나고 농악공연·판소리공연·전통놀이 한마당 등 흥겨운 행사도 마련된다.
고창읍성(063-560-2313, 고창군청 앞, 입장료 어른 1000원) 안에는 소나무와 대나무 숲이 울창하다. 삼림욕하는 기분으로 산책할 수 있다. 연인에겐 성벽 따라 빙 도는 코스보다(약간 위험하다) 성벽 내에 하트모양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권한다. 석정온천 부근 도깨비 도로는 그냥 재미로 가봤다. 제주도 도깨비 도로처럼, 내리막길인 듯 한데 시동 끄고 있으면 차가 뒤로 간다.
고창 선운사는 동백꽃 구경하는 손님들로 붐빈다. 하지만 마음 정돈에는 선운사 옆 언덕에 펼쳐진 차밭(063-561-5051, 선운사 입구에서 오른쪽)이 좋다. 선운사 우룡스님이 8년 전부터 10만평의 땅을 임대해 짓고 있는 밭이다. 차 사이 사이 밀을 심어 거름으로 삼는데, 새순이 돋는 4월 하순엔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어 밀과 차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운치 있는 카페를 찾는다면 그림과 풍경(063-564-0255, 부안면 복분자시험장 옆, 전통차 5000원)이 있다. 한지공예가 마진식 선생이 150년 된 흙집을 사서 전통찻집으로 꾸민 곳. 6개방 구석구석을 채운 벽화와 공예품에 둘러싸여 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기분도 ‘예술적’으로 변한다. 동동주(6000원)와 감자전(1만원)도 판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공간도 있다. 하전갯벌체험장(063-563-0117, hajeon.invil.org, 하전마을, 어린이 7000원)에서 갈퀴와 바구니를 빌려 바지락을 캐면 아이들은 흙과 절로 친해진다.
고인돌 들꽃 학습원(063-561-4809, www.flowery. or.kr, 고인돌 군락지·전봉준장군 생가터 지나, 입장료 3500원)은 고창주민 이학성(51)씨가 20년 동안 모아온 돌·나무·꽃으로 가족과 함께 가꾼 6000평짜리 야생화 공원. 700종이 넘는 야생화를 만나고 직접 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관광문의:고창군청 문화관광과 063-560-2234~5
청산도 청보리밭
찰랑, 찰랑…. 이제 막 싹이 올라온 고창의 보리밭이 남학생 더벅머리처럼 풋풋하다면, 봄바람에 흔들리는 청산도 보리밭은 여학생 단발머리처럼 청초하다.
한반도 끄트머리 전남 완도에서 배 타고 40분을 더 남쪽으로 내려가 청산도에 도착했다. 남쪽으로 치우친 만큼 봄은 일찍 왔고, 보리는 훌쩍 자라서 이삭이 맺혔다. 보리를 수확하는 5월초까지는 청순한 청산도 보리밭을 감상할 수 있다.
배에서 내려 눈을 돌리면 온통 푸른 보리밭이고 퍼런 마늘밭이라 어디로 구경갈지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차를 몰아 서남쪽 산등성이에 있는 서편제 촬영지로 갔다. 푸른 보리밭 사이로 누런 황토길이 구불구불 흘러내린다. ‘한국적 아름다움’이라는 상투적 표현이 전혀 상투적이지 않다. 야트막한 검은 돌담으로 테를 두른 보리밭은 잘 다듬은 정원 같다.
곳에서 내려다 보면 초록색 보리밭이 노란 도락리 유채꽃밭과 상큼한 대비를 이룬다. 아쉬운 건 아담한 섬 풍광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하얀 유럽풍 건물이 언덕 최고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 건물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청보리밭 감상에 마음까지 개운해 졌다면 서둘러 완도로 나오자. 완도에서 청산으로 들어가는 카페리는 보통 하루 네 차례, 청산에서 나오는 배는 세 차례 정도 운행한다. 운행시간이 매일 바뀌고, 날씨가 궂으면 취소되기도 하니 미리 확인해야 안심이다. 완도여객터미널 (061)552-0116
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차를 틀어 77번 도로를 달린다. 얼마 가지 않아 정도리 구계등이 나온다. 길이 800m, 폭 80m 해안이 크고 작은 동그란 돌로 가득하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질 때마다 돌들이 서로 몸을 문지르면서 ‘잘그락 잘그락’ 기묘한 소리를 낸다. 파도가 거센 날이면 돌 구르는 소리가 우레처럼 요란하다고 한다.
빙하기가 끝나고 내려갔던 바닷물이 올라오면서 갯돌을 해수면 위로 밀어 올렸고, 그 갯돌이 수 천년 파도에 씻기고 세월에 다듬어져 지금처럼 매끄럽고 예쁜 모양이 됐다. 구계등(九階燈)은 바다 속부터 해안 상록수림까지 아홉 개의 고랑과 언덕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 입장료 어른 1600원, 청소년 600원, 아동 300원. 주차비 비영업용 승용차 800㏄ 미만 2000원, 800㏄ 이상 2500원. 갯돌을 눈으로만 즐기고 제발 집어가지 말아달라는 관리사무소 당부 말씀.
완도 장좌리 앞바다에 있는 장도는 해상왕 장보고의 무역기지 청해진이 있던 곳. 하루 두 번 썰물 때 바다가 갈라지면 갈 수 있다. 물때를 반드시 완도군청에 확인한다. 불목리와 소세포에는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해신’을 찍은 세트장이 있다. 드라마가 한창 인기일 때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많이들 찾는다. (061)554-2216
※완도군 문화관광과 (061)550-5224, 5237
www.wand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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