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일보 2007-04-12 17:42]
암 초기일 경우 복강경 수술도 권장, 장단점 잘 따져야
개복(開腹ㆍOpen surgery)을 하지 않고 몸에 몇 개의 구멍만을 뚫어 시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크게 남지않는 복강경(腹腔鏡) 수술. 담낭과 같은 소형 장기 절제나 산부인과 시술에 주로 쓰이던 복강경 수술이 암 수술에 널리 적용될 정도로 보편화하고 있다. 최근엔 웬만한 암 치료에는 복강경 수술을 요구하는 환자들도 꽤 느는 추세다.
여기에 복강경 수술을 첨단 과학의 한 단면으로 소개하는 매스컴의 보도가 더해져 일부 환자들은 복강경 수술을 개복수술의 대안으로 받아들일 정도가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복강경 시술이 안전하고 효율면에서 뛰어나지만 무조건 개복 수술을 외면하고 선택할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치료법 선택은 자칫 암 치료의 가장 큰 목표인 ‘완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어느새 환상처럼 자리 잡고 있는 복강경 수술의 허와 실을 살펴본다.
복강경도 개복한다
환자들이 생각하듯 과연 복강경 수술은 메스를 피할 수 있을까. 신촌 세브란스 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는 “복강경 수술일지라도 내부에서 절제한 장기를 체외로 끄집어내 제거하기위해 약 7cm 정도를 어쩔 수 없이 째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개복을 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복강경 시술은 칼을 쓰지 않는다’는 일반의 통념과는 달리 개복이 두려워 복강경을 선택하더라도 몸에 칼을 대는 일은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개복 수술도 되도록 절개 크기를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에 위장 절제술을 할 때에도 절개 부위는 15cm 이하로 큰 차이는 없는 셈이다.
복강경 시술은 비싸다
한편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보다 비급여 품목(건강보험급여의 적용을 받지 않아 환자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 의료행위)이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개복 수술에 비해 병원의 수익을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일부 병원의 경우 기준에 벗어나는 데도 경제적인 이유와 실적 쌓기 차원에서 복강경 수술을 권유하는 경우가 꽤 된다는 지적도 여기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합병원 외과 전문의는 “규모가 크지 않은 병원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복강을 많이 뚫는다. 개복 수술을 해도 상처 크기가 작은 수술에 불필요하게 복강경 수술을 부추기는 의사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적용을 덜 받기 때문에 환자 부담비용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암 시술의 경우 복강경 시술이 개복 수술보다 많으면 2배가량 비싸다.
암 전이 가능성 있으면 개복하라
암 수술의 경우 복강경을 맹신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행위다. 복강경으로 암을 절제하려면 매우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1,2기와 같은 조기 암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기준은 림프절 전이나 장막 침윤(浸潤) 가능성이 확실히 없는 암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 외의 암 수술에 복강경을 적용할 경우 아무래도 암 전이(轉移)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원칙이 있는 이유는 복강경의 시야가 개복 수술에 비해 좋지 않아서다.
노성훈 교수는 “복강경은 개복을 할 때보다 전이된 소견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고 촉진(觸診)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라면 권장하지 않고 있다”며 “환자 가족은 이런 차이점을 미리 알고 복강경으로 할지, 아니면 개복 수술을 할지를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장기로 전이 가능성이 있을 때 단지 복강경이 환자에게 부담을 적게 준다는 이유로 선택한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이다. 복강경 수술은 첨단 과학시술의 이미지와는 달리 아직 의사의 시각과 촉각의 영역을 크게 앞서지 못한다.
조기 암에는 권장할 만
그렇다고 복강경 수술에 대해 알려진 상식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분명 대다수의 외과 의사들은 전이 가능성이 적은 조기 암 치료에는 복강경 수술이 적극 수용될 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국내 최초로 위암 복강경 수술 500건을 달성한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김형호 교수는 “복강경으로 수술을 해도 대한위암학회가 권장하는 장기 3분의 2 이상 및 2군 림프절 절제를 하기 때문에 개복 수술 때 기대하는 정도와 효과 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아직 두 수술의 효능차를 증명해주는 어떤 연구결과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위암 전체 수술 건수의 7%가 복강경 시술이며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부분의 의사가 암 초기에는 복강경이 나쁘지 않다는 동의를 이루는 만큼 무작정 선택만 아니라면 굳이 큰 흉터를 남기는 개복 수술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 용어설명
복강경 수술(腹腔鏡 手術) : 복부를 가르지 않고 특수 카메라가 장착된 복강경을 심어 비디오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을 하는 방법. 체내에 삽입하는 수술 기구의 수 만큼씩 지름 1cm 크기의 구멍을 뚫어 수술을 하게 된다.
기존의 개복 수술은 절개 부위가 크고 흉터와 출혈이 많으며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복강경을 이용하면 절개부위가 작아 흉터가 크지 않는 등 환자가 느끼는 부담이 적다. 최근에는 부인과 질환에서부터 암 수술까지 거의 전 부문에 이용되고 있다.
▲ 전문가 들이 말하는 복강경 수술 시 유의사항
▦ 복강경 수술에는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미용이 절대 병 치료보다 앞설 수 없다.
▦ 복강경 수술은 반드시 개복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받아야 한다. 경험이 부족하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암 절제에만 급급해 전이 가능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 조기 암으로 전이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 복강경을 선택한다.
▦ 병원의 시스템이 복강경 수술을 할 정도로 잘 갖춰져 있는지, 그리고 의사들의 팀워크가 잘 이뤄지는지를 사전에 검토한다. 국가 공인 지표는 없지만 입소문을 참고하는 것도 괜찮다.
▦ 복강경과 개복수술 중 어느쪽이 효과가 더 좋은지에 대해선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너무 미화된 정보를 믿지 말자.
▲ 위암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의 차이점
위암 절제 개복술은 약 3시간 내외의 수술시간을 필요로 한다. 메스를 든 집도의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필요한 범위를 절개한다. 위암의 경우 위를 전부 혹은 3분의 2 잘라내기 때문에 늑골 아래에서 배꼽 근처까지 절개가 필요하다.
절개가 끝나면 환부의 양쪽을 견인기로 지탱해 벌리고 장기 절제 규모를 측정한다. 이때 수술 전 검진으로 보이지 않았던 타 장기로의 암 전이가 확인되기도 해 때론 '대형공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드라마 <하얀 거탑>의 마지막 회에서 장준혁의 배를 가른 뒤 전이 상태가 심각하자 수술적 치료를 포기하고 바로 배를 닫은 것은 대형공사 마저 불가능한 경우이다. 장기와 주변 림프절 제거가 끝나고 내부 혈관을 연결하면 수술은 마무리. 회복까지는 보통 열흘 정도가 소요된다. 환자 부담 비용은 경우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300만~400만 원 정도이다.
같은 암을 복강경 수술로 제거할 때 수술실 풍경은 개복수술 때와 확연히 다르다. 집도의는 메스 대신 모니터와 내시경이 붙은 복강경을 주시한다. 우선 배꼽 주변에 내시경이 들어갈 구멍을 뚫는다.
그에 앞서 배 안에 공기를 집어 넣어 카메라가 복부 내부를 잘 비추도록 준비를 한다. 이후 3~4개의 복강을 더 뚫고 그곳을 통해 수술에 필요한 도구를 집어넣어 암 부위 절제를 시작한다.
수술이 마무리되면 배꼽 주변에 뚫었던 첫 번째 복강을 중심으로 7cm 정도를 메스로 째고 잘라낸 조직을 꺼낸 후 봉합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내외. 회복에는 7일 정도가 걸린다. 비용은 개복보다 300만 원 정도 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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