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氣 죽이는 ‘비교 스트레스’

피나얀 2007. 4. 14. 19:08

 

출처-[문화일보 2007-04-14 09:02]

 

“머리도 좋고 인기도 많고 학교에선 반장/그 무시무시한 무서운 이름 엄마친구 아들/심성도 곱고 효도도 하는 그 이름/부모님 말씀 거역지 않고 살았네/그 말씀대로 살았던 그는 성공을/이렇게 구박받게 만드는 넌, 너는 엄마친구 아들.”
 
지난해 10월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은 그룹 ‘블랙테트라’의 ‘엄마친구아들’ 노랫말이다. 남녀노소 불구, 한국인 최대의 라이벌이라는 ‘엄마친구 아들’ 혹은 ‘엄마친구 딸’. 전교1등에 못하는 게 없고 착하기까지 한 ‘엄마친구 아들’은 한국을 발전시키는 경쟁의 원동력이면서도 평생 스트레스를 받게하는 ‘숙명의 적’이다.
 
◆‘엄친아’ 스트레스 =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 37명을 상대로 “평소 어머니로부터 친구 아들, 딸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28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엄마친구 아들’을 내세운 인터넷 만화 ‘골방환상곡’은 지난해 네티즌들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번도 본적 없지만 모든 면에서 퍼펙트하여 인생을 고달프게 만드는 일등공신’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한다.
 
한 네티즌은 ‘엄마친구 아들’에 대해 “달리기는 올림픽 선수보다 빠르지만 ‘비공식’ 기록이고, 운동장 100바퀴를 뛰는 체력에다, 초등학교때부터 전교1등을 놓치지 않고 과학고를 거쳐 미국 명문대로 유학간 실력, ‘얼짱’ ‘몸짱’에다 심지어 게임능력까지 탁월하다”며 칭찬을 늘어놓다 마지막으로 ‘병신’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인간은 자신과 가까운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열등감에 더 괴로워하는 존재”라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가 몇 조원대 재산을 갖고 자선사업을 하든 상관없지만, ‘엄마친구 아들’과 비교당하는 것은 훨씬 괴롭다.
 
‘cottage87’이라는 네티즌은 “(학창시절에는 비교당하지 않았으나) 대학 들어간 뒤 오히려 ‘엄마친구 아들’이 등장, 내가 무능해진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아무리 잘나도 ‘엄마친구 아들’(?) =
 
서울대 치대 출신으로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 ‘엄친아’로 꼽히는 김정훈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아니라 형이나 6촌 등 가족들이 ‘엄마친구 아들’”이라며 “천재 소리 들을 만큼 뛰어난 분이 많아 오히려 열등감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누구나 ‘엄마친구 아들’을 갖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꾸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감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alja’라는 네티즌은 “누구네 아들들에게는 나도 ‘엄친아’”라며 “(엄마들도) 남에게 꿀리기 싫다는 이유로 자기 자식 스펙(조건)을 터무니없이 부풀리더라”고 털어놓았다. 회사원 김모(36)씨는 “명문대 갈 때까지만 해도 내가 ‘엄친아’였으나 평범한 회사원이 된 이후, 공부는 못했어도 사업에 성공한 ‘엄친아’들과 지위가 바뀌기도 했다”고 말했다.
 
◆평생 끝나지 않는 비교 콤플렉스 =
 
더 잘난 엄마친구 아들은 인생을 통해 계속 등장한다. 10대 시절, ‘1등’만 한다던 ‘엄마친구 아들’이 20대가 된다고 못 나갈리 없기 때문이다.
 
회사원 유모(34·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결국 명문대에 입학한 ‘엄친아’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 장학금을 챙겨 유학도 다녀왔다”며 “30대에는 취직 문제로 기를 죽였는데 거의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해 열등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40대에는 ‘빠른 승진’으로 엄마들 사이에 화제가 되던 ‘엄친아’는 부인도 ‘효부’로 소문난다.
 
부모님 용돈 챙겨드리거나 효도여행을 보내드려 또다시 엄마들 사이에 좌절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50대가 되면 ‘엄친아’의 ‘잘난 자식들’, 즉 엄마친구의 손녀, 손자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다. 주부 이모(여·41·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어린 시절 엄마친구 딸 이야기에 시달렸는데 어느새 내가 아이들에게 친구 아들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 토로했다.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
 
정찬호 마음누리 신경정신과 원장은 “형제와 비교되는 것도 싫지만, 타인과 비교당하는 것은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며 “적개심이 생기게 마련인데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남의 아이는 장점만 보이고, 내 아이는 단점만 보이는 등 ‘보는 눈’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툭툭 내뱉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며 “특히 엄마 입장에서는 자극을 통해 동기유발을 해준다는 뜻도 있겠지만, ‘엄마친구 아들’이라는 채찍을 내놓을 때는 아이에 대한 칭찬 등 ‘당근’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