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7-04-27 14:49]
이 기사는 '2007 한국도로공사 에베레스트 로체 원정대'의 기록이다. 원정대(대장 박상수)는 3월 28일 한국을 떠났으며, 4월 9일경 베이스 캠프를 설치한 뒤 '에베레스트' 등반대와 '로체' 등반대로 나뉘어, 4월 11일경 동시에 등반을 시작한다. 원정대는 5월에 에베레스트와 로체 정상에 오를 계획이다. 이 원정대에는 지난 90년 맥킨리 단독등정에서 사고를 당해 열 손가락을 잃은 김홍빈씨가 부대장으로 대원들과 함께 산에 오른다. 이 기사는 원정대 홍보담당대원으로 따라간 이평수 기자가 현지에서 직접 작성해 송고한다. 이 기자는 원정대가 귀국할 때까지 원정대의 일상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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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 개 원정대가 붐비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촌 |
ⓒ2007 이평수 |
3000m 이상의 고산을 처음 찾은 보통사람의 가장 큰 두려움이 고소증이다. 우리 원정대는 4월1일 에베레스트 원정 초입인 루크라공항(2800m)을 출발, 해발 530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11일 도착했다. 원정대가 올라온 보름 동안의 히말라야 산행과정은 고소적응과정이자 무서운 고소증과의 싸움과정이었다. (4월 3일 남체에서 작성해서 보내려던 '원정대 3신' 제목이 고소증이었는데 그 고소적응 문제로 무려 2주일의 시간이 흘러 버렸다.)
[4월 18일] 설산의 거대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희망 2007 에베레스트․로체 원정대'가 자리한 이 곳 베이스캠프에서부터 얼음산과 눈밭을 지나 3500m 이상을 더 올라가야 세계의 지붕인 에베레스트와 로체봉이 있다. 원정대원들과 세르파들은 정상공격을 위해 캠프를 4개 만들고 차근차근 고도에 몸을 적응하고 있다.
18일 새벽. 사위가 적막한 베이스캠프 촌. 나일론 천 한 조각으로 히말라야의 추위와 격리된 나만의 공간 텐트에서 잠을 깼다. 호흡이 가빠서다. 그동안 고소에는 상당히 적응이 되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도 숨이 가빠서 잠을 깼다. 심호흡을 몇 번 해본다. 숨이 고르지 않다. 몸을 일으켰다. 5000m 산 속에서 온기라곤 침낭 안에 넣어둔 뜨거운 물통뿐이라 온 몸을 우모복으로 칭칭 감다시피 하고 잠을 청했다. 일어나는 것도 한 짐이다.
오른쪽 호주머니에 넣어 둔 찾아 헤드랜턴을 켜고 고도계와 시간을 보니 5270m에 0시 45분. 가는 눈발이 텐트에 부딪힌다.
설산의 거대한 신음소리가 간단없이 들린다. 설산의 신음소리. 빙산이 녹으면서 내는 소리다. 우리 베이스캠프의 10여개 텐트도 사실은 돌, 모래, 자갈이 뒤섞인 빙하 위에 세워져 있다. 잠자리 바로 밑이 얼음이다. 에베레스트 사면의 눈이 녹아내려 형성된 거대한 얼음덩어리 빙하가 매우 느린 속도로 아래로 밀려 내려가고 있다. 쿰부빙하의 일부인 셈.
과거에는 이곳 베이스캠프에서 지표로 10km 아래인 로부체까지 빙하가 걸쳐 있었다. 지금은 많이 녹았다고 한다. 거대한 빙하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면서 서로 부딪혀 갈라지면 쩌억 쩌억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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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1 구축을 위해 항상 붕괴 위험이 있는 아이스폴지대를 건너는 강연룡 대장 |
ⓒ2007 이평수 |
뒤가 마려 프라스틱 통으로 만든 임시 화장실로 갔다. 냄새가 안 나서 좋다. 랜턴을 끄고 하늘을 본다. 북두칠성이 서편 푸모리 봉에 국자머리를 박고 있다. 동편 샛별을 빗기면서 에베레스트와 로체방향 아이스폴 위로 은하수가 걸쳐져 있다. 청정지역 히말라야에서는 별이 참 밝다. 정말 나를 향해 뭇별들이 조명을 켰다 껐다 하면서 별들의 향연을 벌이는 것처럼 반짝인다.
옆 동 주방장 텐트에서 네팔인 한국요리 주방장 리마가 일어나는 소리가 나더니 부엌텐트에서 가스 불 켜는 소리가 난다. '캠프 투' 개척에 나서는 세르파들의 아침준비가 시작된다. '캠프2'는 6400m에 설치된다. 이런 캠프는 '캠프3' '캠프4'까지 차근차근 설치될 것이다.
어제(17일) 우리 대원들은 이들 세르파들이 준비해 준 6073m 고도에 있는 '캠프 Ⅰ' 에 올라가 적응훈련에 들어가 있다. 우리 대원들은 새벽밥을 먹고 아이스폴 지대(캠프1에 가는 첫 번째 장애물로 수백m 높이의 만년설이 얼어붙은 집채만한 크기의 설빙벽)를 통과해서 오후 4시 전 대원이 '캠프1' 들어갔다는 보고가 무선으로 베이스캠프 지휘 동에 들어왔다.
저녁. '캠프1'에서 전 대원이 텐트 안에 들어가니 내일 아침 6시쯤 다시 연락하자는 연락이 왔다.
18일 새벽 4시. 한국인 대원들이 '캠프1'에 적응하는 동안 세르파들은 다음 '캠프 2' 준비 작업을 위해 새벽밥을 먹고 아이스폴지대를 오른다. 이곳 3000m 고산에서 낳고 자란 세르파들에게 고소 문제는 없다. 이들은 방수방한이 된 삼중화 신발과 안전벨트 방한복에 각종장비를 담은 15kg무게의 배낭을 메고 렌턴 빛을 뿜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라마제단에 불을 밝혀 안전을 기원하고 오늘 일을 떠난다. 떠나는 어깨 위로 간절한 기도뿐 해줄 것이 없다.
세르파가 출발한 지 5시간쯤 지난 아침 9시께 '캠프 2' 정지작업완료 보고가 들어왔다. 캠프2 설치장소의 상황이 눈얼음과 바위가 혼재된 경사지로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4월18일 12시 현재. 4명의 세르파들은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했다. 우리 한국 원정대원들은 캠프1에서 캠프2까지 진출 적응훈련을 계속하고 있는데 갑자기 날씨가 오후부터 눈발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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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사면을 깍아 C1을 만드는 김주형 대장과 대원 |
ⓒ2007 이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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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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