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부산일보 2007-05-03 12:21]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 붉은 꽃이며 푸른 잎 싹쓸이하여 땅에 묻는다/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이 탄식할지라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후략).'
정일근 시인은 '녹비(綠肥)'라는 시에서 거름으로 땅에 묻히는 자운영 꽃의 '자비'를 노래했다. 비료작물로 심는 자운영은, 모내기를 앞둔 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경남 창녕 우포늪 주변에도 봄이면 자줏빛 자운영 꽃이 만발한다.
늪 주변에 자생하는 이 꽃들이, 거름이 되기 위해 갈아엎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꿀벌에게 꿀을 '공양'하는 것은, 모든 꽃의 숙명인가 보다. 우포늪의 자운영 군락은 꿀벌의 날갯짓 소리로 소란스럽다.
겨울철새가 떠난 우포의 봄은, 사실 조금 나른하기까지 하다. 여름철새가 오려면 아직 멀었고, 수풀이 푸르게 우거지기에도 조금은 이른 시기. 왜가리가 가끔 '왝왝' 시끄러운 울음을 울 뿐, 마른 갈대숲 주변은 여전히 황량한 느낌이다. 결국 이 시기의 우포늪은 자운영만 한 '인물'이 없다.
우포늪 곳곳에 자운영 꽃들이 피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군락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우포늪 입구 토평천 일대다. 우포늪 주차장 가기 전, 우포생태학습원 뒷길을 따라가다가 대대마을 표지석을 보고 마을 샛길로 좌회전해 들어가면 제방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제방 밑으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습지의 풍경이 펼쳐진다. 물속에 뿌리를 내린 키 작은 나무들, 물 위에 떠 있는 둥근 노랑어리연꽃 잎, 평화로운 새들의 휴식이 그곳에 있다.
늪 주변의 땅은 물기를 머금어 푹신하고 부드럽다. 몸을 낮추어 살펴보면 작은 생물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자운영 꽃들 사이에서 사랑을 나누는 빨간 무당벌레들, 가느다란 다리로 헤엄을 치는 소금쟁이, 수초에 붙어있는 논우렁이도 만날 수 있다.
물론 늪은 인간의 삶터이기도 하다. 사지포에서는 나룻배를 대나무로 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어업 허가를 받은 주민들이다. 붕어, 잉어, 메기, 가물치 등을 잡는다고 했다.
늪 가운데 서 있는 새들이나 늪의 바닥을 대나무로 밀고 다니는 어민들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 늪의 수심이 깊지 않다는 것이다. 늪이라 불리는 습지는, 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 그 깊이가 6m를 넘지 않는 곳을 말한다.
"수심이 6m를 넘으면 호수로 분류됩니다. 우포늪의 수심은 평균 70㎝~1m밖에 되지 않아요. 그러나 여름에 물이 많을 때는 이곳의 수위가 8~9m까지 치솟습니다. 거대한 댐처럼 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우포생태학습원 전원배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늪은 호수처럼 맑은 물빛을 뽐내며 반짝이지 않는다. 탁한 녹황빛 물을 품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물은, 생명을 불러들인다. 우포 사지포 목포 쪽지벌, 총 4개의 늪으로 이루어진 우포늪의 전체 면적은 70만평. 이곳에 1천여 종이 넘는 동·식물이 살고 있다. 우포늪을 거대한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자녀와 함께 1억4천만년이나 된 이 자연사 박물관을 찾는다면, 생태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하자. 우포생태학습원(055-532-7856), ㈔푸른우포사람들(055-532-8989)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창녕교동고분군, 창녕박물관, 신라 진흥왕 척경비, 창녕 석리 성씨 고가 등 주변 볼거리도 많다. 대지면 그륵꿈는집(055-533-6502)에서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문의 창녕군청 055-530-2521~3.
▲ 자운영 꽃이 무리지어 핀 창녕 우포늪 |
▲ 우포에서 만난 왜가리 |
▲ 왜가리의 비상 |
▲ 우포늪 중 목포(木浦). 원래 이름은 '나무갯벌'이라고 한다. |
창녕 먹을거리
우포늪 주변에는 음식점이 별로 없다. 야외에서 먹을 만한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을 듯. 우포늪식당(055-532-8649)에서는 붕어찜, 매운탕 등을 판다. 2만5천~3만5천원. 창녕보건소 앞 한우동네(055-532-3739)의 된장뚝배기도 싸고 맛있다. 1인분 5천원. 창녕읍에서는 현대쌈밥(055-533-7242)의 쌈밥과 해물뚝배기가 괜찮은 편. 1인분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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